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똑똑하게 쓰는 방법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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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똑똑하게 쓰는 방법

퇴직금을 어떻게 쓸 건지 계획을 세워본 적 있는가? 혹시 ‘영끌’ 열풍에 걸맞게 공모주 펀드에 투자할 종잣돈으로 쓸 예정인지? 그 목돈을 ‘쓸’ 생각만 했다면 잠시 주목하자. 코스모가 전문가와 함께 퇴직금의 진짜 가치를 알려주겠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10.05
 

퇴직금, ‘영끌’ 자금?

희망퇴직이 2030을 겨냥한다.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에서 일하던 박시연(가명, 29세) 씨 역시 얼마 전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퇴사한 경우. “퇴직연금은 없는 돈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기약 없는 재취업 때문에 고민이에요. 노후 자금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조언을 듣기는 했지만… 지금 저 돈을 굴려 재테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가 해서 불안해요.” 퇴직·퇴사 이슈와 관련이 없는 2030도 어느 때보다 퇴직금에 관심이 많다. 
입사 7년 차 마케터 유현진(가명, 32세) 씨 역시 유례없는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받고 대출금까지 끌어모아 집을 샀다. “30대에 ‘내 집 마련’은 생각도 안 했는데, 전세가 아예 없거나 터무니없이 오르니까 불안하더라고요. 집값이 일주일에 몇천만원씩 오르는 걸 보면서 ‘안 되겠다’ 싶어 퇴직금, 대출, 부모님 돈까지 다 끌어모아 서울 근교에 오래된 아파트를 샀어요.” 퇴직금이 필요한 연령대, 용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나도 남들처럼 퇴직금을 ‘영끌’해 공모주에 투자해야 할까? 팬데믹이 야기한 유례없는 경제 불안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금,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모으는 게 맞을까? 코스모가 전문가들과 함께 퇴직금의 세계를 짚어봤다.
 

그냥 ‘목돈’이 아니다.

인생은 한 번뿐! ‘지금’을 누리자.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자. 코로나19 전, 꽤 많은 밀레니얼이 이 달콤한 문장을 인생의 만트라로 삼았다. 회사원 김혜인(가명, 34세) 씨도 그중 하나다. “5년 전, 그러니까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올해 꼭 퇴사해 서른을 새로운 도전의 해로 맞이하자’고 다짐했어요. 퇴직금 1000만원은 20대를 치열하게, 열심히 산 나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해 퇴사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퇴직연금 계좌를 해지했죠.” 그러곤 바로 뉴욕으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났다. 경비로 600만원 정도를 썼고, 남은 돈은 소호에서 가방과 구두를 샀다. 1000만원이 그렇게 맨해튼의 안개같이 사라졌다.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여행은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퇴직연금을 깨지 말고, 차라리 적금을 깰걸. 미리 돈을 좀 모을걸. 그런 후회는 들더라고요. 퇴직연금을 해약하면 세금도 더 내고 복리 혜택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거든요.”
김혜인 씨처럼 퇴직급여가 퇴직금이 아니라 퇴직 ‘연금’이라는 사실을 놓치는 이들이 의외로 꽤 있다. 퇴직금을 단순히 ‘목돈’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처음 도입된 2005년 이전엔 모두가 그랬다. 회사가 알아서 관리하고, 퇴사자 혹은 퇴직자에게 한 방에 ‘큰돈’을 쥐여주던 시절. 금융 전문가들은 국가가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퇴직연금 의무 가입 대상을 규정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근로자가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연금 같은 건 나중 문제고, 사업이나 해볼까? 주식 투자로 한몫 잡아볼까?’ 같은 생각을 하는 무모한 모험가를 대신해 노후 연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것. 2022년엔 모든 사업장(10인 미만)이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거기에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활용할 때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도 만들었다. 이쯤 되면 눈치챘나? 급박한 상황,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퇴직급여는 ‘연금’으로 쓰는 게 가장 이득이라는 사실 말이다.
 

암호 같은 퇴직연금의 세계

당신의 퇴직연금은 다음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가? DB? DC? IRP? 이 질문에 곧장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단락을 그냥 지나쳐도 좋다.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르겠다면 잠시만 인내심을 갖고 정독하길 바란다. 요약하면 이렇다. DB(Defined Benefits)는 확정 급여형 퇴직연금이다. ‘액수는 정해졌으니 넌 받기만 하면 돼’로 이해하면 쉽다. 금액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 연수를 곱해 산정된다. 회사가 직원의 퇴직연금을 금융회사에 직접 맡겨 운용하며,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모든 책임과 권한, 혜택을 회사가 짊어진다. 그 때문에 대부분 안정형 상품 위주로 투자한다.
DC(Defined Contribution)는 확정 기여형 퇴직연금이다. 돈은 회사가 넣어주고 금융 상품 선택·운용은 직원(근로자)이 직접 한다. 매달 넣는 돈은 매해 연봉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이다. 그 운용 결과에 따라 향후 받을 연금이 결정된다. 당연히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투자 성과가 좋으면 수익이 퇴직연금 산정에 반영돼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책임은 물론 근로자에게 있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하면서 지급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제도다. 이직, 퇴사, 퇴직 후에도 한도액 내에서 자율적으로 돈을 적립하고 운용할 수 있다. DB, DC의 가입 주체가 ‘회사’라면 IRP는 개인이다. 자신의 필요, 투자 성향과 맞는 금융회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퇴직연금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싶은 이에게 적합하다.
 

