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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배두나의 지금, 화보와 인터뷰 전체 공개!

“지금 제가 행복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건 감사하다는 마음이에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배두나의 지금, 또렷한 단 하나의 마음

프로필 by 천일홍 2025.07.28
재킷, 베스트, 팬츠, 펠트 해트, 레베카 슈즈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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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촬영차 부다페스트에 다녀왔죠. 그곳에서의 시간은 어땠어요?

앞으로 어떤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줄곧 밝은 작품이라고 답해왔는데, 그게 이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들어온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시나리오였어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 일했던 현장이었고, 재미있게 찍고 왔어요.


영화 <바이러스>에 이어 또 한 번 밝은 얼굴의 배두나를 볼 수 있겠네요.

네. 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블랙코미디거든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마냥 진지하게 하지 않는 작품 있잖아요. 극장에서 볼 땐 가벼운 마음으로 보지만,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영화가 전 좋더라고요. 덕분에 지금은 갈증이 굉장히 많이 해소된 상태예요.(웃음)


혹시 이번 촬영 때도 기념이 될 만한 소품을 챙겨 왔나요? 작품마다 하나씩 챙겨 온다고 했죠.

네! 현장에서 선물받은 게 있지만, 지금은 말해드릴 수 없어요.(웃음)


다가오는 8월이면 <린다 린다 린다>가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돼요.

너~무 기뻐요! 근래 들어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되게 뿌듯한 게 2021년에 <고양이를 부탁해>도 20년 만에 4K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작게나마 했었거든요. 극장에서 다시 보는데,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거예요.


명작은 시간을 초월하는 법이죠.

하하. 감사해요. 하지만 당시엔 명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계가 르네상스 시대였기 때문에 개성 있고 좋은 작품이 워낙 많기도 했고요. 20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새삼 <고양이를 부탁해>가 좋은 작품이라는 게 체감되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배우인가' 하는 생각에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됐어요. 사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님이 제게 연락을 주셨고,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린다 린다 린다>도 <플란다스의 개> 덕분에 출연할 수 있었고요. '어쩌면 내가 걸어온 길은 이 초기작들이 초석을 다져주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좀 뭉클하죠.


20년을 뛰어넘어 큰 스크린에서 ‘송’을 다시 보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애틋할 것 같아요. ‘송’은 그 당시의 저와 닮아 있거든요. 일본으로 건너간 유학생 역할인데, 일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어쩌다 밴드 보컬이 되는 친구잖아요. 그 작품이 제 첫 해외 영화기도 하니까 닮은 구석이 많죠.(웃음) 지금은 일본도 거치고 미국도 거치고, 프랑스도 거치면서 해외 작품을 하고 있지만, 그 작품은 ‘모험을 떠나볼까?’란 마음으로 내딛은 첫걸음이었어요. 영화에서 ‘송’이 조금씩 친구와 밴드 생활에 스며드는데, 그 과정도 제가 겪어온 경험과 비슷하죠.


배두나의 모든 걸음은 운명이었구나 싶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너무 신기하죠. 지나고 보니 내가 어떤 영화에 머물러 있었느냐가 삶의 방향도 정해주는 것 같아요. 당시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거든요. ‘이때는 내가 할리우드에 도전해보겠다, 영어를 배워서 이 작품을 찍겠다’ 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저 오늘에 충실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이었거든요. 먼저 가서 문을 두드리는 성향도 아니었고요.

보머 재킷, 팬츠, 펠트 해트, 반지, 엑스트라 클러치 L36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보머 재킷, 팬츠, 펠트 해트, 반지, 엑스트라 클러치 L36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매일을 물 흐르듯 살아가던 사람에게서 어떻게 ‘모험을 떠나볼까?’ 하는 용감함이 생겼던 거예요?

그건 너무 단순했어요. <린다 린다 린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영화가 재미있었어요. 저를 유혹하는 건 늘 한 가지였던 것 같아요. 감독과 감독의 전작. <고양이를 부탁해>가 일본에서 개봉하면서 현지에 홍보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묵은 호텔에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님과 프로듀서님이 찾아와 감독님의 전작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린다 린다 린다> 줄거리가 요약된 트리트먼트 한 장을 주셨어요. 그 비디오테이프를 보곤 깜~짝 놀랐죠. 저예산의 코미디 영화였는데,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거든요. 그걸 보고 나니 꼭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길로 일본에 가서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그 어떤 두려움이나 거리낌도 없이요. 그때는 한창 연기를 잘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일하던 시기였거든요. 가령 윤여정 선생님이 나오시는 일일 연속극이다 하면 고민도 없이 출연했어요. 고두심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주말 연속극 섭외가 들어오면 그 현장에서 배우면서 연기를 했고요. 그런 열정이 가득했던 청춘이었죠 그땐.


그런 열정과 치열함은 여전히 배두나의 곁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드라마, 영화, OTT까지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있잖아요.

