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야? 나야? 난 왜 친구를 질투할까?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Love

남친이야? 나야? 난 왜 친구를 질투할까?

연인 사이에는 제3자가 나타나야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되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둘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1%라도 질투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 질투로 얼룩진 우정은 어떻게 재정비하는 게 좋을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5.13
 
 
그동안 ‘연애 감정’에 대해서는 간질간질한 썸부터 헤어진 연인을 다시 붙잡는 구질구질한 법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나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는 그만큼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코피셜’에 따르면 요즘 여성 둘 중 하나는 결혼을 원치 않지만, 비혼주의자도 친구는 만난다. 당신의 ‘평생 동반자’는 남편이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친구와 잘 지내는 법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질투’를 다루는 방법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오히려 연인 사이보다 다양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바로 친구 사이니까 말이다. 코스모는 친구 관계에서 질투를 느끼는 4가지 사례를 수집했고, 국제정신분석가이자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의 저자인 성유미 원장이 그 내용을 분석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그의 핵심 조언 하나. “어떤 유형의 질투든 그 안에는 또 다른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어요. ‘질투’ 그 자체에 집착할 게 아니라 어떤 원인으로 발생한 질투심인지를 따져보고 그 세부적인 감정에서부터 접근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죠.”

 

 
분명 이성애자인데 왜 친구 때문에 질투할까요?
저는 친구와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친구 사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 반대예요. 둘이서 사소한 문자를 주고받다가 별거 아닌 부분에서 ‘읽씹’을 당하면 밤새 고민하기도 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말실수 했나?’ 하면서요. 그런데 다음 날 그 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밝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갑자기 저보다 그 친구와 매일 종일 문자하고 더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된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죠. 제가 소외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요. 고등학생 때는 딱히 마음 기댈 곳이 친구밖에 없어 그런가 보다 생각했고, 대학생이 돼서는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가 싶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도 이런 마음은 사라지질 않더군요.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저는 고작 친구 한 명에게 신경 쓰느라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곤 할까요? 이제는 이 버릇을 고치고 싶어요. -김소희(26세, 회사원)


Analysis 친구에 대한 ‘집착’이나 ‘질투’를 ‘독점욕’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 거예요. 동성의 친구에게 성적 매력과는 상관없이 독점욕을 느끼는 것은 자신을 향한 무한한 관심과 사랑, 즉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과 비슷하죠. 혹시 어린 시절에 생각보다 엄마한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못 받은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세요. 자신이 기억하기에, 또 엄마가 말하길 사랑을 많이 줬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는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그걸 살아가면서 만나는 가까운 타인, 즉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갈구하는 것은 아닌지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세요. 그 누구도 당신의 엄마가 돼줄 순 없어요. 또 당신이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누군가의 집중적인 사랑과 관심은 더는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해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필요를 채우며 발전시켜가는 일은 이제 당신 자신의 몫이죠.


Solution 새로운 일이나 활동에 몰두해볼 것을 권합니다. 친구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줄어들 거예요.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한 집착이 나도 모르게 강해지는 시기에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일대일보다는 그룹 모임을 자주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신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너무 깊은 유대감을 기대하진 마세요. 한 사람에게 집중된 당신의 관심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누구에게나 나보다 잘난 친구 한 명쯤 있는 거겠죠?
저와 가장 친한 친구인 혜윤이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활발한 데다 예쁘고, 심지어 공부도 곧잘 해서 대학 시절 내내 성적이 늘 저보다 좋았어요. 저와 혜윤이 그리고 미림이라는 친구와 함께 학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친하게 어울리곤 했는데 거기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은 친구를 사귄 것 역시 혜윤이였죠. 그런데 최근에 혜윤이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미림이가 혜윤이와 단둘이 술을 먹다가 “왜 사람들이 너만 좋아하냐, 나는 네가 싫다”라고 했다고요. 미림이는 혜윤이와 정반대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아마 취기에 본심이 나온 게 아닐까 싶었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희한한 게, 미림이가 혜윤이에게 한 말이 꼭 제 입장을 대변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혜윤이가 부럽다고 생각했던 건 맞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저에 비해 늘 사람들에게 쉽게 사랑받는 것 같은 혜윤이를 마음 한편으론 미워했던 것 같기도 해요. 친한 친구를 이렇게 질투하는 게 너무 못난 감정 같아요. –김민아(24세, 대학생)


Analysis 우선,  전혀 못나지 않습니다. 질투라는 단어를 ‘부러움’으로 바꿔볼게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건, 사연자님은 자신이 혜윤이처럼 성격 좋고, 활발하고 예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사연자님이 ‘부러움’의 실체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사이에 좀 더 공격적인 미림이라는 친구가 질투와 미움을 짝지어서 표현하니까, 고민 아닌 고민을 시작하신 것 같아요. 그러나 본인이 아닌 미림이가 ‘싫다’고 표현했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세요. 그리고 곰곰이 되짚어보세요. 첫째, 내가 혜윤이를 정말 미워하나?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 어려우시다면, ‘혜윤이와 더 친해지고 싶은가?’를 질문해보세요. 혜윤이와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이 분명하다면 당신은 혜윤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보다 발전하고 싶기에 나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할 뿐이죠.


