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 되는 법 5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Love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 되는 법 5

누구와도, 혹은 원하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친밀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케미’ 좋은 여자 안에 그 답이 있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9.13
 
여자가 물었다. “어떤 사람이 좋아?” 남자가 답한다. “음. 밝은 사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해사하게 웃으며 답한다. “나 밝아.” 남자는 수줍은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하트시그널 시즌3〉(이하 〈하트시그널3〉)에 출연한 이가흔과 천인우의 첫 데이트 때 얘기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다음 날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야, 어제 이가흔 말하는 거 봤어? 멋있더라.” 남자들의 표를 많이 받은 건 여리여리한 얼굴의 다른 여자 출연자였지만 여성 시청자들의 ‘하트’는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며, 시시때때로 꽉 찬 직구를 던지고, 함께 출연한 모든 사람과 시원시원하게 잘 어울린 이가흔에게 몰렸다. 이성에게 잘 어필하는 것과 성별, 알고 지낸 기간,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는 것은 꽤 차이가 있다. 전자엔 주로 ‘여우 같은’, ‘얄미운’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다. 후자는? ‘털털한’, ‘성격 좋은’, ‘솔직한’ 같은 단어 중에서 적당한 표현을 찾다가 누군가 불쑥 꺼낸 말이 귀에 들어왔다. ‘케미’가 좋은 사람. ‘서로 끈끈하게 잘 통한다’, ‘코드가 잘 맞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케미스트리’는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성취하며 즐겁게 사는 데 가치를 둔, 연애와 사랑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며 선택 가능한 영역인 MZ세대가 추구하는 관계를 설명할 때 더없이 어울리는 표현이다. 서로의 일상을 크게 침범하지 않고 적당히 느슨한 관계 속에서 상대와 잘 맞는지, 코드가 비슷한지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케미가 좋은 사람은 그 탐색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걸 찾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그 탐색의 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사람.
이 정의를 남녀 관계에 대입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앞서 말한 〈하트시그널3〉의 이가흔이나 ‘척’과 내숭 없이도 남성 동료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는 장도연처럼 케미를 잘 만드는 여자가 가진 공통분모는 뭘까? 책과 주변의 연애 전문가들을 탈탈 털어 답을 구했다. 내 얘긴 참고 남자 얘길 잘 들어주는 여자, 그의 말이 별로 재미없어도 깔깔 웃고 맞장구치는 여자, 뭔가를 조금씩 숨겨서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자 같은, 그러니까 20년 전에 출간된 연애 지침서에서 ‘남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여자가 해야 하는 행동들’에나 실린 답변이 돌아왔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한 성 역할의 착오 속에서 흐름의 변화를 기민하게 읽는 심리학자, 상담사, 연애 컨설턴트를 다시 찾았다. 그들과 함께 탐구한, ‘진짜 케미’를 가진 여자들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연애 법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많은 연애 지침서에서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며 연애를 잘하려면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여성·젠더·섹슈얼리티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마리 루티 박사는 ‘남성 심리’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남자의 마음을 빼앗는 필살 연애 기술 같은 것은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서점에 이런 테크닉을 가르치는 책이 넘쳐난다고요? 그것은 이런 테크닉이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 남녀가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 더 쉽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관계를 주도하는 여성은 ‘고백은 남자가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락이 오면 곧바로 답장하지 않고 안달나게 한다’ 같은 연애 불변의 법칙 같은 것에 딱히 관심이 없다. 대신 자신이 ‘그 사람’과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지를 명확히 알고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할 뿐이다. 외국계 금융 기업에서 일하는 이민지(32세) 씨는 그가 가벼운 ‘썸’을 타며 알아가고 싶은 남자인지, 진지한 연애로 발전시키고 싶은지, 결혼까지 가고 싶은지에 따라 태도를 결정해왔다고 말한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한 3주 동안 몇 번 데이트했는데, 뭔가 밍기적거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죠. 나랑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그냥 심심할 때 데이트나 하고 싶은 건지. 후자라면 나는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으니 네 입장을 정리해서 알려줘라. 그랬더니 2시간 후에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사귀자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사람과 끝까지 이어진 건 아니지만, 반년 조금 넘게 연애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죠.” 우리 모두 알다시피 통념에 빠진 연애서는 오늘날의 달라진 연애, 남녀 관계, 성 역할을 품기엔 너무 낡았다. 그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오직 자신의 감정에 달렸다는 것을 잊지 말자.  
 

