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 받은 남자들의 진짜 속마음
이별 후, 여자들은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친구들을 만나 미친 듯이 수다를 떨며 조금씩 일상에 적응해간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이별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코스모가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들의 다이어리를 긴급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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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어요”
3년 동안 사귄 그녀에게서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은 지 어느새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녀에게는 최근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고, 추지민(29세, 회사원) 씨는 이제 정말 그녀를 정리하려 한다.
WEEK 1
몇 달 전부터 그녀와 나는 권태기를 겪고 있었다. 서로 사랑했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한 일상처럼 의무적으로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 가끔 귀찮게 여겨지기도 했을 정도다. 그 무렵 그녀가 미국으로 두 달간 여행을 가게 됐다. 나름 긴 기간이었지만 딱히 서운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번 여행으로 서로에 대해 애틋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여행을 통해 오히려 그녀는 나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확인한 듯했다. 귀국 후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좋아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고. 헤어진 다음 날,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와 선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상자에 넣었다. 딱히 아프지는 않았다. 이별이 아직 믿기지 않는 탓이었을까? 여전히 내 여자 같기도 했고 며칠 있으면 연락이 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너무 괴로웠다.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 틈틈이 약속을 잡았고 바쁘게 움직였다. 분명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왜 이러는 걸까?
WEEK 2
그녀의 카톡과 전화번호를 다 삭제했지만 내 머리는 그녀의 카톡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카톡을 매일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보니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수많은 추측이 뇌리를 스쳤다. ‘지금 무슨 생각 할까?’, ‘내 생각은 하나?’, ‘이제 솔로니까 대시하는 남자들이 많으려나?’, ‘금방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하려나?’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WEEK 3
내 생일이다. 평소 같으면 최고의 생일을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는데, 이번엔 혼자다. 혹시나 해서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괜히 섭섭했다. 어떻게 생일인 걸 알면서 연락을 안 할 수 있지? 그녀가 너무 미웠다. 이렇게 매정한 애가 아니란 걸 알기에 더 원망스러웠다. 미워라도 해야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WEEK 4
밤에 자꾸 그녀 생각이 난다.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상자를 꺼내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과 편지를 다시 읽어봤다. 편지를 읽다 보면 애틋해지고,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보고 싶다. 연락을 해볼까?
WEEK 5
하루에 2번씩 그녀의 카톡 아이디를 검색했다. 아무래도 우울증이 온 것 같다. 영원한 내 편일 줄 알았던 그녀가 이제 진짜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여전히 약속도 매일 잡고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잊으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는 그녀와의 추억이 나를 괴롭힌다.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이별한 것이 후회가 된다. 계속 사귈걸.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들걸.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깟 자존심 하나 못 버린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직장에서도 우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웃어도 슬픈 웃음이라고, 사람들이 그랬다.
NOW
이별 6개월 차인 지금.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그 사실은 역시 카톡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그녀는 새로운 남자 친구와 찍은 사진과 함께 독일어로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해”라는 문구를 적어두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슴이 잠깐 아프다가 금방 괜찮아졌다. 그 이후로 그녀의 카톡을 검색하는 버릇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고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녀를 원망하기보다 응원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이제 나도 어느 정도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만나서 안부를 묻고 싶다.
“그녀가 없는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동호회에서 만난 그녀와 2년간의 열애 끝에 작년 말 이별한 한승헌(34세, 자영업) 씨. 가치관의 차이로 다툼이 잦아질 무렵, 그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다.
WEEK 1
내 생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른 아침,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직접 너를 만나는 건 힘들 것 같으니까 문자로 할게. 미안한데 우리 헤어졌으면 좋겠어”라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그간 줄기찬 싸움을 통해서 우리가 언젠가는 이별할 거라는 예감을 하고 있었기에 잡으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가분했다. 괜한 잡념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에는 골프를, 저녁에는 헬스를 하며 최대한 몸을 피곤하게 했다. 오랜만에 몸무게를 재보니, 상당히 살이 쪄 있었다. 그동안 나 자신을 가꾸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WEEK 2
그녀의 빈자리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굿모닝!”, “점심 맛있게 먹어”, “퇴근 잘해~!” 시간대별로 주고받던 문자들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그때는 그게 귀찮기도 했는데, 막상 못 하게 되니 허전한 마음이 든다. 친구들에게 연락해 술 약속을 잡았다. “나, 헤어졌다” “왜?” “성격 차이”. 이별에 관한 대화는 그 정도면 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WEEK 3
그녀의 SNS에 들어가 근황 체크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매일 그녀가 생각나지만 연락할 자신은 없다. 친구들과 아웃렛에 가서 쇼핑을 하고, 가족들과 등산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한가하거나 심심한 마음이 들지 않게 바쁘게 움직였다.
WEEK 4
태국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오로지 밥 먹고 골프만 치느라 이별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어 좋았다. 오랜만에 그녀의 SNS에 들어갔는데 “소개팅한 남자가 반응이 없어서 우울하다”라는 글이 업데이트돼 있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그래도 헤어지면 6개월 정도는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왠지 모를 배신감에 밤마다 술을 마셨다.
NOW
나도 SNS 활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여행 사진부터 맛집 사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까지 매일같이 일상을 올렸다. 난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그녀가 없는 일상에 익숙해진 것 같다. 혼자인 상태로 인생을 즐기는 나만의 방식도 정상화돼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뒤척이는 밤이 종종 있다. 그럴 때 보기 위해 컴퓨터에 영화를 잔뜩 다운받아놓고, 하나씩 꺼내 보며 잠을 청하곤 한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맙기는 하지만 아직은 소개팅에 나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은 없지만, ‘그녀만큼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덤덤해진다면 그때 연애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Credit
- Editor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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