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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KBS 뉴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상파 최초로 여성 메인 앵커가 등장하고, 지난해부터 신설된 팩트체크팀은 꺼진 팩트도 다시 보며 뉴스에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출신이라는 막내 기자는 뉴스 내용을 노래로 만드는 신선한 리포트를 시도하려 한다. KBS 뉴스는 올드하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타파해줄 KBS의 여성 기자들.

BYCOSMOPOLITAN2020.03.19
 

신선민

신선민

신선민

9년 차, 팩트체크팀 기자
이른바 ‘가짜 뉴스’를 검증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유튜브나 SNS 등 플랫폼의 증가와 함께 허위 조작 정보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거짓 정보로 인해 여론이 호도되지 않게 방지한다.
 
‘여기자’를 한 명의 직업인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 늘 아쉬워요.
 
기자에게 ‘팩트 체크’는 당연한 임무임에도 별도의 부서가 생겼다는 건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KBS를 포함한 다수 언론이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냈어요. 국가기관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다가 벌어진 일이죠. 이를 계기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다시 한번 검증하는 일이 더 필요해졌어요. 지난해 3월에 신설된 KBS 팩트체크팀은 기자들이 팩트 체크해서 쓴 기사를 ‘한 번 더 의심하는’ 일을 해요.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기관에서 나오는 정보, 정치인 등 유력자의 발언, 주요 언론 기사 등 공론장에서 누구나 합의 가능한 ‘정확한 사실’을 검증하죠.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살펴 ‘가짜 뉴스’를 찾는 것도 제 일이에요. 숫자 등 기본 팩트가 틀린 정보, 맞는 팩트라도 이걸 교묘히 활용해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등을 위주로 찾아보고 있어요.
 
팩트 체크를 하는 기자도 사실 ‘사람’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있겠어요.
기자도 ‘사람’이란 걸 겸허히 인정해야 더 객관적인 기사를 생산할 수 있어요. 개인이 팩트 체크 대상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 발화자나 기관은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검증해보면 틀린 말을 한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래서 팀원들끼리 최대한 상호 체크를 하고, 끊임없이 반박하며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간 기자들은 대개 개인 플레이로 일했었는데 이제는 동료 기자, 작가들의 집단 지성으로 더 정교한 뉴스를 만들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팩트체크팀은 자체적인 운영 원칙을 지키면서, 뉴스 수용자의 지적이 합당하다면 기사를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해요. ‘다 같이 만드는 진실’을 향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시대 같아요.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재난 방송을 주관해요. 코로나19의 허위 정보 검증은 어떻게 하나요?
전염병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공포와 비이성과의 싸움인 측면이 더 커요. 2월 7일부터 KBS 뉴스 홈페이지에 ‘코로나19 팩트체크’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관련 팩트 체크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중이죠. 말 그대로 ‘신종’ 바이러스라 임상 자료도 거의 없고, 검증 근거도 확보하기 어려워 이 일이 녹록지는 않아요.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기사를 쓰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는데, 완전히 검증됐다기엔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많죠. 하지만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과도한 공포를 막고 빠른 진화에 기여하기 위해,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려 노력 중이에요.
 
총선 시즌이 다가와요.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허위 정보에 대응해 어떤 활약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최근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정파성을 띤 매체가 늘어났는데, 이곳에 유통되는 허위 정보가 많아졌어요. KBS 팩트체크팀은 별도의 ‘총선용 팩트체크’ 페이지를 마련해 정치인들 발언, 정강 정책 발표 내용 등을 대상으로 수시로 팩트 체크 기사를 제공하고 Q&A를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에요.
 
기자로서 자신의 관점이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한지 아닌지도 성찰해야 할 것 같아요.
공영방송 기자에게 PC는 더욱 중요한 원칙이에요.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다문화 가정 등 소수자 권리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 더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은 누구나 들어와서 서로 논박할 수 있는 ‘와글와글한’ 공론장이어야 해요. 거대 권력, 다수가 주도하는 우리 사회 트렌드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현시대 기자들에게는 누구도 캐치하지 못한 걸 짚어내는 ‘섬세한 시선’이 필요하죠. PC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이른 반응 같아요.
 
9년 차 기자예요. 신입 기자 시절에 비해 여성 기자를 대하는 주위 분위기가 많이 변화했다고 느끼나요?
수년 전에는 무언가 취재를 해서 내부 보고를 하면 “취재원 ○○은 선민이를 좋아하지” 같은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사안을 공부하고 자료를 찾고 취재원과 신뢰를 쌓는 모든 노력은 다 무시되고 ‘여자’인 신선민만 남는 경우가 많았죠. 아직은 과도기지만, #미투 국면을 계기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여기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한 건 사실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이 여자들을 훨씬 더 ‘조심’하거든요. 말조심, 눈빛 조심, 행동 조심하는 게 너무 느껴져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어요. 펜스 룰을 실천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것 또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지숙

김지숙

김지숙

3년 차, 사건팀 기자
경찰서와 지방검찰청, 지방법원 등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사건팀 소속이다. 맡은 관할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재난 등을 모두 취재한다. 기자가 되기 전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에게 ‘KBS 보도는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해요. 혼란한 세상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이랄까요.
 
