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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해보이지 않는 법

존경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만만하게 보이는 건 죽어도 싫다. 매사에 ‘똑’ 부러지기란 꿈속에서조차 드물고, 현실은 대략 이 정도다. 나는 오늘도 수십 번씩 벽에 머리를 박고 속으로 외친다. ‘나 또 만만하게 보인 거지, 지금?’

BYCOSMOPOLITAN2018.05.31



그래, 엄빠랑 살 때가 천국이었다. 사회는 정글이라더니, 조금이라도 얕잡아 보였다가는 밟히기 십상이다. 미어캣처럼 내내 신경 곤두세우고 주변 눈치를 살피다 보니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다. 막내일 때는 막내니까 ‘당연히’ 만만하고, 중간일 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정신없다. 팀장 달면 나아지냐고? 천만에. 잘해주면 만만해하고, 일부러 신경 끌라치면 피도 눈물도 없다고 수군댄다. 정글이라는 조직 안에서 남들은 다 조직형 인간으로 최적화된 것 같은데, 나만 만날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듯한 이 기분. 쿨하게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깜냥도 안 되고,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하하 호호 웃는 ‘만만이’도 싫다. 그 중간에서 오늘도 외로운 줄타기는 계속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조금이나마 힘이 돼준다. “강한 사람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이긴다”라고. 그러니까 모두가 강해질 필요는 없다. 아니, 심약한 내가 불현듯 강심장으로 변신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여기, 강해 ‘보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상대의 눈을 피하지 말 것 

무례한 말을 듣거나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 때, 당연히 맞서 싸울 일인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그 당연한 걸 못 하는 경우가 차고 넘친다. 상대가 상사라면 번뇌는 더 깊어진다. ‘내가 여기서 화를 내면 분위기 싸해지겠지?’, ‘아냐,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당신은 이미 상대에게 눈을 ‘깔고’ 말았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내본다. 옛날 옛적에 중국인의 변발을 처음 본 영국인이 변발을 붙잡고 “어이, 돼지 꼬랑지~”라고 놀렸을 때 중국인은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 변발을 잡힌 중국인은 대번 영국인의 넥타이를 잡으며 “여기 개 목줄을 달았네?”라고 받아쳤단다. 누군가에게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대륙의 스케일로 똑같이 복수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무작정 참는 ‘만만이’가 되지는 말자. 버럭 화를 낸다거나 똑 부러지게 되받아칠 배짱이 없다고 만만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표정과 제스처로도 화가 났다는 걸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우선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땐 무심코라도 웃지 말 것.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어색함을 못 이겨 피식 웃음부터 나오는 경우가 있다. 상처되는 말을 듣고도 웃어버리는 건 ‘나 만만해요’라고 써 붙인 것이나 다름없다. 요시히토는 이렇게 조언한다. “확실하게 상대방을 쏘아보며 10초 정도 똑바로 응시하라. 반박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적어도 ‘쏘아보는 것’으로라도 반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실제로 꽤 효과가 있었다. 대개는 ‘쏘아보기’가 10초를 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눈을 피하며 멋쩍게 돌아섰고, 개중 심약한 몇몇은 즉각 사과를 했다. “아, 저기… 농담이었는데 미안해”부터 “다신 안 그럴게”까지. 말 한마디 안 하고도 자연스레 만만이의 바통을 상대에게 넘길 수 있다.



 2 자기 포장도 필요하다 

무례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좋지만, 평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솔직함이 미덕이라고 해도 그게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건 아니니까. 직장에서나 친구 관계에서 굳이 자신의 처지를 0부터 10까지 드러내 만만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소설가는 프리랜서인 자신에게 지인들이 “요새도 많이 바쁘지?”라고 물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솔직하다는 인상을 준답시고 “스케줄이 텅텅 비었다”라며 자기 비하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 내가 잘 안 팔리는 작가라는 사실이 들통날 것 아닌가? 그렇다고 없는 일을 억지로 꾸며 나를 부풀릴 수는 없으니 ‘그래도 요즘은 겨우 시간이 좀 나네’라는 식으로 대답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심리학자인 요시히토는 “우리의 뇌는 빈 곳이 있으면 채우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며 “일부러 최근의 상황을 강조함으로써 나의 지난 상황까지 추측하게 하면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나를 포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가 “요즘 읽는 책은 뭐야?”라고 물었을 때, 굳이 “책은 무슨 책? 내가 쓴 기사도 안 보는데?”라며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는 없었다. 책 한 줄 안 읽는 무식한 사람으로 보일 바에야 신간 제목 몇 개 들먹이면서 “요즘 이런 책이 나와서 읽어보려고” 정도의 대답으로 적당히 포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짓말 아니다. 진짜 읽을 거라니까? 곧 읽을걸 아마? 머리말은 봤어, 이미, 이상 마음의 소리였다.



