Celebs

빛나는 비주얼, 샤이니 키

빛을 발하게 만들 수도, 빛을 바래게 만들 수도 있는 20개월이라는 시간. 키는 그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더 빛날 키의 말들.

BYCOSMOPOLITAN2020.10.21
 
 
니트 톱 2백16만원 알렉산더 맥퀸. 목걸이 23만원 우잉.

니트 톱 2백16만원 알렉산더 맥퀸. 목걸이 23만원 우잉.

제대 일주일 만에 화보 촬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군대가 사람을 바꿔놨다는 식으로 보지 않게끔 군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어요. 좋은 상태면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채지만, 안 좋은 상태로 나오면 금세 알아요. 아마 10월 중 스케줄은 이게 마지막일 거예요. 좀 쉬고 싶었거든요.


그럴 만하죠. 군 생활은 어땠어요?
제가 군대에서 얻은 건 건강과 사람이에요. 군악대에 있다 보니 연예인이 아닌 친구들, 특히나 음악 하는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요즘 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죠.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어떤 이들은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에게 군 복무는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해요. 이 말에 공감해요?
휴식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고,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었죠. 쉬는 시간, 훈련 시간, 취침 시간 등이 정해져 있고, 매일 일정이 똑같잖아요.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하며 살 수 있는 게 좋았어요.


키는 춤,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 예능, 뮤지컬 등을 평균 이상으로 해내요. 영리한 사람이라 스스로 잘하는 것을 파악해 그것만 보여주는 것인지, 부단히 노력하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음악 빼고는 잘 포장된 거라 생각해요. 엉망진창으로 하는 걸 아주 잘하는 것처럼 보여줄 순 없겠지만, 마케팅이 잘된 것도 있죠. 제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기도 하고요.


통통 튀고, 자기 표현도 확실히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한 번쯤 미움을 살 법도 한데, 활동하는 13년 동안 그런 일이 전혀 없었어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저 혼자만 아는 실패가 많았어요. 내가 돋보이지 못했던 방송도 많았고, 어떤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한 게 통하지 않던 때도 많았죠. 그런 경험을 통해 분별력을 기르게 된 것 같아요.
 
셔츠 가격미정 르메테크.반지 20만원대 코디시아르.

셔츠 가격미정 르메테크.반지 20만원대 코디시아르.

연예인이라고 모두 자기를 보여주는 데 서슴없지는 않아요. 키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자신을 잘 보여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끼 많은 ‘천생 연예인’이란 생각도 들고요.
저를 보여주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같은 화보 촬영도 못 했을지 몰라요. 저는 여러 개를 동시에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자면, 데뷔하고 10년이 지나서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하게 됐어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처음 보거나 내 성격을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근데 그런 걸 안하고, 나를 안 보여줬을 때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까? 그건 아니란 말이죠. 가만히 있어도 궁금한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 객관화를 굉장히 냉정하게 하네요?
자기부정을 할수록 불편하다는 걸 알았어요. 절대적인 기준치를 두고 노력해서 발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쪽은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또 가만히 있어 보면서 깨달은 거예요. 결국 가만히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내가 좋아도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무언가를 선택할 때 판단 기준은 뭐예요?
예전엔 하기 싫어도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 같으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긴가민가하면 안 하려고 해요. 그런 모호한 상태에서 억지로 한다고 내 인생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요. 또 모르죠. 지금 이렇게 말하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많이 하게 될 수도 있어요. 확실한 건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는 거예요


‘고독방’에서 팬들이 전역 후 계획을 묻자 “뭐든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어요. 새로운 것을 아직 못 찾은 건가요?
유튜브를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지 않는, 저의 ‘오프’된 모습을 궁금해할지 의구심이 들어요. 유튜브를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도 중요하고요. 내가 과연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못 찾았어요. 유튜브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과 경쟁했을 때, 내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오래 고민하고 있어요.


