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이 꼭 나눠야할 돈 이야기 6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사랑한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이건 마치 맹수도 물리친다는 주짓수의 필살기를 설명할 때 “단, 도복을 입어야 하고 손톱, 발톱, 이빨 없는 맹수만”이라는 전제가 붙는 것과 비슷하다. ‘웬만큼 먹고살 만하고, 빚, 보증, 마이너스 통장 없을 때’ 정도는 돼야, 어떤 고난인가 한번 지켜볼 수는 있겠다. 너무 냉정하다고? 자, 다들 가슴에 손 한 번 얹고 얘기해보자. | 커플,돈,돈이야기,데이트통장,사랑

여기 서로 정확한 연봉이나 소비 패턴, 또 미래 계획에 대한 정보를 거의 나누지 않고 결혼한 3년 차 커플이 있다. 둘 다 대기업에 다니니 대충 어느 정도 벌겠거니 짐작했고, 연애할 때는 굳이 아낄 필요 없이 먹고 마시며 비용도 분담해 냈으니 비슷한 씀씀이겠구나 생각했다. 맞벌이인 이 커플은 결혼 후 매달 같은 금액을 공동 통장에 넣어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쓴다. 상대의 월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나머지 돈으로 뭘 하는지도 가늠이 안 된다. 이들은 결혼 후 연애 때와 다르게 자꾸만 싸우게 되는데, 그게 돈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다. 남자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 장만 먼저 하자, 여자는 하루라도 젊을 때 즐기며 살자는 주의다. 씀씀이를 줄여 최대한 저축하고 싶은 남자와 달리 여자는 빚 안 내고 월급 안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겠다니, 외식을 하냐 마냐부터 해외 휴가냐 국내 여행이냐,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 드릴 것인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힐 수밖에 없다.<커플 재테크>의 저자 류재운·허영미가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이라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통장에서 돈이 새면 문틈으로 사랑도 샌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살림 꾸리고, 아이 낳고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랑 이외에 무수히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낭만에서 벗어나 서둘러 현실을 깨달으세요.” 대부분의 연애에서 ‘돈’ 얘기는 일종의 금기와도 같다. 말 꺼낸 사람이 괜히 속물같이 느껴지고, 상대의 경제 상황이 궁금한 것과 동시에 내 사정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에 선뜻 얘기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와의 관계가 좀 더 진지해지기를 원한다면, 돈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연인 사이 돈 이야기, 다음 질문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1 “우리 데이트 통장 만들어볼까?” “남자 친구의 돈을 아껴주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 남친 돈이 내 돈처럼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주머니 사정이 걱정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데이트할 때 나도 비용을 분담했지만 나나 그나 돈이 충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고, 아까운 것 역시 똑같았어요. 게다가 이 남자와 앞으로 계속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데이트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 저자이자 29살에 내 집을 마련한 재테크 전문가 정은길의 경험담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나를 위해 돈을 펑펑 쓰는 남자가 어여쁘겠지만 그 시기는 짧게 끝나게 마련이며, 내 돈은 물론이고 남친의 돈도 같이 아끼고 싶어질 때가 온다. 정은길은 당시 애인에게 돈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 데이트 통장을 제안했다. 대뜸 “연봉이 얼마야?”, “한 달에 카드값은 얼마나 써?” 같은 질문을 하는 건 어렵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연인이어도 실례가 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 데이트 통장 만들어볼까?”라는 제안은  부담스럽지 않게 돈 이야기의 장을 열 수 있는 좋은 출발이다. 정은길은 당시 남자 친구와 충분히 논의해 한 달에 각자 15만원씩, 30만원으로 데이트 비용을 썼다. 통장 자체가 가계부처럼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기록되니 유용했고, 그 이상을 넘게 쓰지 않으니 자연히 저축을 더 할 수 있게 됐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학과 교수도 연인이 서로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첫 단계로 ‘데이트 통장’을 권한다. “데이트 통장을 함께 사용하다 보면 돈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서로의 씀씀이와 경제관념이 어떤지를 짐작해볼 수 있어요.” 그렇다. 중요한 건 그의 재산이 ‘얼마냐’가 아니라, 그가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다.2 “현재가 중요해, 노후 대비가 중요해?” 평생 돈을 모아본 적이 없는 남자 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29세 최아라 씨.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 친구는 수입이 곧 지출이다. “비상시에 쓸 돈 정도는 저금하는 게 어때?”라고 넌지시 제안해도 매번 미루기만 했다. 