음, 어느 정도는?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있고요.(웃음)


원체 즐겁고 유쾌한 걸 지향하는 기질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떤가요?

어떤 분이 제 움직임에 만화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물론 그런 모습은 진지하거나 어두운 작품에선 드러내지 않지만, 제 초기작들을 보면 표정이나 동작에 그 ‘만화적인’ 모멘트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서 특유의 리듬감이 제 안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하는 건 요즘 들어 더 그래요. 영화 <도희야> <다음 소희> 드라마 <킹덤> <고요의 바다>까지 진지하고 어떤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한동안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씩 다운되는 걸 경험했어요. 그리고 팬데믹이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나 회식 힘들어하는데, 회식이 없으니 얼마나 좋아?’ 하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우울감은 피할 수 없었어요. 팬데믹 이후에도 부정적인 뉴스를 반복해서 접할 때면 왠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감정적으로도 많이 일렁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됐어요. 한동안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오늘 나에게 제일 잘해줘야 해’ 하고 생각했을 만큼요. 일적으로도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고 화두를 던지는 작품도 좋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람들을 기분 좋게, 웃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사실 드라마 <가족계획>도 그런 마음으로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조금 무서운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긴 했지만.(웃음)

트래블러 재킷, 셔츠, 스커트, 귀고리, 엑스트라 백 L23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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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올해는 유독 배두나의 다양한 행보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의 MC석에 앉아 있는 모습도 말이죠.

맞아요. 계속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친근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해보고 싶고, 안 해봤던 일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배우라고 해서 제 모습을 너무 숨기거나 포장하는 건 오히려 더 리스키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기회가 왔을 때 부딪쳐보는 것도 방법이죠. 이 나이가 돼도 여전히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


<알쓸별잡>이라는 방황이 배두나에게 남긴 교훈은요?

예능을 많이 해보지 않아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 전보다 더 용감해졌어요. 특히 질문을 던지는 것에 거침이 없어졌어요.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걸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모르는 걸 드러내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저도 그런 공포감에 질문하는 걸 꺼려 했거든요. 근데 <알쓸별잡>을 하면서 그 두려움을 깼어요. '뭐 어때, 궁금하면 그냥 물어보는 거지!'라는 마음으로요. 주눅들 이유가 사실 전혀 없죠.


배두나의 삶은 항상 대담하고 멋진 행보로 가득한데, 시사/교양 프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했던 말이 무척 의외였어요. “내 삶이 영화 같은 건 싫다. 개인의 삶에서 영화처럼 많은 일이 벌어지면 캐릭터가 내 삶보다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심심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저는 활자로부터 느낀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일종의 전달자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를 온전히 비워두고, 활자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 개인적인 삶에 엄청난 파도를 겪고 있다면, 이 일이 너무 아프고 쓰라려서 활자 속 인물의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전 감정적으로 동요될 만한 일은 어떤 것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작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최대한 예민한 상태로 만들어두고 그 인물에 집중해요. 이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재화된 루틴 같은 거죠. 내가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기보단 작품 안에서 그 인물이 되어 연기하는 삶이 더 좋아요. 그게 제 직업이기도 하고요.

트래블러 재킷, 셔츠, 스커트, 귀고리, 엑스트라 백 L23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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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가 생각하는 멋이란 뭔가요?

멋이란… 글쎄요.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그리고 자유롭게 나 자신을 놓아줄 수 있는 것. 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유로워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떨 땐 스스로가 창피하기도 하고, 때로는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게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도요. 내가 나 자신을 용인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슬퍼질 것 같아요.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양심만큼은 잃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사는 편이죠. 제가 너무 이상주의자인 걸까요.(웃음)


보머 재킷, 팬츠, 펠트 해트, 반지, 양말, 롱부츠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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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상주의자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대화의 끝에 이 나이가 돼도 방황을 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아요. 배두나에게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이 흐르며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 있나요?

치열하게 매일을 살았던 그때의 제 모습은 변함없어요. 구태여 지난날을 돌아본다든가, 미래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하는 것보단 그저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흘러도 전 여전히 이 모습일 것 같아요.


현재에 가장 충실한 사람, 배두나는 지금 행복한가요?

지금 제가 행복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건 감사하다는 마음이에요. 나는 참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그뿐이에요.

재킷, 터틀넥, 팬츠, 펠트 해트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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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베스트, 팬츠, 펠트 해트, 레베카 슈즈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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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터 재킷, 스웨터, 팬츠, 플랫 슈즈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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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냐 롱 재킷, 스커트, 반지, 양말, 로퍼 모두 가격미정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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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윤지용
  • Hair 손혜진
  • Makeup 이준성
  • Stylist 박세준
  • Nail 허진희
  • Set Stylist 전수인
  • Assistant 이예은
  • Art Designer 변은지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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