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싱글일수록 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어떻게?!

혹자는 싱글이 쉽게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아이 교육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할 필요도 없고, 집 장만에 목맬 필요도 없이,오롯이 자기 몸만 건사하면 그만 아니냐는 것. 모르는 소리! 싱글들도 돈 쓸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반박 불가인 건,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정신 더 바짝 차리고 돈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BYCOSMOPOLITAN2020.08.02
미혼? 비혼? 그게 뭐든!
몇 해 전, 당시 40살이던 선배가 말했다. “네가 이 회사를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퇴사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하는 것과 돈이 있음에도 회사를 다니고 싶은 건 천지 차이야.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 되든 상관없이 열심히 돈 모아.” 회사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내 귀에 콕 박힌 말이었다. 당시 나는 1년에 500만원을 모은 게 뿌듯해 가방을 사고, 연말에 보너스 받은 게 기뻐 코트를 지르는 생활을 했다. 어차피 돈을 모으기엔 내 월급은 박봉이었고, 돈을 아끼자니 난 겉멋 잔뜩 든 잡지 기자였으니까.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며 10여 년이 흘렀다. 결과는 어떻냐고? 통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둔 친구들과 만나 어쩌다 돈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움찔하며 위축된다. 그게 내 현실이다. 핑계는 있다. “대기업 다니는 ‘느네’들보다 내 월급은 너무 적어. 얼마냐고? 그건 말할 수 없지.” 후회는 없지만, 불안함의 농도는 더욱 진해졌다. 어떤 이들은 결혼해야 돈이 모인다고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싱글이야말로 돈을 잘 모을 수 있다고 한다. 30대 중반 싱글인 난 둘 다 공감한다. 어떤 상황이든 개인의 의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자면, 싱글이 돈을 잘 모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위더스자산관리의 이세진 이사는 말한다. “확실히 싱글들의 지출 목록은 단순해요. 시댁과 아이가 없으니 결혼한 친구들에 비해 거의 절반이 죠. 부모님이 노후 준비만 잘돼 있다면 오롯이 나만 챙기면 되니깐요.” 어떤 상황에서든 비빌 언덕을 만들어놓는 건 중요하다(부모가 그 언덕이라면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30대 싱글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안정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시기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에 비해 커리어나 수입이 안정적이지만, 나이는 먹어간다. 결혼이라는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이 시기를 넋 놓고 보내다 보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40대, 50대, 60대를 맞이하게 된다. 모든 연령대에 불안은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갑자기 실업자가 되고,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을 누가 예측했겠나? 어떤 상황이 와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하자
“최근에 재테크 강좌를 들으러 간 적이 있어요. 수강생들 대다수가 남성이었고, 몇 명의 여성은 대부분 아이와 함께 온 주부들이었죠.” 부동산 경매 강의를 들은 30대 회사원 P씨의 말이다. P씨는 함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을 싱글이라고 밝히자 모두 의아해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희귀한 광경을 본 듯한 반응이었어요. 그리고 돈이 이미 꽤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들은 30대 싱글 여성을 소비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돈과 시간 써서 재테크 강의를 들으러 올 필요가 없는 사람들. 실제로 기업들은 앞다퉈 30대 싱글, 특히 여성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내놓느라 바쁘다. “사람들은 30~40대 싱글 여성은 취향을 따지고, 돈이 급하지 않다고 봐요. 반면에, 돈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게 자연스럽고, 또 실제로 재테크에 관심이 더 많은 것도 남성이죠.” 이세진 이사의 말이다. 주변의 직장 다니는 남자들 말이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주식, 부동산이 주제다. 혹은 부업, 창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된 원인을 근본적으로 따지고 든다면 임금 성차별, 가부장적인 성 역할 등부터 짚어야 하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며 손 놓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돈에 대해 말하는 걸 꺼려한다. “우리 여성은 돈을 자유나 선택권,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 아닌 지루함과 두려움을 주는 대상으로 여긴다. 자기는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뼈 빠지게 일해서 녹초가 되었으니 이제 누군가에게 책임을 넘기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의 머니 스토리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과 같은 동화가 된다.” 재무설계사 어맨다 스타인버그가 쓴 책 〈여자들에게, 문제는 돈이다〉에 나와 있는 말이다. 요즘엔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취집이나 가라”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만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20~30대 때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았어요. 돈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으니, 다들 저와 똑같은 처지라 생각했죠.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무리해서 2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대출을 끼고 사서 이제 빚더미에 앉았다고 하면서 말이죠. 아무리 반 이상이 은행 거라고 해도, 자기 집이 있는 그 친구에 비해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전 아직 반전세살이 신세를 면하지 못했거든요” 40대 회사원 J씨의 말이다. 일을 계속한다면, 연차가 쌓임에 따라 수입도 좋아진다. 다만 그만큼 소비의 규모도 커진다. 일명 ‘품위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것. 나이 들수록 돈 모으기가 어려워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니 닥쳐서 돈을 모은다 생각하지 말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 전에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낫다. 이세진 이사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통장에 몇 푼이라도 쌓이는 40대가 돼서 용기를 내 재테크에 성공한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받아 무리하게 주식을 하거나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고 경험하는 건 재테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도전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리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하니까 싱글?

