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져랩 콘텐츠팀 박수빈(팀장, 29세), 김가영(PD, 27세) 여성을 위한 기쁨 브랜드, 플레져랩의 마케팅을 담당한다. 여성이 성에 대해 당당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것이 모토다. 오프라인 섹스 토이 숍 운영과 함께 내 몸을 잘 알기 위한 성교육, 섹스를 어려워하지 않게 돕는 섹스 팁 등 ‘여성이 어디 가서 물어볼 수 없는’ 성에 대한 다채로운 주제의 영상을 기획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는 도발적이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밸런스를 맞추는 게 생명이에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꼭 지키는 선이 있다면요?
박수빈(이하 ‘박’)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교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정적이기만 한 영상은 보고 나면 남는 게 없거든요. 대신 저희는 최대한 담담하고 잔잔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요. 내용은 발칙한데 BGM을 클래식으로 선정한 이유도 교양 콘텐츠처럼 보이기 위한 의도였고요.
조곤조곤 ‘성’을 논하는 모습이 꼭 목회자 같더라고요. 반응이 가장 좋은 콘텐츠는 뭐예요?
박 단연 ‘섹스를 잘하는 비밀’이에요. 그 밖에도 ‘여성이 침대 위에서 남성에게 원하는 것’ 같은 주제는 반응이 꾸준해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상대방이 잘 느끼고 있는지 더 알고 싶은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떻게 하면 ‘플레저’를 찾을 수 있는지 안내하는 거예요. 기존에는 성에 대한 콘텐츠가 남성 위주라, ‘삽입하자마자 오르가슴’ 같은 말도 안 되는 서사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죠. 그런 의식이 내재되다 보니 한국의 많은 여성은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게 성 불감증이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오르가슴은 자기 몸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확실한 건 삽입만으로는 여성이 절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거예요. 저희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게 섹스에 자신감을 가지라며 용기를 불어넣고 싶어요.
콘텐츠에서 오르가슴에 이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강조하나요?
박 가장 중요한 건 ‘릴랙스’예요. 한국 여자들은 섹스할 때 걱정이 너무 많아요. ‘이 체위를 하면 뱃살이 너무 드러나겠지? 얼굴이 이렇게 보이겠지? 내가 잘 못하면 어떡하지? 못 느껴도 느끼는 척해야 하나?’ 온갖 걱정을 하느라 섹스에 집중하지 못하면 당연히 오르가슴을 못 느끼죠. 내가 좋아하는 자극에 포커스를 맞추되, 완벽히 릴랙스하는 게 필요해요.
성감대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위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죠.
김가영(이하 ‘김’) 내 몸에 대해 먼저 알지 못하면 절대 오르가슴에 이를 수 없어요. 클리토리스 자극도 중요하지만, 파트너가 삽입할 때도 본인이 오르가슴 포인트를 알고 있으면 더 만족스럽게 사랑을 나눌 수 있죠. 그래서 딜도로 그 포인트를 찾아보라고 권해요. 단, 클리토리스 자극을 먼저 알고 나서 지스폿 자극을 탐구해야 해요. 레벨 1을 마스터한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셈이죠.
여성 역시 자유롭게 욕망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여성을 위한 성인 콘텐츠의 근간일 텐데요. 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는 응원이 ‘유교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선언으로만 끝나는 경우도 많죠. 이에 대한 고민도 있겠어요.
김 다들 얘기하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 섹스라는 생각도 들어요.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자기 경험을 얘기하긴 부끄러운 거죠. 자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더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고요.
박 결국 섹스를 ‘잘’하고, 섹스에 자신감이 있다는 건 내 쾌감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출 줄 안다는 거예요. 남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 섹스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만약 사랑을 나눌 때 상대에게 불만이 있다면, 소신 있게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상대의 쾌락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의 욕망에 대해 분명히 소통하는 게 중요하죠.
연인끼리 서로 상처받지 않고 섹스에 대한 피드백을 잘 주고받는 팁이 있어요?
박 침대 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좋아요. 나중에 뜨거운 분위기가 끝나면 말하되, 돌려 말하지 말고 당당하고 명확하게 나의 취향을 얘기해보세요. 물론 ‘솔직히 나 이거 별로야’라는 피드백은 상대방에게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싫었다고?”라는 좌절을 안길 수도 있지만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나도 상대에게 완벽하게 하지 않잖아요.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일 뿐, 상처를 받을 필요 없어요.
김 상대방의 피드백은 내가 섹스를 더 즐기고 잘하게 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예요. 한 사람의 취향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질 필요도 없어요. 성적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지 않는 촉감을 선호하는 사람도 분명 있거든요. 그의 피드백을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 다음에 더 좋은 남자를 만나면 돼요. 하하.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지향하는데, 유독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은 뭐예요?
김 성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도 콘텐츠에 반영하려 해요. 그래서 성을 남녀의 이분법으로만 구분하지 않기 위해 남성, 여성이라는 단어보다는 파트너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섹스 토이 체험기 영상을 예로 들면, 어떤 분들이 사용할지 모르니 “상대방 혹은 파트너에겐 이것을 해주세요”라는 대사를 하는 식이죠.
플레져랩이 생각하는 ‘기쁨’과 ‘더 나은 섹스 라이프’란 뭔가요?
박 어제보다 오늘 나에게 더 솔직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 감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은 좀 더 발전하고 느낄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극락에 가 있는 거죠. 하하. 한 사람이 느끼면 상대방도 만족스러워하기 마련이에요. 섹스는 둘이 합을 맞춰나가는 거니까요. 내가 즐거우면 상대방도 즐겁다는 믿음을 갖고 당당하게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김가영 재킷 79만원 준지. 티셔츠 9만8천원 포트레이트 리포트. 데님 쇼츠 2만9천9백원 H&M. 이어 커프 19만6천원 르이에. 양말,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수빈 티셔츠 2만5천원, 데님 팬츠 8만9천원 모두 앤아더스토리즈. 이어 커프 17만5천원 포트레이트 리포트. 양말,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