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가해자 별로 알아본 대처법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직장에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혹은 동료나 후배가 당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따른 현실적인 대처법을 전문가와 함께 고민해봤다. | 미투,미투운동,성범죄,성희롱,대처법

 #MeToo를 외쳐야 하는 순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다. “며칠 전 #MeToo(이하 ‘미투’) 운동으로 논란이 된 사람 있잖아요.”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누군가 대답했다. “누구지? 최근 언급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맞다.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누군가의 이름이 뜰 때마다 ‘이번엔 또 누구일까?’란 생각에 겁이 날 정도다. 이 운동이 한 번쯤은 꼭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말에 이견은 없다.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유명 인사라면 사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평범한 이들에게는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일반 직원 응답자의 78.4%가 성희롱 사건을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으니 말이다. 참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우리는 최근 사건을 보며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향한 악성 루머와 악플 등에 섬뜩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사내에서 있었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하며 고발한들 ‘내부 고발자’로 찍히거나 권고 사직을 당하는 등, 피해자들은 인사 피해는 물론 2차 피해를 당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대로 눈감아주기엔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을 너무 거창하게 보고 두려워하지 말자. 회식 자리에서, 사무실 등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성범죄에 적절하게 대처하자는 것뿐이니 말이다. 평소 우리가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준비했다. 가해자가 동료라면,  사과를 요구하라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녀 10명 내외로 구성된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L씨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불쾌한 일을 당했다. “회식 다음 날 아침에 깨보니 기분이 너무 찝찝했어요. 술에 취한 동료가 저를 껴안고 등을 쓰다듬었던 장면이 떠올랐던 거죠. 그땐 모두 취해 있었던 터라 그냥 넘어갔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이미 지난 일이고 누구에게 털어놓기엔 사소한 일인 것 같아 속으로만 삭였어요.” 이은의 변호사는 저서인 <예민해도 괜찮아>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일이 일어났을 땐 즉시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게 비록 지난 일일지라도 당사자에게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은의 변호사는 “사내 성희롱은 대부분 피해자가 약자라 불쾌함을 표현하지 못하죠. 하지만 상대의 직급에 상관없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먼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상대에게 불쾌감을 표현하는 게 효과적인 대응이다. 가해자가 상사라면,  팀 내 공론화를 제기하라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P씨는 몇 달째 맞은편에 앉은 부장의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가슴을 보는 그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라 저뿐 아니라 옆자리 팀원도 느낄 정도예요. 그런데 이걸 직접 부장님한테 말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CCTV로 증명할 수도 없고요. 너무 불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권박미숙 활동가는 회사 인사팀이나 직급이 더 높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고발하기 전에, 일지를 쓰며 증거를 확보하길 권한다. “피해자가 이 상황을 토로한다면 가해자는 부정할 거예요. 보통 직장 내 성희롱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이 중요해요. 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일관성이죠. 그래서 육하원칙에 따라 일지를 쓰는 것이 중요해요.” 일지를 쓰는 방법은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문제 제기가 필요할 때 상사를 향한 ‘데스노트’를 작성한다 생각하고 최대한 자세히 기록할 것. 이는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저 사람이 사과하는 걸까? 부서를 바꿔 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등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상사는 틀림없이 다른 직원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다른 직원에게 미리 말하는 것도 증언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죠.” 회사 안에서 이런 사안에 대해 민감도가 높거나 비슷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여직원들과 상황을 공유하면 문제 제기를 할 때 더 강력한 힘이 생긴다. 가해자가 사내 곳곳에 만연하다면,  법적으로 대응하라S씨는 직원 10명 남짓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중 여직원은 2명뿐, 나머지 남자 직원들은 그 둘에게 날마다 ‘섹드립’을 가장한 음란한 농담을 한다. 사장은 회식 때마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라며 여직원에게 술 따르기를 강요한다. 권박미숙 활동가는 “남녀고용평등법으로 규제되는 직장 내 성희롱은 ‘음란한 농담이나 언사’,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을 포함해요. 하지만 성폭력 특별법이 적용되는 것은 추행이나 강간 같은 경우죠. 사실 그 경우는 회사 안에서 굳이 다툴 필요 없이 법적으로 처벌하는 게 더 명확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자로 묶일 수 있는 직장 동료와 연대하며, 증거물을 수집하고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과 같은 단체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