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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광고? 뒷광고? 우리는 진정성을 원했다

‘남돈내산’ 크리에이터의 몰락. 이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하는 뒷광고를 처벌하는 법도 생겼다.

BYCOSMOPOLITAN2020.09.29
 

‘내돈내산’이라더니 

뒷광고 논란은 소비자의 배신감에서 출발했다. ‘내돈내산’ 후기라며 진정성을 내세우던 콘텐츠의 대부분이 알고 보니 광고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뒷광고는 이름에서 풍기는 수상쩍은 뉘앙스 그대로 ‘뒷거래’ 혹은 ‘뒷돈’ 받고 만든 콘텐츠를 뜻한다. 한마디로 광고가 아닌 척하는 광고다. 광고비나 협찬을 받았으나  순수 콘텐츠처럼 꾸민 채, 상품을 홍보하는 식이다. 뒷광고 문제가 본격 점화되자 구독자들은 소비자를 ‘호갱’으로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 강민경, 도티, 보겸, 문복희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사과가 잇따랐고, 이토록 많은 크리에이터가 줄줄이 뒷광고 의혹을 받았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앞광고’ 제대로 하려면?

지난 9월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이후 편의상 ‘뒷광고 개정안’이라 약칭)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앞으로는 광고 또는 협찬을 받아 만든 콘텐츠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을 경우 사업자에게 매출 혹은 수입의 2% 이하 혹은 5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지침이다. ‘사업자’의 범위에는 광고주는 물론 크리에이터도 포함된다. 뒷광고 개정안은 과거에 게재했던 콘텐츠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과거에 업로드한 영상도 수정해 유료 광고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뒷광고 개정안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유료 광고’가 포함된 콘텐츠라고 표기해야 한다. 사진 썸네일이나 게시물 제목 혹은 본문의 맨 첫 줄 등 ‘눈에 잘 들어오는’ 곳에 광고 여부를 고지하는 것이다. 캡션이 길어 ‘유료 광고’ 표기가 ‘더보기’를 클릭해야 보이거나, 제목에서 광고 문구가 생략되지 않도록 제목 길이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련 해시태그를 첫 번째에 달지 않아 다른 해시태그와 뒤섞여 찾아보기 어려워서도 안 된다. 둘, 유료 광고 사실을 나타내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금전적 지원’, ‘#광고’, ‘#협찬’처럼 간단명료하게 광고 여부를 나타내는 것이다. 애매한 표현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체험 후기’, ‘일주일 동안 사용해보았음’, ‘~에서 보내주셨어요’처럼 명쾌하지 않은 표현이나 ‘컬래버레이션’, ‘파트너십’, ‘땡스 투~’, ‘앰배서더’처럼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표현은 올바른 고지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광고를 광고라 하지 못하고

우리는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돈을 내야 하는 세상에 산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광고가 없으면 콘텐츠도 없다. 소비자 역시 이러한 생리를 알기 때문에, ‘그래,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도 먹고살아야지’ 마인드로 아량 아닌 아량을 베푼다. 그런 암묵적 합의가 있어왔음에도 광고주는 왜 광고를 광고라 말하지 않았던 걸까?  〈코스모폴리탄〉이 매주 MZ세대의 관심 이슈를 주제로 진행하는 서베이인 ‘코피셜(Cosmo+Official)’이 ‘플렉스’를 주제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678명 중 70%가 셀렙이나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가 이토록 강력한 가운데, 광고주는 소비자가 누가 봐도 광고인 브랜디드 콘텐츠보다는 인플루언서의 ‘내돈내산’ 콘텐츠를 더 많이 클릭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계산 끝에 뒷광고는 필연적으로 확산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모르는 척해주는 것과 대놓고 속이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소비자는 상업 광고 노출에 대한 아량을 걷고 호도당했다는 불쾌감을 드러낸다. 임한나 이노션 월드와이드 AE는 “사실 팔로어는 ‘대놓고 하는 광고’에 대해 반감을 갖지 않는다. 이런 심리는 최근 싹쓰리가 대놓고 광고한 새우과자와 음료의 PPL을 불편해하지 않는 소비자 반응에서 확인된 바 있다. 팔로어가 인플루언서에게 기대하는 것은 태초부터 진정성이기 때문에, 그들이 구독자를 활용해 돈을 버는 행위조차 애정으로 이해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뒷광고 사태를 계기로 거짓말은 인간적인 배신감을 안긴다는 진리가 유튜브 세계에서도 확인됐을 뿐이다”라고 소비자의 분노를 설명한다.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제품을 찬양하기만 하는 뻔한 광고와 다른 것은 ‘소통’ 기능에 있다. 크리에이터는 생생한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정보를 공유하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며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한다. 그런데 대가성 광고에서는 소개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점은 축소되기 마련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다. 먹방을 보고 샀는데 맛이 없는 먹거리부터, 유튜버가 ‘뽐뿌’를 넣어 산 화장품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상황까지, 어느 것 하나 돈 아깝지 않은 시행착오는 없다. 게다가 은밀한 뒷거래에 대한 소득 신고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니 뒷광고 논란은 크리에이터의 탈세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상에 나쁜 크리에이터는 없다?

