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 탐조, 록 텀블링? 요즘 뜨는 느린 취미 5
탐조, 코바늘 뜨개, 독서, 비즈 식물 만들기, 록 텀블링까지. 땀 흘리거나 누군가와 밍글링하지 않아도 되는 느린 이색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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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탐조
이름부터 생소한 ‘탐조’. 탐조는 새를 관찰하는 취미 활동이다. 비록 걷고 기다리는 시간이 9할이지만, 나머지 1할을 위해 새 지저귐 소리에 귀 기울인다. 책에서만 보던 진귀한 종을 포착했을 때의 행복감이란!
」어린 시절부터 오리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탐조 활동. 두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 있는 새를 자세히 보기 위해, 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아빠의 오래된 DSLR을 가지고 탐조 활동을 시작했다. 나의 첫 탐조 활동지는 청계천이었는데 해오라기, 왜가리, 청둥오리 같은, 비교적 흔한 새들을 탐조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일이 무척 재밌어서 지금껏 취미 활동으로 이어오고 있다. 오늘처럼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위에도, 영하의 추위로 발끝이 꽁꽁 얼어버릴 날씨에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탐조에 나선다. 물론 탐조를 간다고 해서 귀한 새를 무조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내 걷기만 하다 한 마리도 보지 못할 때가 있지만, 걸으면서 사색하고,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것이 내겐 큰 힐링이 된다. 그러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새나 평소에 보기 힘든 희귀한 종을 봤을 때, 그 희열감은 소위 ‘도파민 폭발’이다. 새 자체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특별한 새가 나오는 스폿을 찾아다니는 것도 탐조의 매력. 이렇게 탐조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탐조를 하는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져 귀한 정보를 많이 얻는다. 후투티, 말똥가리, 부엉이 등 흔치 않은 새가 자주 출몰하는 비밀 스폿을 공유하기도 하고, 장비나 탐조한 새의 명칭을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의 탐조 동아리 회장과 친해지게 돼 남양주로 물수리 탐조를 다녀왔다. 이렇게 꼭 커뮤니티에 소속돼 있어야만 탐조가 가능한 건 아니다. 더 쉽게 입문하는 방법도 있다. 탐조 전문 여행사인 ‘에코버드투어’에서 마음에 드는 투어를 신청해 경험해보는 것이다. 장비는 휴대폰 카메라나 망원경으로도 충분하다. 단체 투어가 내키지 않고, 혼자서 시작하고 싶다면 <한국의 새>라는 도감을 사서 새의 생김새와 명칭을 익힌 뒤에 집 근처 냇가나 뒷산 등 가까운 곳부터 탐조를 시작해보자. 박새, 직박구리, 물까치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을 관찰하고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탐조의 첫걸음이니까. 탐조 시 새를 보기 위해 무리해서 유인하거나, 다가가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탐조의 첫 번째 자세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by 제다은(대사 비서, 한불 통역사)

2 비즈 식물
초 단위를 살아가는 MZ 직장인에게 화분을 들여 키우는 일은 사치이자, 식물에게도 퍽 미안한 일이다. 그럼에도 ‘식집사’가 되고 싶다면 ‘비즈 식물’이라는 대안이 있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 있다. “넌 요즘 너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무얼 해?” 그 간단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스스로를 위해 따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한 적이 있었나? 일과 그저 침대 위에서 쉬는 순간 빼고 취미라는 걸 온전히 즐겨본 적은? 까마득한 기억에 그 흔한 취미도 하나 없이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반복하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잃어버렸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취미를 되찾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다. ‘느린 취미’라는 키워드 아래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취미라는 것도 결국 텅 비어버린 일상의 어느 한편을 채우는 행위일 테니까. 스스로에게 무신경했던 만큼 생기를 잃어가는 생활 공간을 둘러보다 아차 싶었던 건 집에 식물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식물을 오래 키우는 데엔 영 소질이 없기도 했지만, 마감과 야근을 숨 쉬듯 하는 내 일상의 루틴에 식집사가 된다는 건 사치였다. 그런데 내 손으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있는 식물을 만들 수 있다니! 고민도 없이 비즈 식물에 도전했다. 한 아이돌 그룹의 앨범 재킷에 소품으로 등장하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는 비즈 식물은 해외와 핀터레스트에서 더 빠르게 퍼져 나간 ‘신(新)’취미이기도. 생김새도, 형태도 다양한 핀터레스트를 둘러보며 기본적인 미감을 익히고 난 뒤, 비즈 식물 만들기 키트로 비즈 식물 취미에 입성했다. 화분과 식물의 줄기와 잎 그리고 열매가 되는 색색의 비즈 구슬, 구슬을 꿰고 화분에 고정하기 위한 부자재, 만드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가 돼 있는 키트라 손재주가 없는 초보자도 거뜬히 완성할 수 있는 난이도다. 더구나 비즈 식물을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만 익히고 나면 비즈 식물 화분부터 키 링, 책갈피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기본 구슬부터 꽃과 나뭇잎, 과일이나 버섯 등 독특한 모양의 구슬 재료까지 다양하게 구할 수 있는 점도 재미있다. 한번 발을 들이면 ‘비즈 개미 지옥’에 절로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보다 비즈 구슬을 꿰는 동안 마치 개운한 명상을 하고 난 듯 잡생각과 성가신 걱정들에서 완벽한 도피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나 좋았다(단순노동의 미학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 시간 남짓 수양하는 기분으로 구슬을 꿰고 조합하고 나니 귀엽고 앙증맞은 비즈 식물이 손안에 포근히 피어났다. 침대 옆 협탁에 내려두니 왜인지 오래오래 지켜보고 살펴주고 싶은 ‘반려 식물’이 생긴 기분이 든다. 이 식물만큼은 영원히 시들지도, 바래지도 않을 거라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이치 하나가 마음을 왜 이리 가득 채워주는지 모르겠다.
by 천일홍(<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