 3 잘못은 LTE급 속도로 인정하라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은 없다. 아무리 박학다식한 사람도 모르는 게 있고 틀릴 때도 있다. 다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수 이후가 중요하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만만이가 되느냐 아니냐 판가름이 난다. 부서 회의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틀린 정보를 맞는 말처럼 해버렸다. 누군가 질문을 했는데, 모르는 걸 아는 척 대답했다. 근데 나 빼고 모든 사람이 이 상황을 인지했다. 

자, 이제 다시 번뇌의 시간이다. 만만해 보이기는 죽어도 싫은데 이를 어째야 할까? 이럴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우기기’다. 인정하면 괜히 만만해 보일까 봐, 모른다고 무시당할까 봐 “내가 맞다”라며 우기기 시작하는 것. 그러나 결과는 다 아는 바대로 흘러간다. 우기면 우길수록 당신은 계속해서 우스워지고 있다는 사실. 또 한 가지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다. “아, 그게… 제가 읽은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는데…” 하며 웅얼웅얼 핑계를 댄다. 정보의 정확한 출처도 못 대고 변명만 하고 있으니 만만해 보이기 딱 좋다. 

이런 경우도 있다. ‘지적질’은 무조건 못 들은 척 무시하기. 그러나 잊지 말자. ‘아몰랑~’만 하다가 큰코다친다는 걸. 누군가 근거를 들어 틀린 걸 지적할 때는 바로 인정하는 게 정답이다. “아, 제가 틀렸네요. 죄송합니다”라고 깔끔하게 접고 들어가자. 잘못에 대한 인정은 빠를수록 좋다. 순간만 모면하려고 우기다가 땀 뻘뻘 흘리던 당신의 모습은 이미 ‘만만이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을 테니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화법

나이토 요시히토에 따르면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는 태도는 따로 있다.


 “요컨대…”를 활용하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여기까지 읽지도 않았다. 요시히토는 “대화의 마지막에 ’요컨대 이러저러한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같이 한마디로 요약해 말해보라”라고 조언한다. 인기 있는 강의를 보면 수업 마지막에 “A와 B만이라도 확실히 머릿속에 담아두세요”라고 가르치지 않던가? 이야기가 지리멸렬했어도 ‘요컨대 결론은 이것!’이라는 사실만 마지막에 주지시킨다면 똑똑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선수를 쳐라  

회의 시간에 가장 위험한 것이 훌륭하게 발표한 사람의 바로 뒤 순서로 발표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반까이’되기 십상. 요시히토는 “때론 순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법이다”라며 “좋은 방법은 뭐든 제일 먼저 손 들고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발언을 할 때, 노래 부를 때나 장기 자랑을 할 때도 선수 치는 버릇을 들여라. 뭐든 처음은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찬사는 못 받을지언정 만만해 보일 일은 절대 없다.


 제안할 땐 2~3개의 선택지를 던져라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추천받을 때, “이게 가장 맛있습니다”보다는 “이건 이런 맛이라 좋고, 저건 이런 상황에서 좋고…”라며 2~3가지를 설명해주면 훨씬 더 신뢰가 간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기획서를 보고할 때도 한 가지 안만 준비하면 그 자리에서 ‘까이고’ 만만해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몇 가지 대안을 만들어 가면 그중 하나는 분명 상사의 눈에 든다. 늘 선택지를 준비해 가는 당신은 상사에게 ‘일 잘하는 후배’로 각인돼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