‘고독방’의 팬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에서 서로를 귀여워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팬들에게 나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오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그만큼 팬들도 오래 기다렸겠죠. 예전에는 대중에게 나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어요. 그때도 팬들을 챙겼지만, 새로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게 더 의미 있다 생각했죠. 지금은 내가 똑바로 걸어간다면 날 좋아해줄 사람은 계속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기다린 사람들에게 양질의 것을 보여주는 게 더 맞는 것 같고요.


데뷔 13년 차가 됐어요. 샤이니 멤버들에게는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낄 것 같아요.
미우나 고우나 정인 것 같아요.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죠. 누군가 멤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친한지 물으면 답하기 어려워요. 마치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냐고 묻는 것과 같죠. 동료, 친구, 가족도 아닌 형언하기 힘든 관계예요.
 
재킷 1백38만원, 팬츠 73만원 모두 설밤 by 아데쿠베. 목걸이 1만9천원 세이지가 세이지. 부츠 1백76만5천원 보테가 베네타.

재킷 1백38만원, 팬츠 73만원 모두 설밤 by 아데쿠베. 목걸이 1만9천원 세이지가 세이지. 부츠 1백76만5천원 보테가 베네타.

한 아이돌이 “아이돌은 연차에 비해 어린데도 불구하고 중고 취급을 받아 속상하다”라고 토로했어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그럼요.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가요. 그만큼 아이돌로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을 테니깐요. 그렇다면 방향을 틀어야죠. 똑같은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요. 그런 의미로 비·이효리 선배님이 되게 멋있고 대단해요. 노래, 춤을 하면서도 이 시류를 읽는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키는 아티스트보다는 콘텐츠 제작자의 관점을 가진 것 같아요.
점점 아티스트로서 해야 하는 게 느는 것 같아요. 요즘은 유튜브가 TV처럼 대중화됐잖아요. 그러니 방향도 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모르는, 의외의 모습이 있어요?
소박한 면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 하하. 부대 후임들이랑 얘기할 때도 저는 좋은 선물 받는 것보다 편지 한 통 받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저에겐 뭔가 꼭 좋은 걸 사줘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을 갖나 봐요. 물론 SNS나 방송에서는 갖춘 모습만 보여줘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저 진짜 소박해요.


키에게 휴식이란 뭐예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죠. 놀거나 잘 때는 일 고민을 안 해요. 그 순간이 휴식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은 자의적으로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질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당연히 고민하게 되죠. 영화를 보면 역할에 나를 투영하게 되고, 음악을 들으면 이 노래는 어떻구나 하면서 생각하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아예 못 봤어요. 손발이 떨려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는 TV가 없어요.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골라 따로 보죠.


자기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때는 언제예요?
마음에 들 땐 많은데 괜찮아 보인다는 말이 굉장히 고민하게 만드네요. 하하. 사실 10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모임이 있어요. 제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주고, 사람들이 저를 욕해도 그 친구들만 있으면 아무렇지 않아요. 그런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그리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요? 사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아무래도 일적으로 필요한, 싫은 소리를 안 할 수 없으니깐요. 근데 그런 걸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 아닌가요? 하하.


말을 듣다 보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깊고 복잡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단순한 게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워요. 포기해야 할 것이 많으니 힘들고 두려워서 못 하는 거죠. 이걸 별다른 깨달음의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어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샤이니 키의 미래 방향이 잡힌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없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은 지 오래됐어요. 내가 맡은 일을 해내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어렸을 때 저는 지금의 키가 되리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저 제 선택을 좋게 봐주는 분들이 옛날보다는 늘었으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죠.


자신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아요.
제가 겁은 많은데 두려움은 없어요. ‘이게 맞나?’ 걱정은 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확실히 해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회피하지만, 겁이 많은 사람은 도망가진 않거든요.

Keyword

Credit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Art Designer 이상윤
  • Stylist 이동연
  • Hair 임정호
  • Makeup 김주희
  • Assistant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