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밤문화 실체를 파헤쳤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한밤 으슥한 골목으로, 대낮에 어두침침한 반지하로 잠시 자취를 감추는 남자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없는 것과도 같다. 못해도 한국 남자의 과반수는 가봤을 거라던데, 도대체 ‘업소 다니는 남자들’은 무엇을 하고 무엇에 빠져드는 걸까? 일명 ‘룸살롱’이라 불리는 텐프로부터 신종 변형 업소까지, 전직 업소 종사자와 유튜버들의 도움을 받아 코스모가 그 실체를 파헤쳤다. | 밤문화,룸살롱,텐프로,업소남자,업소남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이곳에 머무른다 “초이스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마담의 외침과 함께 깡마른 체형에 인형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들이 조르르 늘어선다. 여성들은 각각 번호와 예명을 소개하고, 남자들은 이런저런 짓궂은 농담을 던져가며 여자들을 평가하고 고른다. “나는 5번! 너는 허벅지가 예쁘구나. 이제부터 ‘벅지’라고 부를게.” 남자들이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은 얼굴 외에도 가슴, 다리 혹은 발의 생김새, 옷 입는 스타일까지 저마다 다양하다. “룸살롱도 당연히 급이나 수위, 스타일이 나뉘어요. ‘하드코어’라 불리는 곳에서는 말 그대로 인사나 ‘쇼’의 수위가 확 높아지죠.” 약 5개월 전까지 성 노동자였던 연희(가명, 31세) 씨는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거침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술자리에서 모이자마자 첫 잔을 따르듯 하는 게 ‘계곡주’, ‘가슴주’예요. 파트너가 정해지면 아가씨들이 옷을 다 벗고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가슴골 사이로 술을 부어요. 아래까지 쭉 흐르게요. 밑으로 떨어지는 술을 남자들이 받아 마시는 거예요.” 착석한 남자들은 술 줄기가 흐르는 모양을 보며 뱃살이나 가슴에 대해 한 마디씩 추임새를 넣는다. “잔에 술을 따른 뒤에 아가씨들이 가슴을 넣었다 빼면 그걸 돌아가면서 한 잔씩 마셔요. 그게 ‘가슴주’고요.” 이 밖에도 ‘계란쇼’, ‘동전쇼’와 같은 ‘쇼’는 여성의 질 입구에 달걀이나 동전을 넣었다가 손님들이 원할 때 혹은 원하는 개수만큼 힘을 줘 빼내는 ‘기예’에 가깝다. 룸살롱에서는 늘 모종의 ‘기 싸움’이 벌어진다. ‘아가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술을 많이 팔아야 하지만 손님이 너무 취해 초반부터 진상 짓을 하면 난감하다. 적당히 즐겁게 해줘야 손님이 다음번에 또 오겠지만 무리한 요구는 당연히 싫다. 반면 손님의 목적은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오래오래 질펀하게 노는 것이다. 단,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2차 가는 아가씨’와 ‘테이블만 나가는 아가씨’를 구분한다. 어느 유튜버가 방송에서 풀어놓은 ‘썰’은 이렇다. “저는 야광 팔찌를 차고 있었어요. 그 가게에서는 그게 2차를 안 나간다는 의미였거든요. 앉아 있던 다섯 팀 중 한 팀이 2차 가격을 흥정해 자리를 떴어요. 그랬더니 제 파트너가 약이 올랐는지 장난처럼 제 팔찌를 빼앗으려 하는 거예요. 싫다고 하니 ‘얼마면 그거 뺄 수 있냐, 윈저 보틀 뚜껑 1천 개를 모아 오면 되냐’고 농담하기에 ‘3만 개 모아 오세요’라고 대답했거든요. 그랬더니 지지 않고 ‘알았어. 3만 개 모아서 하트 모양으로 붙여 올게’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물론 노래는 필수 코스다. 약 4개월 전까지 룸살롱 등에서 일했던 유튜버 ‘썰샤인’은 ‘룸에서 아가씨들이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 톱 5’를 소개한 적 있는데, 1위로 블랙핑크의 ‘불장난’을 꼽았다. “란제리룸이나 가라오케, 텐카페까지 업종 불문하고 가장 인기가 많아요.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일단 반응이 굉장히 좋죠.” “우리 엄만 매일 내게 말했어/언제나 남자 조심하라고” 같은 가사가 업소에서는 손님들을 자극하는 요소로 다가오는 것이다. 호스트바 마담 출신으로 알려진 유튜버 강학두는 “곧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가 룸살롱에 2시간 정도 있다 온 것 같은데, 그 정도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인가요?”라는 물음에 영상으로 직접 “아뇨. 2시간이면 2차까지는 못 가요”라고 잘라 답한다. 그러나 연희 씨에 따르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룸살롱의 급에 따라 다른데, “자주 오는 손님의 경우에는 ‘2차 가능한 아가씨’들로만 불러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어요. 이 경우엔 맨 처음 소개하고 인사할 때부터가 달라요. 옷을 다 벗고 뒤돌아서 허리를 숙이라고 한 뒤에 ‘그곳’을 보고 파트너를 고르는 거죠. 