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요즘 애들은 연애 이렇게 한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심각한 건 싫고, 결혼은 하고 싶지만 자유로운 생활은 포기하기 어렵다는 MZ세대. 이 알쏭달쏭한 마음을 지닌 MZ세대의 연애 방식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렇다면 연애와 사랑의 본질 또한 과거와 달라진 걸까?

BYCOSMOPOLITAN2020.10.17
 

요즘 연애

술자리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안줏거리는 만국 공통, 시대 불문 ‘연애’다. 지인들과의 수다 주제를 넘어 요즘엔 각종 커뮤니티에 시시콜콜한 연애 고민이 올라온다. 특히 자정이 가까워진다 싶으면 “요즘 다들 연애 어떻게 해요?”라며 우는 소릴 하는 글이나 19금 딱지를 달고 엄청 디테일하게 작성한 섹스 고민이 범람한다. 주제도 다양하다. 데이팅 앱으로 이성을 만났는데 믿을 만한지, 선섹스후사파(선 섹스 후 사귀는 파)인데 첫 만남에 상대가 뭘 어떻게 했다든지 혹은 자기 이력을 줄줄 읊는 셀소(셀프 소개팅) 글까지. 하나같이 자극적이고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다. 여기에선 사랑의 본질이나 관계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는 한다. 지금 MZ세대가 처한 환경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논하기 어려운, 혼돈 그 자체다. 
 
MZ세대는 전무후무한 ‘경제적 퇴행’ 상태에 놓였다. 2030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월급은 빠듯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동시에 자의식은 단단해지고 선택지는 늘어나 ‘견디기보단, 오늘을 즐겁게’라는 가치관으로 이직과 퇴사도 잦고 월급을 ‘영끌’해 취미 생활에 쏟아붓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견디지 않고’, ‘인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연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연애는 서로의 배려와 인내 위에 쌓인다. 지금의 MZ세대는 ‘연애의 합리성’을 따진다. 소위 말해 ‘손해 보는 연애’는 안 하고 싶어 한다. “상대에게 끌리지 않더라도 세 번은 만나본다”라는 말은 고루하다. 이들은 “첫 만남부터 각이 나오는데 왜 세 번씩이나 만나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냐”라고 반문한다.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맞춰가고 함께 성장하기보단 ‘니즈에 맞는’, 완성된’ 상태의 이성을 만나길 바란다. 또 이들은 연애하며 감정 소모할 시간에 포트폴리오를 축적하거나 재테크와 자기 계발에 힘쓴다. 자연스레 지난한 연애의 과정을 거치는 게 피곤하고, 각종 데이팅 앱은 성행한다. 몇 번을 만나고, 사귀자 말하고, “오늘부터 1일!”을 따지는 것도 불필요해졌다. 이러니 만남이 쉬워진 만큼, 헤어지는 것도 쉬워진다.
 
MZ세대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과 여성의 지위 향상, 페미니즘에 대한 교육 및 정보를 습득한다. 여전히 한편에선 “남자가!”를 외치는 꼰대남과 데이트 및 결혼 비용을 남자가 더 부담했으면 하는, 과거의 가치관을 버리지 못한 여자들이 있다. 동시에 이러한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자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성 역할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성 역할’과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견은 연애에 큰 허들 중 하나다. 그럼에도 MZ세대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안정’이다. 혼자 사는 데 돈이 적지 않게 드니 적당한 연봉을 받는 상대를 만나 결혼하면 경제적으로 더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요즘 것들의 연애는 다르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마음이 저릿한 상대를 만나고 싶어 하고, 팍팍한 일상을 견딜 누군가를 원한다. 시대와 연애 방식이 변했어도 연애는 유효하다. 다만 그 형태가 달라졌을 뿐. 냉소적으로 보진 말자. 그저 MZ세대가 지금을 견디는 방식이고, 살아내는 방법일 뿐이니.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누구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하우를 알려주지 못했던 세대. 직접 구르고 부딪혀가며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이들이 MZ세대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삶에도 연애에도.
 
 

요즘 것들의 연애

CASE 1 “소개팅보다 데이팅 앱이 나은 거 아냐?”
A는 최근 데이팅 앱으로 만난 여자와 교제 중이다. A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으레 사람들이 데이팅 앱에 가지는 고정관념, 그러니까 ‘하룻밤 잘 상대를 찾는다’거나 ‘가볍게 만날 이성을 찾는’ 도구로 데이팅 앱을 이용한 적이 없다. A는 취향에 맞는 데이팅 앱이야말로 소개팅보다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을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A의 연애는 이렇게 이뤄졌다. 일단 그는 데이팅 앱에 정착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틴더, 위피, 튤립, 스카이피플 등 기능적으로 상이한 데이팅 앱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하나를 골랐다. 틴더로만 더 잘 알려진 데이팅 앱은 그 취향과 상세 항목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위피 같은 앱은 동네 기반으로 친구를 찾아주는데 핵심 기능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보이스톡을 할 수 있다는 것. 튤립은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대해 길게 작성해야 하는데, A의 표현에 따르면 “자소서를 쓰는 기분”을 느꼈다고. 스카이피플의 경우 직업이나 학벌을 가입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소위 말해 ‘스펙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가입자가 많다. A는 그중 튤립을 골랐고, 튤립은 가치관과 취향 면에서 교집합이 있는 사람들을 추천해줬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중요시하는 인성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여자를 만났다는 A. 그에게 왜 소개팅이 아닌 데이팅 앱을 택했냐고 묻자 또렷한 대답을 내놓았다. “소개팅이란 게 지인이 이 사람이랑 저 사람이랑 잘 맞겠다 싶어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해달라니까 자기 주위에 괜찮아 보이는 여자랑 남자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잖아. 인맥에 한계가 있다 보니 건너건너 소개팅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잘될 확률이 낮지. 애초부터 테이스트가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날 수 있는데 왜 소개팅을 해? 비합리적으로.”
 