뒷광고 사태는 10년 전 파워 블로거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서비스를 소개한 일부 블로거들은 블로거 모두에게 ‘파워 블로거지’라는 오명을 지운 채 몰락했다. 경계해야 할 대목은 몇몇 사람의 부조리 때문에 블로그라는 플랫폼 자체가 신뢰를 잃고, 이에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됐다는 점이다. 시대를 선도한 플랫폼이 쇠퇴하는 씁쓸한 역사를 목도했기 때문일까? 뒷광고 사태로 인해 크리에이터 전체를 싸잡아 잠재적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아쉽다. 같은 맥락에서 하유진 HS애드 미디어플래너는 “이번 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인플루언서 세계에서 ‘속임수’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뉴미디어 마케팅은 빠르게 바뀌고 진입 장벽도 낮다. 빠른 변화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많기에 인플루언서 본연의 생태계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논란이 ‘인플루언서 생태계 죽이기’로 흘러가는 방향은 옳지 않다. 인플루언서는 뒷광고 사태를 계기 삼아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받기 위해 자정 능력을 키우고 양질의 콘텐츠로 생태계의 진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뒷광고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크리에이터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하면서 정보와 재미를 전한다는 순기능은 변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 마녀사냥 대신, 끝까지 지켜내야 할 가치는 유튜브가 창작자의 영역을 넓히는 무한한 우주라는 점이다. 이 세계에서는 말이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접하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물욕마저 진심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뒷광고는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생채기 하나가 온몸을 곪게 두기보다는 단단한 새 살이 돋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문에 뒷광고 부작용을 변화무쌍한 뉴미디어 생태계가 발전해나가는 건설적인 계기로 여기는 관점도 필요하다. 뒷광고를 과도기에 겪어야 할 불가피한 과정으로 용인하자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의 계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임한나 AE 또한 “이번 사태로 인플루언서에게 화살이 쏠려 있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그럴싸한 명목하에 이들을 통해 쉽고 편하게 광고 이득을 취하려 했던 마케팅업계도 뉴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것은 아닌지, 알면서도 눈감고 모른 척한 건 아닌지,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뒷광고 사태가 남긴 상처는 오히려 이 세계에서 진정성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니 앞으로 인플루언서, 팔로어, 마케터가 함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뒷광고 논란은 아직 가이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가 난무하는 뉴미디어가 한 번은 겪어야 했을 성장통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레거시 미디어 시절부터 존재해온 방식이지만, 오랜 역사에 비해 유가 콘텐츠와 순수 콘텐츠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PPL의 경우 광고라는 설명 없이 제품이 노출되는데,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바로 이 ‘적정선’이라는 것이 여러 논란을 거쳐 여전히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다. 크리에이터가 일상 콘텐츠로 위장한 광고를 제작하는 데 죄책감이나 경계심이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뒷광고 개정안은 뉴미디어업계가 유가 광고 명시에 대한 명확한 규칙과 약속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보다 촘촘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반증이다.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자정해나가지 않으면 뉴미디어 플랫폼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많은 크리에이터를 향한 진정성 논란 속에 새삼 조명받은 것 역시 진정성이라는 가치였다. ‘광고’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라면 뉴미디어가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동안, 소비자 역시 한층 똑똑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명해진 소비자는 상업광고에 조장되지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속임수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때때로 우리는 누구나 소비자가 된다. 콘텐츠에 공감할 때, 제품에 관심을 가질 때, 그것을 계기로 지갑을 열 때, 모든 순간에 소비자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결국 마음이다. 그것이 순간의 물욕이라 할지라도, 그마저 그 순간만은 진심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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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하예진
  • Photo by Jobe Lawrenson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