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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이야기하자! 영화 모임 '시네밋터블'

다른 이가 만든 모임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는지? 취향과 친목, 시간과 재능 공유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모임을 만든 이들을 만나 판을 짜는 즐거움, 노하우를 물었다.

BYCOSMOPOLITAN2020.04.23
 
‘시네밋터블’은 영화를 언어와 미각으로 경험하는 모임이다. 영화·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민용준과 술·음식 기사를 쓰는 이주연 기자가 둘의 보금자리에서 판을 벌이고, 사람들을 초대하며 시작됐다.




시네밋터블의 모임 성격은 ‘영화 보기,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함께 즐기기’로 요약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세한 일들이 궁금하다.
민용준(이하 ‘민’) 영화 한 편을 낯선 남의 집에서 다 같이 앉아 관람하는 건 딱히 흥미로운 경험은 아닐 거다. 그래서 영화 기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전작을 함께 보며 감독의 영화 세계를 탐구하는 식이다. 특정 영화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만든 감독의 전작·차기작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게 1차라면, 2차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 먹고 마시는 일이 펼쳐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곁들임 메뉴를 함께 즐기는 이 자리에서 모임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된다. 시네 토크를 할 땐 영화 얘기를 하지만, 음식을 먹을 땐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단함도 있지만, 관심사가 같은 불특정 다수와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 ‘불특정 다수’에게 집이라는 사적 공간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나도 그게 고민됐다. 아무래도 집주소를 비롯해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니까. 트레바리 등 여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건 우려하는 일이 일어날 확률이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일정 수준의 참가비라는 진입 장벽과 모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상대방의 정보 등이 어느 정도의 안전망이 돼준다. 그리고 시네밋터블이 걱정할 만한 목적을 가진 이가 부지런히 찾을 성격의 모임도 아니지 않나.
이주연(이하 ‘이’) 내 경우엔 조금 다른 고민이 있었다. 미식에 관심이 있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내 직업이 음식 만드는 일은 아니니까. ‘내가 만든 음식에 돈을 받아도 될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다르다. 이 친구(민용준)가 하는 시네 토크를 본 적 있는데, 충분히 전문적이고 가치가 있는 콘텐츠였다. 집 혹은 음식에 부족함이 있어도 거기에 조금 기댈 수 있겠다 싶어 결심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이 왔나?
영화와 미식이 모임의 주제지만 해보니 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집 한번 둘러봐도 돼요?”라고 묻는다. 모임이 열리는 장소에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 혹은 볼만한 것이 있다면 그 모임 자체에 더 흥미를 갖는 것 같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혹은 먹는 걸 좋아해서 오는 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공통된 목적이더라.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가?’보다는 ‘누구를 만날진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커뮤니티, 소셜 클럽, 소모임, 살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주된 모임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자신의 커뮤니티 영역 바깥에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그런 자리에 나와야 자신이 평소에 하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고 피드백도 얻는다. 그리고 아무나 만나는 게 아니라,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 또 연결은 돼 있지만 피상적인 관계에 대한 갈증도 있다. 이를테면 SNS를 통해 교류는 하는데 만나지는 않는 관계가 많지 않나. 직접 만나서 취향을 공유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모임을 만든 입장에서 얻는 것이 있나?
참가비를 받으니까 인건비, 재료비를 제해도 수익은 있다. 그런데 집도 작고 한 번에 4명만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액수가 크지 않고, 한정적이긴 하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효율적인 활동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 모임의 틀이 잘 잡히면 다른 장소에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내 입장에선 음식이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경험이나 경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
일차적으론 재미있다. 우리 둘 다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매일 대하는 사람이 상대편 한 명 그리고 키우는 고양이뿐이더라. 아무래도 회사에 다닐 때보다 인간관계가 좁아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해 관계의 파이를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거다. 각자 맡은 일을 좀 더 프로그래밍화하는 훈련이 되는 점도 있다.


자신의 공간에서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이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
책임감은 갖되 상업적인 마인드, 즉 ‘주인’과 ‘손님’ 관계로 한정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지양하며 초대한 이를 대한다. 참가자에게 이 동네에서 애정하는 장소를 정리한 목록을 주면서 이 모임에 오는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시킬 생각인가?
시네밋터블(Cinemeet-able)이란 모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meet’ 와 ‘able’이었다. ‘cine’의 자리엔 ‘trip’이 올 수도 있고, 다른 게 붙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나서 가능한 것’들로 모임의 주제와 방향을 확장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그렇다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럼 너무 재미 없어질 것 같아서. 결국 재미와 만족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동체로 잘 끌고 간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bout
‘영화의 만찬’을 주제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이주연·민용준 부부가 만든 커뮤니티다. 영화 하나를 정하고, 그 안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음식을 함께 즐기며 친목을 다진다. 3월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채끝살 짜파구리’의 앙상블이 진행됐다. 한 번에 4명만 참여할 수 있다. 다음 주제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감자전’이다. 자세한 정보와 소식은 인스타그램 계정(@cinemeetabl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