보통 2차는 아가씨들이 흥정하기 나름인데, 30만~40만원에서 많게는 70만~80만원까지도 받았어요.”   밤 문화는 밤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룸살롱’에서 남자들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쓰는 건 예사다. 그러나 이른바 ‘룸’에서 돈을 얼마나 쓰고 얼마나 ‘더럽게’ 노는지는 업소의 종류와 업주나 마담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은 ‘다방’, ‘단란주점’ 같은 곳부터 ‘20%’, ‘쩜오’, ‘텐카페’, ‘텐프로’ 같은 룸살롱, 그리고 란제리만 입고 서비스하는 ‘란제리룸’, 남성 고객의 셔츠를 벗겨 아가씨가 입는 ‘셔츠룸’ 같은 변형 룸이나 전통 한복에 버선을 신고 한식을 접대하는 전통 룸인 ‘요정’, 주택가 오피스텔을 임대해 업소로 사용하는 ‘오피’, 그리고 ‘페티시클럽’이나 ‘이미지클럽’처럼 상황극이나 BDSM 플레이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도 있으며 ‘대딸방’, ‘키스방’이라고 불리는 신종 변형 업소도 있다. 연희 씨는 “여성들이 키스방이나 대딸방, 노래방 도우미처럼 수위가 비교적 낮은 곳에서 부담 없이 시작했다가 점점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오피’나 룸살롱으로 업종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대딸방’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업소다. 남성 고객을 안마하고 애무해준 뒤 사정할 때까지 손으로 이른바 ‘딸딸이’를 대신 해주는 거다. 이 밖에도 ‘립카페’는 몸을 섞지 않고 사정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손 대신 입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키스방’은 말처럼 ‘키스’가 기본인 곳이다. 벌건 대낮에도 영업하며, 이곳의 아가씨들은 ‘매니저’라고 불린다. 연희 씨도 키스방 매니저로 처음 이쪽 일을 시작했다. “당연히 키스만 하진 않죠. 보통은 키스를 하면서 가슴과 엉덩이 터치 정도는 기본으로 하게 해주는 곳이에요. 그 이상은 매니저의 재량인데, 오래 일하다 보면 당연히 ‘지명’이라 불리는 단골손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점차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어요.” 룸살롱에서처럼 키스방에서는 ‘수위를 빼려는 손님’과 ‘최대한 버티려는 매니저’ 사이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친한 동생은 들어오자마자 ‘한 번만 섹스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딱하기는 하지만, 그럴 거면 돈을 두 배로 내고 ‘오피’를 가야죠.” 왜 일부 남성들은 전문적인 성매매 업소 대신 ‘키스방’ 같은 변종 업소를 찾는 걸까? “유흥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어린 여자애들과 놀 수 있잖아요. 업소에 자주 다닌 남성들은 ‘화류계 여성은 뻔하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늘 ‘신선한’ 뉴 페이스를 찾는 게 손님들이니까요.” 성매매에서 금지된 행위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키스다. 이 점을 역이용해 키스방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실제로 매니저들을 평가할 때도 ‘애인 모드’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진다. “‘내가 민간인하고 이런 짓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망상에 빠지게 만드는 거예요.” 유튜버 ‘까는 남자’가 최근 업로드한 키스방 매니저 인터뷰 영상에 이 상황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보통 손님이 오면 처음에는 약간 얼어 있어요. 그러다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몇 살이야?’, ‘어디 살아?’ 같은 걸 물어보다가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들어요. ‘갑자기 분위기 애무’되는 거죠.” 이곳을 찾는 손님 중에서는 ‘매니저를 유혹해 섹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성이 많다. 저마다 공략(?)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한 번에 3~4타임씩 끊어 시간적 압박을 주거나, 갈고닦은 ‘애무 스킬’을 시전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거나, 아예 팁을 많이 얹어주거나. 거의 매일같이 방문해 매니저와 친밀해지려고 시도하는 남성도 많다. “많은 경우에는 서로 키스부터 차근차근 진도를 빼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위가 높아지기도 해요. 아마 ‘대딸방’이나 ‘립카페’ 같은 변종 유사 성행위 업소는 다 사정이 비슷할 거라고 봐요.” 