CASE 2 “우린 사귀는데 섹스는 안 해.”
안정적인 연애 중인 B는 최근 오래된 고민이 해결됐다고 했다. B의 고민은 ‘사귄 지 2년째인데 애인과 더 이상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동거하는 이 커플은 여느 연인들처럼 ‘눈만 마주치면 잠자리로 이어졌던’ 초반의 관계를 지나 지금은 마치 룸메이트 같아졌다. 섹스에 소원해진 건 자연스러웠다. 매일같이 살면서 ‘까놓고 말해’ 서로의 방귀 냄새까지 맡고 사는 사이가 되니 무드가 안 잡힌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섹슈얼한 매력에 대한 고민이나 연애 감정을 의심하게 되는 난관이 있었으나 지금은 해결됐다고 B는 말했다. 연애 초반 스킨십 등 물리적인 접촉으로만 확인됐던 연애 감정 자리에 다른 요인이 자리했다는 거였다. 서로에 대한 믿음, 서로의 마음을 살뜰하게 챙기며 생긴 감정적인 안정감, 둘이 만들어낸 생활 리듬 등으로 자신의 삶이 좀 더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꼭 뜨거워야만 연애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사실 연애는 감정적인 소모로 지칠 때가 많잖아. 그런데 지금은 안 그러거든. 소위 말해 꽁냥대고 가슴 설레는 연애는 아니지만, 팍팍한 삶을 감정적으로 함께 지탱할 사람이 있고 또 혼자 내던 공과금이나 집세 등을 함께 내니까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됐지. 우리가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게 내 삶에 필요한 연애 방식이란 생각이 들어.”
 
CASE 3 “사귄다고 말해야만 사귀는 건 옛날 방식이지.”
연애하는 것처럼 보이는 C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냐?”라고 물으니 “만나는 사람이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나서 언제부터 사귀었냐고 묻자 C는 골똘한 표정을 짓더니 되물었다. “언니는 누구랑 사귀면 정확히 언제부터 사귀었는지 알아요?” C의 말에 따르면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선 섹스 후 자연스레 만나게 된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부터 1일이야”라고 따지는 게 어렵고 또 무의미하다는 거였다. 마음 졸이며 고백할 날짜를 고르고, 사귀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받아낸 순간 시작됐던 과거의 연애 프로세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200일’을 맞이하면 200원씩을 쥐어주던 고딩들이 들으면 아쉬워하겠지만 단계적 연애 프로세스는 이들에게 복잡하기만 하다. 어쩌다 보니 사귀고, 어쩌다 보니 자고, 어쩌다 보니 헤어져 있기도 하는 것이 요즘 연애다. 아니 뭐, 이상할 것도 없지 않나?
 
CASE 4 “연애는 귀찮은데 섹스는 하고 싶어.”
D는 8개월 동안 섹스 파트너가 있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끌렸고, 연애 감정이 생겼고, 그러다 잤다. 그리고 좋았다. 이 남자가 아니라 섹스가. 둘은 그 이후로 이 관계를 명명하지 않고 그냥 만났다. 여자가 자취를 했으므로 집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관계를 가지는 날이 많았다. 사람들이 “그거 연애 아니야?”라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D는 “아니다”라고 딱 잘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섹스 말고는 바라는 것도, 구속하는 것도 없어. 연애에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있잖아. 적어도 일주일에 몇 번은 봐야 한다거나 나 말고 다른 이성과는 단둘이 만나지 않는다는 뭐 그런 거. 근데 우린 없어. 아마 한쪽이 그런 마음이 생겼을 때 이 관계는 끝이겠지.” D는 더 이상 그 남자를 만나진 않는다. 근데 종종 그 8개월의 관계가 그립고 또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솔직히 연애하긴 귀찮거든. 서로 안 맞는 생각을 억지로 맞추는 것도 싫고, 젠더 감수성을 지닌 상대도 찾기 힘들어. 근데 가끔 좀 외로워. 꼭 사귀지 않더라도 함께 살 부비고 저녁 한 끼 할 상대가 있다는 거. 생각해보니 그거면 돼, 나는.”
 

Keyword

Credit

  • Freelancer Editor 에디터 김소희
  • Photo by Las Kesebir & Merve Turkan / Stocksy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