결혼 여부를 떠나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걸림돌은 집이다. 특히나 싱글에게  부동산 정책은 늘 비껴간다. 그렇다고 비난만 늘어놓기엔 시간이 없다. 1인 가구의 유리한 점을 살려 집을 구하는 것은 어떨까? 요즘처럼 대출 금리가 낮다면 월세보단 전세, 전세보단 매매로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싱글들이 집을 구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단출하다는 것이다. 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육아와 교육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하기보다 내 몸을 안전하게 둘 곳이면 된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대. 월급쟁이 연봉으론 엄두도 낼 수 없는 액수다. “서울에 의외로 매매가 4억대인 아파트가 있어요. 물론 소위 말하는 북한과 가까운 곳에 인접한 변두리에 있긴 하죠. 하지만 차가 있거나 교통만 편리하다면 사는 데 큰 문제가 되진 않아요.” 이세진 이사의 말이다. 또한 싱글은 애가 있는 부부들보다 시간이 많다. 허름한 아파트를 사도, 재건축 승인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있다는 말이다.
월셋집을 전전하는 싱글들은 월세가 갑작스럽게 오르지 않는 이상, 한번 자리 잡은 집에서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는 싱글들이 돈을 못 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겉보기엔 주말마다 서핑 가고, 아웃렛 가며 화려한 싱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재무 상태를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생활의 종지부는 빨리 찍으면 찍을수록 좋다. 30대 후반 회사원 S씨는 그걸 차곡차곡 행동으로 옮긴 케이스. “처음 상경했을 때 지하 원룸 월셋집에서 살았어요. 열심히 돈 모아서 지상에 있는 집을 구하자 목표를 정했죠. 혼자 살더라도 조금이라도 깔끔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 인테리어를 약간 바꿨는데, 제가 나갈 때쯤 집주인이 그 집 월세를 1.5배 올려 받더라고요.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집으로 이사 갈 때는 허름하지만 작은 빌라 하나를 샀어요. 그리고 내부 리모델링을 다 해서 나중에 남들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았죠.”
그렇다면 종잣돈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돈을 얼마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부터 돈을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판나요. 월 200만원을 버는 사람과 월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있다고 쳐요.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그 달에 그 돈을 다 쓰면, 늘 돈이 부족한 건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에요.” 이세진 이사의 말이다. 지출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통장에 소액이 있더라도 훨씬 전망이 밝다.
요즘 주식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세진 이사는 이런 흐름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니 간절함과 긴박함이 없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쫓기고 상황에 몰리게 되죠. 비슷한 나이대에 친구가 주식으로 대박 났다면 자극을 받아야 하고, 누가 집을 샀다고 하면 배 아파하세요. 돈에 욕심을 내고, 땅이나 주식을 공부해야 해요. 그 어느 때보다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때예요.”
최근 난 10만원짜리 샌들을 사려다 말았다. 대신에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책장에는 돈과 관련한 책이 쌓이고 있고, 경제 미디어 메일링 서비스도 날마다 챙겨 본다. 백수가 되든, 비혼자가 되든, 어떤 상황이 와도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 돈은 날 완벽하게 만들진 않아도 덜 비참하게 만드는 건 분명하니 말이다.

Keyword

Credit

  • Editor 전소영
  • Digital Design 오신혜
  • Photo by Stoc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