업소를 방문한 고객들은 업소에서 만난 매니저들에게 ‘개인 소장용’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몸 사진 촬영을 부탁해 비밀 커뮤니티에 후기를 게시하기도 한다.  매니저들을 평가하는 한편 자신의 ‘진도’를 자랑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키스방 매니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매일 꽃을 들고 찾아오는 것도 모자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며 다니던 업소를 지속적으로 신고한 남성도 있다.    실소 없이 볼 수 없는 진상들 물론 아가씨들이나 매니저들만 일방적으로 평가받는 건 아니다. 업소 종사자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 ‘진상’ 손님들을 욕하기 마련이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고, 일이 끝난 뒤 금액을 깎으려 드는 ‘계산 진상’,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 타임이 끝난 후에도 뭉그적거리는 ‘시간 진상’, 초반부터 무리하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손 진상’, “너는 대체 뭘 잘해?”, “못생겼는데 왜 여기 앉아 있니?”라며 신경을 긁는 ‘말 진상’, 종국에는 존재 자체만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 진상’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유튜버 썰샤인은 그중에서도 ‘로맨스 진상’을 최악으로 꼽는다. “예를 들면 룸 안에서 언니들에게 연락처를 달라 하고 밖에서 보자 하는 거예요. 2차를 가는 거면 괜찮은데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남자 친구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너를 순수하게 사랑하는데 너는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거니?’, ‘내가 비록 나이가 많지만 나는 너를 술집 아가씨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보는 거야’ 등등 뻔한 멘트를 해요. 로맨스 진상 대처법요? 화류계 커뮤니티를 보면 무조건 ‘돈 달라고 하는 거’예요.” 심지어 유튜브에는 키스방 매니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매일 꽃을 들고 찾아오는 것도 모자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며 다니던 업소를 지속적으로 신고한 남성에 대한 후일담도 있다. 연희 씨는 “손님들이 종종 돈을 내고 업소에 오면 언니들을 ‘샀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우리의 시간과 서비스를 산 건데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남자들이 대체 왜 업소에 가느냐’는 물음에 연희 씨는 “단순히 성욕‘만’ 채우러 오는 게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성적인 행위를 안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죠. 그렇지만 생각해보세요. 성욕이라는 게 사실 단순한 생리적인 욕구 이상이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성적인 행위를 통해 어떤 심리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과하게 감정적 요구를 하거나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요.” 1년 전, 인터뷰 중에 “누구나 자주 가는 룸살롱 한 곳씩은 있잖아요?”라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가던 어느 카페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구나’ 가는 룸살롱이라지만, 업소에 가는 남자들의 심리가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아가씨들이 당하는 ‘진상 짓’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인 이유다. 다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업소에 오는 데는 한 가지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받이’는 늘 연쇄 사슬처럼 작용한다. 남성 진상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룸살롱의 ‘아가씨’들이 호스트바에 가서 극악 진상이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한 가지 남는 의문은 이렇다. 업소 다니는 남자들아, 가족이나 애인, 스스로의 품위까지 통째로 걸고 이렇게 놀아야 할 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이 도대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