금쪽같은 퇴직연금을 위한 전략

DC, DB, IRP를 선택할 수 있는 회사에 재직 중인 이도 있고, 회사가 정해주는 대로 가입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유형이든 평생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면 다음에 서게 될지 모를 ‘퇴직연금’의 선택 기로에서 돈이 새지 않는 방향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신한금융투자 문정 라운지의 정하영 PB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연봉 상승률이 높고, 장기 근속자일수록 지급받는 퇴직연금 규모가 마지막에 받는 연봉에 좌우되는 DB형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운용 상품의 수익률, 원금 손실 여부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금융 정보 및 재테크에 취약한 이들이 선호한다. 단, 퇴사 전까진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연봉 상승률이 딱히 높지 않고 단기 근속을 계획하고 있다면 DC가 유리하다. 단,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도록 하자. 이직, 퇴사가 비교적 잦은 직군에서 일한다면 IRP가 유리한 선택지다. 퇴사 후에도 연간 1800만원 한도 내에서 만 55세 전까지 납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특히 IRP의 세액 공제 혜택을 십분 활용한다. 700만원 한도 내에서 붙는 기타소득세를 무려 16.5%나 감면해주기 때문이다(연봉 5500만원 기준, 그 이상은 13.2%다). IRP 계좌에 모은 돈을 만 55세 이후에 수령하면 퇴직금에 붙는 소득세도 30% 감면된다. 또 IRP로 수익을 내서 얻은 이자, 배당 소득이 있다면 일반 저축, 투자를 통해 받은 이자, 배당 소득에 부과하는 15.4%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셈에 밝은 사람들이 미리 계산한 세금 감면액의 최대치는 무려 115만5000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구 따라 산 주식보다 훨씬 안정적이며 수익률이 높은 ‘투자’ 방식일 수 있다는 뜻이다. DC와 DB는 당연히 중복 선택이 불가능하지만, DC와 IRP, DB와 IRP를 함께 운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전 직장에서 퇴사한 후 IRP 계좌를 통해 받은 퇴직연금을 개인적으로 따로 운용하면서 새로운 회사의 퇴직연금을 같이 쌓아나가는 식. 이유는 물론 이 쏠쏠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다.
물론 IRP가 언제나 달콤한 건 아니다. 만 55세 이전에 중도 해지할 경우 그동안 세액 공제로 환급받은 금액을 도로 뱉어야 한다. 따라서 20~30대 시기엔 퇴직금과 별개로 비상금과 적금을 통해 자신이 받는 연봉 수준의 목돈을 모으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수입의 최소 절반 이상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하영 PB는 ‘퇴직연금’을 ‘투자’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연금과 적금을 깨서 주식에 ‘영끌’ 투자하는 20~30대가 많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봅니다. 그런데 꼭 ‘주식’만이 투자일까요? 시대 흐름에 맞는 금융 상품 역시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 대표적인 예죠. 아직 1년 동안 모을 수 있는 금액이 300만~400만원 정도라도 10년, 20년간 쌓이면 큰돈이 됩니다. 돈을 모으는 힘은 ‘돈’ 자체가 아니라 꾸준함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Q&A 

2030의 퇴직금 궁금증을 위해 정하영 PB가 직접 나섰다. 
 
20대 후반인 제겐 은퇴 후 노후 자금이 너무 먼 미래예요. 퇴직연금 수익률이 수수료를 빼면 크게 높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그래도 IRP 계좌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민지(가명, 28세, 회사원)
IRP의 수익률은 어떤 상품으로 운용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은 1%대입니다. 실적 배당 상품은 투자하는 지역과 섹터 등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납니다. 수수료는 금융사마다 다르지만 신한금융투자 기준으론 연 0.25%입니다. 1000만원을 1년간 운용할 경우 2500원이라는 뜻이죠. 또한 장기 고객 수수료 할인 혜택이 있고 일반 계좌로 가입하는 금융 상품보다 보수(펀드 운용에 드는 비용)가 더 저렴합니다. 펀드의 전체 수익률이 궁금하다면 이용 중인 금융사에 문의해 안내받아보세요. 연금은 상대적으로 장기 운용 상품이기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추천드립니다.
 
다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친구들이 차곡차곡 쌓는 퇴직금은 부러워요. 프리랜서가 스스로 퇴직금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 혹은 금융 상품이 있을까요? -박소미(35세,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역시 IRP 가입이 가능합니다. 사업자 등록을 했다면 사업자 등록증을,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는 매년 국세청에 신고한 종합소득신고용 소득금액증명원을 준비해 IRP 가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경우 일시적으로 큰돈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수입이 적은 기간도 있기 때문에 일반 회사원보다 더 신경 써서 자금 관리를 해야 합니다. IRP를 ‘투자’의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검토해보세요. 참고로 향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G2(미국, 중국)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스닥이 현재 전 세계 시총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주요 국가들에 분할 매수 형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펀드, ETF, 개별 주식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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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reelancer Editor 류진
    Photo by Getty Images
    Digital Design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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