생각에 파묻히지 않는다

직구를 던져 관계를(혹은 사랑을) 쟁취하는 사람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거나 전략을 세우는 등 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상대가 한 말이 무슨 의도였는지 생각을 쥐어짜거나 지난번 만남에서 자신이 한 행동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후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수록 정작 본질에 소홀하게 된다. ‘나와 그의 관계’라는 본질 말이다. 특히 사랑 앞에서 기회비용을 재고,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앞뒤를 따지고 조심성을 발휘하는 것은 효용도, 소용도 없다. 루티 박사는 사랑에 조심성을 적용하는 것은 브레이크를 걸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13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연애언어TV〉와 네이버 카페 ‘연애언어연구소’를 운영하는 연애·관계 컨설턴트 성민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먼저 표현하는 것이 꺼려진다”, “좋아하는 티를 냈다가 잘 안 되면 상처받을 것 같다”는 고민으로 주저하는 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타고난 친화력, 직진하는 성격, 유려한 말솜씨 등이 관심 있는 상대와 케미를 만드는 방법일까요? 주로 먼저 호감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남자 입장에선 여자의 화려한 언변보다는 (거절당할 수 있음에도) 먼저 마음을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자극을 받습니다. 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모두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기 때문이죠.” 사실 누구나 사랑 앞에서 혼란스럽고 고민이 많으며 불안을 느낀다. 직구를 던지는 사람은 그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여 자신의 감정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것일 뿐이다.
 

약점을 기꺼이 드러낸다

케미가 좋은 사람은 ‘약한 척하는 모습’이 아니라 ‘약점’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런 행동은 남녀 관계 이전에 인간적인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당신의 ‘베프’와 처음 진정한 친밀감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아무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나 결핍을 비밀스럽게 나눈 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됐다고 느낀 그때 말이다.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도 절망할 때가 있고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을 할 때도 있다. 가끔은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감정을 스스로 보듬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계를 깊이 다지고 싶은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건강한 해소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굳이 책잡힐 일을 벌이고 싶지 않다고? 김지현 심리 상담사는 그런 사람들 중엔 자신의 약점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한다. “호감을 얻기 위해 혹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숨기거나 속이고, 자기를 뜯어고치려고 할수록 자존감은 점점 떨어집니다. 자신을 꾸며서 얻은 감정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건강하게 지속되긴 어렵습니다.”
 

거절과 실연에 맞선다

다양한 사람과 ‘끈끈하게 잘 통하는’ 사이를 만들어온 사람은 그만큼 자주, 많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아마도) 적지 않은 거절과 이별을 경험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이들은 원하는 관계를 쟁취하지 못해도 ‘다음 장’이 있다는 걸 알고 또 다른 인연을 찾아 나서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반면 호감 가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혹은 사귀는 사람과 관계를 진전시키거나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남자와 케미를 만들 기회조차 스스로 박탈시킨다. 회사원 이다혜(29세) 씨가 그런 경우다. “전 남자 친구와의 이별 상처가 너무 커서 새로운 인연이 다가와도 두려워하고, 혹은 마음이 끌리는 남자에게 다가갈 기회를 꽤 오랫동안 외면했어요. 가뜩이나 일도, 사는 것도 팍팍한데 그런 아픔을 또 겪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썸 타는 것조차 두렵더군요. ‘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거절당하면 어쩌지? 마음을 열면 돌변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내가 어디가 부족하지?’ 같은 생각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지고요.”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심리학, 연애를 부탁해〉를 쓴 이계정은 이런 여성들에게 “상대가 거절한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며, 그저 나의 마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루티 박사는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라고 느낀다면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고 단호히 충고한다. “나를 원치 않는 남자는 나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가치가 있는 남자라면 당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튕기기 게임에 뛰어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남자와의 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뿐입니다.”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남자와 좋은 케미를 갖는, 즉 원하는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연기를 하지 않는다. 자기 감정이나 성격을 숨긴 채 남자가 좋아할 만한 모습을 보여줘 가까워진 관계는 건강하게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트시그널3〉에서 직언의 궁극을 보여준 이가흔 역시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낸 경우. 그가 남긴 말(“나는 되게 확실한 편이다. 일단 호감이 생기면 상대를 헷갈리게 하지 않는 성격이다”, “너의 행동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친절인지 나의 마음을 사기 위한 의도인지 헷갈린다”)은 단지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혹은 감정을 흔들기 위해 꾸민 말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 성격,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이나 궁금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루티 박사는 저서 〈하버드 사랑학 수업〉에서 특히 여전히 많은 유능한 여성이 남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혹은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강점, 독립성 등을 숨기고 남자의 비위를 맞추며 자존심을 세워주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이를 원합니다. 개성을 발산하는 여성은 사랑스럽습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여성은 섹시합니다. 이런 것은 있는 척할 수 없습니다. (중략) 괜찮은 남자라면 위조품과 진품을 알아보겠죠.” 케미 좋은 관계의 핵심은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어울리는 것에 있다.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척’하는 가식적인 모습에 그의 진심이 움직일 리 없다는 걸 기억하자.

Keyword

Credit

    Freelancer Editor 류진
    Photo by Getty Images
    Digital Design 온세미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