그러다 남친이 갑자기 입원할 일이 생겼을 때, 그가 병원비를 낼 돈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전경찬 재무설계사는 “남자 친구의 돈 관리 방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불만 등을 솔직히 말하고, 그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타협안을 찾으라”라고 조언한다. 저축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각자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할 용의가 있는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나는 한창 돈 벌 때 더 아끼고 모아서 노후 자금을 만들고 싶어”라든가 “나는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한 사람이지만, 우리 미래를 위해 씀씀이를 좀 줄여볼게” 혹은 “돈은 내가 모을 테니까 넌 월급 안에서 너의 발전을 위해 쓰고 싶은 만큼 써”같이 어느 정도까지 포기하고 맞출 수 있는지를 체크해보자. 만약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그가 자신의 고집만 내세운다면, 당신도 그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3 “월급이 반으로 줄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건 뭐야?” 돈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각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를테면 몇 년째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필라테스 수업료라든지, 야구 시즌 티켓 구입이나 취미 활동을 위한 비용 같은 것. 결혼하더라도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털어놓자. 생활비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가의 취미가 아니라면 인정해주는 게 서로에게 좋다. 전경찬은 “서로 ‘이것만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가 공유되고 나면, 다른 부분에 대한 타협이 오히려 쉬워진다”라고 조언한다. 4 “부모님께 용돈 따로 드려?” 취미 활동 외에 월급에서 나가는 고정 비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느냐는 질문을 통해 고정 비용과 함께 그와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해볼 수 있다. 용돈을 드린다면 그만큼 자신의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니 기특한 일이고, 한 푼도 안 드리고 있다면 “쓸 돈이 모자라서?”라며 농담 삼아 허를 찔러보자. 혹여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결혼과 동시에 부자되는 커플리치>의 저자 이천은 “부모에게 금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면 결혼 후에도 악순환은 계속되고 결국 부모 부양의 부메랑을 맞는다”라며 “결혼 전 부모와의 금전 관계를 꼭 파악해보라”라고 조언한다.5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아?” 미래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서로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는 것도 상대방의 경제관념을 알아보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재무교육 전문가이자 ‘마이 패브 파이낸스(My Fab Finance)’의 창립자인 토냐 래플리는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라고 권한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 “어떤 차를 몰고 싶어?”, “그렇게 하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까?” 등. 답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두 사람의 뜻이 일치하는지, 이러한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각자가 현재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6 “난 상대에게 괜찮은 배우자감일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 관련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에 대해 남녀가 동등하게 부담한다고 답한 비율이 70%를 훌쩍 넘었다. 옛날처럼 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 장만한다거나 ‘남자 잘 만나서 팔자 고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혼은 사랑을 넘어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고, 그건 함께 구축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천은 상담할 때 “이런 남자(여자)와 결혼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정작 당신은 미래의 배우자에게 어떤 사람일 것 같습니까?”라고 되묻는다고 했다. 그는 “부자 되는 결혼이란 부자가 될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자가 될 상대가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떻게든 돈 관리 잘하고 경제관념이 바로 선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너와 내가 어떤 미래를 꾸려가고 싶은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돈’이라는 주제가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의 경제관념을 알아보는 것은 나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거쳐 함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아갈 때, 이 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단, 빚, 보증, 마이너스 통장 없는 너랑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