KBS가 ‘공기업’, ‘철밥통’ ‘올드하다’라는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 같아요. 90년생 기자이다 보니 회사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는 않아요?
늘 막내 연차의 기자들에게 기대하는 몫이 있는 것 같아요.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90년대생 기자’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시청자의 눈으로 뉴스를 볼 수 있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 아직 ‘일반 시청자’로 살아온 삶이 ‘KBS 기자’로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기니까요. KBS는 생각보다 보수적이지 않아요. 지금까지 하고 싶은 건 다 했거든요. 오히려 제가 더 파격적인 아이템을 내놓아야 하는데, 능력의 한계로 못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뉴미디어 대신 레거시 미디어이자 공영방송사인 KBS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오히려 공영방송이라 다룰 수 있는 이슈도 많아요. 코로나19와 고군분투하는 서울의료원 음압 병동 의료진의 하루를 밀착 취재하기도 했는데, KBS가 공영방송, 재난 주관 방송사가 아니었다면 내부 촬영 협조를 받기도 어려웠겠죠. KBS의 또 다른 장점은 취재 내용을 노출할 플랫폼이 많다는 거예요. 음압 병동 취재의 경우 7시간 분량의 촬영본과 취재 내용을 디지털 영상, 취재 후기, 디지털 기사 등으로 다양하게 소개했어요. 방송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체험 영상을 형식에 제약이 없는 디지털 기사에서 활용했죠. 어렵게 취재한 내용을 다채롭게 소개했어요.
 
기자가 되기 전엔 음원까지 발매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어요. 이 능력을 리포트에 활용할 마음은 없어요?
앵커나 기자는 딱딱하고 근엄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새로운 리포트 방식도 많이 시도하고 있죠. 최근 〈시사 직격〉에서 톨게이트 농성 노동자들 이야기를 다뤘는데, 가수 오지은 씨와 함께 이들의 이야기를 주제가처럼 만들어 영상에 삽입했어요. 온라인으로도 해당 음원을 공개했고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제가 취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뉴스 말미에 틀고, 음원을 공개해보고 싶어요.
 
뉴스는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을까요? 팩트를 전달하는 뉴스에서 유머는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사고 및 재난 현장의 중계차 현장 연결(중계차, MNG)을 자연스럽고 쏙쏙 들어오게, 재밌게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유머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선에서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겠죠? 보도 내용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기자가 망가지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그 모습이 기사 전체의 분위기를 우스꽝스럽게 흐트러뜨려서는 안 돼요. 아까 말씀 드린 ‘음압병동 24시’ 르포 취재를 할 때 의료진이 착용하는 방호복이 얼마나 입고 벗기 힘들고 더운지 전달하려고 제가 직접 입어봤는데요, 촬영본을 보다가 그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부자연스러워 빵 터졌어요. 자칫하면 의료진의 고군분투가 돋보이긴커녕 저의 이상한 모습만 부각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그 욕심’이 날 때도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겠죠. 때로는 웃지 못할 방송 사고가 일어나기도 해요. 제가 고성 산불 보도를 할 때 방송 중에 반말을 한 적이 있어요. 방송 연결 직전에 동선이 꼬였는데, 당황해 “네, 저는 지금 ○○마을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걸 “나는 지금…”이라고 시작해버린 거죠. 아직까지도 가끔 ‘이불킥’을 하는 실수예요.


여성 기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경험은 없어요?
주요 취재원 가운데 남성이 많다 보니 여성 기자의 접근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여성 기자에겐 말을 잘 못하겠다”거나, “잘못 터치했다가 성추행 논란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취재하는 입장에서 위축되기도 하죠. ‘여혐’ 등 젠더 이슈를 취재할 때는 여성 기자라서 공격을 받기도 해요. 제 헤어스타일이 짧은데, “역시 (전형적인 페미니스트 스타일인) 쇼트커트 여자다”라는 악플이 많이 달렸어요.
 
‘여성 혐오 댓글 분석’, ‘국민 청원 분석’ 등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의미를 찾는 포맷의 기사를 시도하고 있죠?
3명의 기자가 머리를 맞대고 여성 혐오 이슈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당시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던 시기라,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쓴 댓글을 분석하면 실제로 어떤 논리로 여성 혐오가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우선 ‘네이버에서 모바일로 많이 본 기사 상위 30개’ 가운데 ‘김지영’을 이야기한 뉴스를 뽑아 일일이 댓글을 모았어요. 그 데이터를 다시 키워드별로 나누고 빈도수와의 관계를 살펴봤고요. 그리고 그 결과를 전문가들에게 보여주며 이런 분석이 타당한지, 분석 결과에 대한 코멘트를 받아 이 데이터가 상징하는 의미를 수용자에게 전달했죠.
 
이소정 기자의 앵커 기용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무척 축하드릴 일이지만 사실 이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자체를 경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학생 때 뉴스를 보면서 ‘중·장년층 남자 기자는 많이 나오는데 중·장년층 여자 기자는 다 어디 갔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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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하예진
  • photo by 맹민화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