3 독서 모임
미디어 속 도파민에 절여진 요즘,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더 많아졌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기억력 감퇴에도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영 책이 손에 안 잡힌다면? 주변 독서 클럽에 가입해보길!
」군 복무 시절 독서에 취미를 붙였다. 당시 밴드로 활동 중이었는데 좋은 가사를 쓰려면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 삶은 음악보다는 독서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함께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고부터다. 우리 독서 모임은 책을 읽고 저마다의 생각을 공유한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책 속 세계관은 그의 의도가 겹겹이 쌓인 결과라서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고가 확장되고, 편견은 줄어든다. 그렇게 책의 숨은 의도까지 한 꺼풀씩 벗겨내다 보면 한 권의 책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하는데, 그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우리 북 클럽, ‘아그레아블’은 책에 대한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영화나 전시 리뷰를 하기도 하고, 글쓰기 클래스도 연다. 그러니 독서 모임이라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참여자와의 교류, 그리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보자. 책과 사유, 연대로 채워가는 삶은 분명 내면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by 박종철(북 클럽 ‘아그레아블’ 운영자)

4 코바늘 뜨개
우리가 알던 뜨개질과 달리 코바늘 뜨개는 하나의 바늘만 사용한다. 그래서 더 단순해 보이지만, 어떤 모양이든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고, 편물도 단단해 형태감도 산다. 한 코 한 코 떠내려갈수록 결과물이 완성되는 게 눈에 보여 뿌듯하다.
」중학교 시절, 엄마의 오랜 취미였던 뜨개질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때는 뜨개질이라는 행위 자체가 올드하게만 느껴졌는데, 코로나19 이후로 SNS 상에서 유행처럼 퍼지는 것을 보고 나도 다시 코바늘을 잡게 됐다. 초반에는 뜨개질 유튜버를 보며 다시 감을 익혔고(이 자리를 빌려 나의 유튜브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기술을 어느 정도 연마했을 때쯤 만들고 싶은 소품을 직접 스케치해 도안을 제작했다. 작은 아이템들은 결과물이 금방 눈에 보여 지루하지도 않고, 실과 바늘만 있으면 돼 공간의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입문하고 취미를 이어나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좋았던 건 나만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뜨개 공방인 ‘수제비공방’을 처음 오픈했을 때 만든 ‘액막이 북어’도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봤던 북어를 뜨개 액세서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뜨개질이 단순히 손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으로는 계속 숫자를 세고, 무늬의 규칙을 생각해야 하는 취미다. 어떨 땐 산수를 하는 것처럼 집중한다. 그런 몰입의 순간 동안 나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자기 효능감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뜨개질은 심리학 연구에서도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됐다. 그런 걸 기대하며 뜨개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취미 활동을 하면서 보너스 혜택까지 얻는 기분이랄까?
by 이가영(뜨개 작가)

5 록 텀블링
거친 원석을 다듬어 보석처럼 아름다운 돌을 만드는 록 텀블링. 돌을 찾고 연마해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은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렇게 느리고 정성스러운 과정은 인내심과 끈기를 길러주며 동시에 마음을 치유한다.
」록 텀블링이라는 취미를 갖기 전, 내 취미는 예쁜 돌을 모으는 것이었다. 천연 원석을 정말 좋아해 관련된 게시물들을 보다 보니 알고리즘이 ‘록 텀블링’의 세계로 인도했다. 록 텀블링은 거친 돌을 매끄럽고 반짝이는 상태로 다듬는 과정인데, 이때 ‘텀블러’라는 기계를 사용한다. 고무통 안에 돌과 물, 그리고 그릿(연마재)을 함께 넣고 기계를 천천히 회전시키면 돌들이 서로 부딪히며 깎이고, 닦이는 원리다. 이 과정은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데 단계를 거듭할수록 그릿의 입자가 고와진다. 각 단계가 일주일이 소요되니,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전에는 돌을 모으고 감상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직접 만지고 텀블링하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취미에 주체성을 더하니 거기서 오는 힐링은 훨씬 크다. 록 텀블링의 시작은 돌을 찾는 일인데, 어떤 돌을 다듬어야 예쁘게 나올지는 늘 미지수다. 그래서 더 두근거리는 작업이기도. 이때는 거의 ‘암석 탐정’에 빙의해서 돌을 찾고 자료 조사를 하는 편. 텀블링할 돌을 결정했을 땐 꼭 ‘비포’ 사진을 찍어두길 바란다. 텀블링 전후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인고의 시간이 싹 씻겨 내려가는 듯한 감동과 뿌듯함이 몰려올 것이다. 물론 텀블링에 실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 속에서 얻는 경험치는 실로 엄청나니까. 어떤 종류의 원석이 아름다운 속내를 품고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도 록 텀블링의 묘미다. 그렇게 실패를 줄여가다 보면 어느새 록 텀블링에 감겨버린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아직 한국에는 록 텀블링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관심이 생기더라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텀블러를 해외 직구해야 하고, 튜토리얼 영상도 많지 않으니 여러모로 인내심과 집요함이 필요한 취미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은 록 텀블링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소중한 취미가 됐고 ‘@tumble_b2’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록 텀블링에 입문하는 팔로어들과 소통할 수 있어 더 즐겁다.
by 조세핀(주얼리 사업가)
Credit
- Editor 김미나
- Illustration By Seoi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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