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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ADHD 같아”라고 느낄 때 먼저 확인해야 할 것

‘내가 ADHD라고?’와 ‘요즘 다 ADHD더라’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ADHD 증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오해도 늘었다. 성인 ADHD의 증상부터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까지.

프로필 by 이유진 2026.09.05

‘수치심’의 또 다른 이름

35세의 나이에 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며칠, 몇 주, 길게는 몇 달씩 우울과 불안이 삶을 집어삼키는 시기가 반복됐고 심할 때는 하루에 열 번이나 공황 발작을 겪으며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다행히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 충분한 수면, 운동, 식습관 관리 등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호전과 악화는 늘 반복됐다. 그러다 2024년 여름, 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우울을 겪었다. 처음으로 자살 충동과 반복적인 침투 사고까지 경험하며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꼈다. 개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았고, 의사는 항우울제 복용을 권하며 뜻밖의 말을 건넸다. “ADHD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요?” 솔직히 당황했다. 내게 ADHD란,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교실을 뛰어다니는 말썽꾸러기 아이를 가리키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 조언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괜찮은 시기가 잠시 이어졌다가 다시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1년 뒤에는 2명의 심리 치료사가 똑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0년 동안 받은 여러 형태의 치료가 증상을 호전시키지 못했고 불안이나 공황, 우울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로 ADHD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긴 나는 성인 ADHD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고, 소셜 미디어를 샅샅이 뒤졌다. 결국 주치의에게 ADHD 진료 의뢰서를 받았지만, 몇 달 동안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우연히 BBC 다큐멘터리 <Inside Our ADHD Minds>를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날 밤 내가 흘린 눈물은 ADHD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산만함이나 정리정돈의 어려움, 건망증 때문이 아니었다. ‘수치심’ 때문이었다. 평생 나를 짓눌러온 감정이 ADHD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이해했다. 내 ADHD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모습과 달랐다. 나는 늘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뤘고, 사소한 실수를 반복했다. 단순한 업무도 감당하기 버거웠고, 약속과 마감일을 자주 놓쳤다. 문제는 그런 실수보다도, 그 모든 일을 내 무능함의 증거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실수 하나가 몇 배의 자기 비난으로 이어졌고, 결국 나는 매일 무거운 수치심을 짊어지고 살아갔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헨리 뮐러 역시 이 같은 감정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본 뒤에야 나는 서랍 속 진료 의뢰서를 꺼냈고, 검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25년 말, 나는 35세의 나이에 ‘ADHD 복합형’을 진단받았다. 진단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삶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겪은 어려움이 모두 의지 부족이나 실패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안다. 내 뇌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뒤부터는, 스스로를 향한 비난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진단의 경계는 어디까지?

ADHD 진단은 이제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진단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요즘은 다들 ADHD라더라”라는 말도 쉽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ADHD가 과잉 진단되고 있다는 근거는 충분할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성인 ADHD를 ‘뇌가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영국에서 ADHD를 앓는 사람은 약 25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50만 명 이상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논쟁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ADHD 진단율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는 ADHD와 자폐 스펙트럼이 과잉 진단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가족에게 아직 ADHD 진단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혹시 대수롭지 않게 여길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단받은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 다들 ADHD 있잖아.” 성인 ADHD 전문가 제임스 커스토는 ADHD를 지나치게 익숙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 집중력을 잃고, 일을 미루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ADHD와 동일시하며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ADHD는 그런 경험이 가끔 나타나는 게 아니라, 증상이 지속적이고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커스토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명칭 자체도 오해를 부른다고 말한다. ‘결핍’이라는 단어가 증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행 기능과 자기 조절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면 가정의학 전문의 개빈 프랜시스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진단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진단명이 당사자를 평생 규정하는 꼬리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범불안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이 “나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야”라고 여기며 변화하거나 새로운 대처 방식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진단은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치료 방향을 찾기 위한 도구이지, 사람을 평생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하는 이름표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변해요. 한때는 진단 기준에 해당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 환경이 달라지고 치료를 받으면서 더 이상 그 기준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죠. 그렇다고 당시의 진단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고요.”


반대로 커스토는 지금 영국의 현실은 ‘과잉 진단’이 아니라 ‘미진단’에 더 가깝다고도 주장한다. 성인 ADHD 유병률을 고려하면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과잉 진단’이라는 프레임이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많은 사람이 이미 수치심과 자기 의심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건 유행일 뿐’이라는 말을 들으면 감정은 더 깊어지죠.” 그는 “우리의 목표는 더 많은 유병자 진단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단을 기다리는 사람들

‘과잉 진단이냐, 미진단이냐’를 둘러싼 논쟁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진단을 받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50만 명 이상이 ADHD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실 NHS는 긴 대기 기간과 복잡한 절차로 오랫동안 비판받아왔고, 민간 의료 역시 높은 비용과 진단의 퀄리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32세의 해나 바이니도 ADHD 판정을 받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어머니가 처음 ADHD 가능성을 제기했을 당시 그녀는 ADHD를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거나 덜렁거리는 사람들의 특성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점차 번아웃에 빠졌고 스스로를 버티기 위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2024년 ADHD 진단을 받았으나,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탓에 처음에는 그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틱톡에서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찾아볼수록 ADHD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금 그녀는 ‘Class A People’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ADHD 검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데 지쳐 있었어요.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또 다른 기관으로 계속 떠넘겨질 뿐이었죠.” 그녀는 오랫동안 증상을 겪어온 한 아이가 검사 날짜를 2027년으로 통보받았던 사례를 들며, 지금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지 이야기했다.


다행히 내 경우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었다. 그런데 나 역시 가장 힘들었던 건 긴 설문지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었다. ADHD를 앓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종류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렵게 작성한 서류를 제출한 뒤 몇 달 만에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내게 맞는 약물과 용량을 찾는 ‘약물 적정’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약물 치료를 받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치료 여부와 별개로, 진단은 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충동성 덕분에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추진력,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위기에서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판단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민감하게 읽어내는 공감 능력까지. 예전에는 모두 부족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긍정적인 의미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BBC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모든 실패를 내 탓으로만 돌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던 헨리 뮐러에게 직접 연락해 ADHD 진단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진단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게 ‘당신은 지금 여기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해주었죠. 어디서부터 길을 찾아야 하는지는 알게 됐고, 더 이상 내가 무능해서 길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ADHD 과잉 진단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논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진단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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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유진
  • 글 Adam Turner(〈맨즈헬스 UK〉에디터)
  • 사진 Andy Parsons
  • 세트 스타일리스트 Emma Ritchie Calder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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