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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혹시 ADHD? 여성 ADHD 자가 진단법

지금껏 여성은 ADHD에 관한 이야기에서 배제돼왔다는 사실. 젊은 여성에겐 ADHD가 어떤 양상으로 찾아오는지, 구체적인 사례부터 전문가의 견해까지 하나씩 짚어보자.

프로필 by 김미나 2025.02.21

해나 램지는 언제나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라디오 방송이 동시에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 그 소음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해졌고, 해나는 자신의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그녀는 36만6000명이 참여하고 있는 레딧의 ‘ADHD 여성(ADHD Women)’ 채널에서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글들을 연달아 읽었고, 유튜브에선 평소 구독하던 문화 평론가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그들의 경험과 해나가 겪은 증상은 비슷했다(틱톡까진 찾아보지 않았지만, 틱톡에도 뒤늦게 ADHD 진단을 받은 여성이 언급된 영상 약 6600만 개가 올라와 있다).



인터넷을 찾아본 후, 해나는 심리학자에게 ADHD를 정식으로 진단받기로 결심했고 곧 공식적으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즉 ADHD를 진단받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ADHD는 뇌가 발달하고, 기능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만성 신경 발달 질환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온 이상 증세에 대해 정확한 확인을 받은 셈이니 해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ADHD를 가진 다른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알게 된 덕분에 내가 그동안 살면서 느껴온 수치심, 스스로에 대한 의심, 부적응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덜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해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은 결코 드물지 않다. ADHD는 일반적으로 ‘어린 남자아이들 문제’로 여겨졌으며 주로 진단받는 계층도 어린 남자아이들이었다. 그러나 ADHD는 이제 성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학 전문 기사와 데이터, 통계 등을 제공하는 미국 최고의 임상 연구 사이트 네트워크인 에픽 리서치(Epic Research)의 데이터에 따르면, 23세부터 49세 사이의 여성 중 ADHD 신규 진단을 받은 건수는 2020년에 비해 2022년 약 2배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애더럴과 같은 ADHD 치료에 사용되는 각성제 처방이 폭증했는데, 20~30대 여성층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남자아이들에게서만 발생한다고 알려진 이 질환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젊은 여성들의 병으로 옮겨가게 된 걸까? 하지만 놀랍게도 ADHD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ADHD가 여성들 사이에서 진단되거나 치료되지 않은 채로 지금껏 존재해왔다고 추측한다.



의학계는 수십 년 동안 거의 백인 남자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바탕 삼아 ADHD를 이해해왔다. 이 연구들은 통상적으로 집중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거나, 조용히 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증상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 여성들은 ADHD를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겪는다. 여성들에게서 과잉 행동이나 충동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서는 부주의함과 관련된 증상들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 임상심리학자 줄리아 셰흐터 박사의 소견이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수업 시간에 낙서를 하는 것 등이 부주의함과 관련된 증상에 해당한다.



젊은 여성이 ADHD 약물을 처방받은 횟수는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만 거의 53% 증가했다.

젊은 여성이 ADHD 약물을 처방받은 횟수는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만 거의 53% 증가했다.


키나 미숑(32세)은 주변인으로부터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너무 산만한 경향이 있다고 자주 지적을 받자 ADHD 검사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학계 성차별을 직접 경험했다. 그간 ADHD는 백인 남자아이 위주의 연구 자료가 대부분이었고 키나와 같은 젊은 여성을 고려한 검사 과정은 없었다. 검사 시간이 5시간이 걸렸을 뿐, 당시 남성 의사는 키나의 서류들을 전부 훑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의사는 “병력으로 보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범불안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처방했다. 또한 키나는 의사가 자신의 성장 환경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고도 덧붙였다. 의사는 키나의 의견은 무시한 채 10주간의 상담 치료를 권했다. 그러나 키나는 이미 몇 년 동안 상담 치료를 받아온 상황이었고, ADHD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한 것 또한 키나의 상담 치료사였다. 키나는 결국 다른 병원에 가보기로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의학적 치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정식 진단은 받지 못한 상태다. 키나처럼 징후가 확실한데도 ADHD 진단이 너무 늦어지게 되면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셰흐터 박사는 “ADHD가 있는데도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여성들은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더 높으며,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인물로부터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은 5배, 자해를 하게 될 위험은 2배 더 높다”라고 말한다. “이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더 많은 개입이 이루어질수록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진단을 받지 않고 심각한 상황을 빗겨간 경우라고 하더라도 만성적으로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해나가 한때 스스로를 부적응자라고 느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해나는 대학 1학년 때 밤을 새워 공부해도 계속 수업에서 뒤처졌다. 해나는 ‘내가 그렇지 뭐,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ADHD의 또 다른 얼굴

ADHD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과잉 행동을 하며 때때로 시끄럽게 구는 어린아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ADHD 증상이 건망증, 산만함, 업무 집중력 저하 등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 여성의 ADHD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관계 지속 어려움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


여성의 ADHD에 대한 인식이 점점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평생 ADHD를 갖고 살아온 것은 아닐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혹은 ADHD를 의심하는 성인 누구든)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은 여전히 부재하다. 미국 ADHD 및 관련 장애 전문 학회(APSARD)는 성인 대상의 공식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나 완료 시점은 미정이다.



ADHD 유사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은 ‘DSM-5’라 불리는 뇌와 정신건강 상태 매뉴얼에 따라 검사를 해줄 신뢰 가능한 전문의를 끈기 있게 찾는 것이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보통 애더럴과 같은 약물 치료나 상담을 통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여전히 여성이나 소외된 집단의 미묘한 경험을 반영하지 않은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여전히 ADHD를 가진 여성들이 진단 과정에서 무시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DHD를 진단받는 환자 10명 중 8명이 남자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4.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재직하며 ADHD 검사, 평가, 교육 도구 개발에도 참여한 국내의 대표적인 ADHD 전문의인 반건호 교수는 “ADHD를 진단받는 환자의 성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사회가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대하는 탓이 클 수 있다. 남자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면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치려 하는 반면 여자아이는 문제 행동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경향이다. 더욱이 여성들은 자기 문제를 감추고 스스로 교정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여성 ADHD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투명소녀’, 완벽을 추구하다 지친 ‘번아웃 여인’으로 표현되는 이유다”라고 말한다.


— writer Christen A. Johnson (미국 코스모폴리탄 에디터)


Credit

  • Editor 김미나
  • Translator 박수진
  • Reference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 컬럼비아 대학교 어빙 메디컬 센터 / K-공감 / 보건복지부 /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 통계정보센터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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