Solution ‘부러운 마음’을 건강한 방법으로 푸는 게 중요합니다. 혜윤이를 닮을 수 있는 부분은 닮도록 노력해보세요. 예를 들어 혜윤이와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겁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의 혜윤이가 내 친구라면 정말 기분 좋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요.
 
 
 
친구들 사이의 질투에 끼었어요!
저와 민서, 지연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니던 사이입니다. 지연이와 민서는 원래 절친이었고 저는 민서와 친해진 것을 계기로 셋이 함께 어울리게 됐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연이가 민서에 대해 저에게 뒷담화를 하기 시작해 제 입장이 난처해졌어요. 민서에 비해 지연이 상황이 좋지 않긴 해요. 민서는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바로 취직했는데 지연이는 겨우 들어간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만두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또 민서는 교제하던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남자 친구 집안에 재산이 많은 편이에요. 그걸 두고 지연이는 “민서 어머니가 그렇게 민서를 안으로만 싸고 돌더니 이번 남자 친구랑은 어쩐지 해외여행도 몇 번씩이나 보내주더라”라는 식이거나, “걔는 ○○ 합격했다며? 지인 찬스로 들어갔다던데. 역시 인생은 민서처럼!” 같은 말을 해요. 워낙 친하니까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듣기에 거북하거든요. 게다가 가끔 민서는 이런 사실을 알게 돼도 “지연이가 가정사가 좀 있잖아”라면서 넘겨요. 누가 봐도 민서는 성격이 참 좋은데, 지연이는 늘 열등감에 절어 있죠. 이 불편한 기분 어떡해야 할까요? –양누리(29세, 영상 디자이너)


Analysis 모든 인간이 속물적인 부분이 있지만, 친구의 좋은 소식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보다 “땡 잡았네~!” 하는 식의 반응은 불편한 게 당연해요. 그런데 당사자인 민서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이런 불쾌한 코멘트도 널리 이해한다는 식으로 화도 안 내고 받아넘겼어요. 과연 민서는 마냥 속 깊은 사람이고 넓은 아량의 소유자일까요? 좀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원하신다면 다음에 대해 숙고해보세요. 민서와 지연이는 어떻게, 왜 절친이 됐을까? 민서는 지연이를 볼 때마다 어떤 마음을 느꼈던 걸까? 힌트는 “지연이가 가정사가 좀 있잖아”입니다. 자신을 향한 험담에 상대의 가정사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을 말한 것일지언정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는 아니에요. 지연이가 ‘가정사가 있어 열등감이 있는 애’라는 걸 다시 한번 짚은 거죠. 벌써 사연자님에게도 민서는 정상이고 지연이는 문제가 많고 ‘열폭’하는 애라는 인식이 생겼으니까요. 민서는 지연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우월감’이라는 선물을 챙겨 갔을지도 모릅니다. 지연이를 통해 자기애적 욕구를 충족한 거죠.


Solution 민서와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연이와 관계를 끊는 것은 어떨까요? 민서와 지연이의 관계는 아무래도 사연자님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테니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연이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연이와 민서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경을 조금 덜 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남친이야, 나야?
제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12년 지기가 있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주저 없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예요. 다만 제 친구는 연애를 할 땐 저와 유독 연락이 뜸해집니다. 제가 보고 싶다며 질척(?)거릴 땐 연애를 오래 쉴 때뿐이고, 일단 연애를 시작하면 주말마다 남자 친구와 놀기 바쁩니다. 자기는 아니라고 우기지만, 네 번째 연애를 시작하니 그 패턴이 확실해졌어요. 저는 비혼주의자고, 몇 년째 연애를 하지 않고 있기에 그 친구를 더 이해하기 힘든 건지도 모르겠어요. 반면 제 친구는 결혼을 꼭 하고 싶어 하거든요. 저는 친구라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훗날 저는 여전히 이 친구가 우선순위지만 그 친구에게는 제가 그렇지 않을 날이 오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해지곤 합니다. 제 자리를 대신할 그 남자 친구에 대해서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힘들고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친구만은 언제나 제게 1순위로 남길 바라는 제 마음이 이기적인 걸까요? –김지혜(30세, 은행원)


Analysis ‘단짝’에 대한 로망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아쉽게도 현실 속에서 ‘빨간머리 앤’과 ‘다이애나’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단짝을 바라는 마음 자체는 이기적인 것도, 병도 아닙니다. 그 마음을 버리기 힘들 뿐이죠. 다만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고민이 깊어지고 상처받을 일이 많이 생길 수밖에요. 이미 사연자님은 누구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친구라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요. 그 기준으로 다시 한번 12년 지기 친구를 보세요. 과거에는 서로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고 공유하던 게 많은 시절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직감이 옵니다. 친구에게 사연자님은 이미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연인이 생겼다고 해서 친구와 연락이 뜸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하세요. 오히려 서로 간에 할 말이 더 많아질 수도 있고, 만남의 폭도 넓어지고 때론 서로의 연인들과 어울리면서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Solution 헛된 집착을 할 시간에 지금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늘려가세요. 함께한 세월이 길다고 해서 서로 간의 마음까지 절로 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 그 친구와의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진지하게 되짚어볼 때입니다.
 
*본문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Keyword

Credit

    Editor 김예린
    photo by Topic Images
    Digital Design 조예슬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