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명상, 요가, 등산, 커피 클럽. 서울 속 새로운 웰니스 커뮤니티 4

혼자보단 함께!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웰니스 커뮤니티가 서울 곳곳에서 떠오르고 있다.

프로필 by 천일홍 2025.04.18

감각이 무뎌진 시대다. 화면을 스크롤하는 손끝, 이어폰에 갇힌 귀, 빠르게 소비되는 짧은 영상. 더 많은 정보를 접할수록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읽지만, 감각을 깨우는 경험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최근 이런 무감각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는 움직임이 보인다. 디지털 디톡스를 넘어선 더 적극적인 방식의 각성, 혼자가 아닌 함께 깨어나는 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자 명상하고, 혼자 운동하고, 혼자 챙겨 먹던 웰니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함께하는 웰니스’의 시대가 온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 전 함께 커피를 마시며 건강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느리게 달리는 시간, 찻잎이 품은 깊은 향기를 나누는 티 클럽, 요가와 일상이 만나는 순간들. 단순한 취미 모임을 넘어, 연결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웰니스 커뮤니티 4곳을 찾았다.


SOCIAL WELLNESS CLUBS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seoulmorningcoffeeclub

SMCC는 출근 전 건강한 아침 문화를 돕는 웰니스 커뮤니티다. ‘SMCC 런크루’, ‘SMCC 클래스’, ‘SMCC 트립’ 등 다양한 세부 활동이 있지만 SMCC의 정수는 커뮤니티 이름과 동일한 모임, 서울모닝커피클럽이다. 아침 일찍 서울 곳곳의 카페에 모여 커피와 대화를 통해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모임의 전부다. 회원제도 아니고, 참가비도 없다. 매일 오전, SMCC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다음 날 아침 모임 장소가 공지된다. 스토리에 태그된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선착순으로 참여가 확정되는데, 다음 날 아침 8시가 되면 8명의 사람이 모인다.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한다는 어색함을 자각할 때 즈음, 호스트의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진솔한 이야기와 웃음이 번진다. 눈뜨기 힘든 아침, 알람보다 강력한 건 누군가와 함께할 약속이 아닐까? 그 약속이 우리를 잠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고, 향긋한 커피 한 모금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하루를 더 힘차게 시작하게 만드니까.

도시명상

도시명상

도시명상 @dosi_meditation

“자각하는 모든 순간이 명상이 된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웰니스 커뮤니티. 도시명상에서는 달리기, 등산, 독서, 사진 등의 활동을 통해 순간을 자각하고 삶의 템포를 늦추는 법을 익힌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지만, 한편으로는 그 자극에 지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을 위해 ‘심심한 시간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도시명상의 대표 프로그램은 ‘천천히 러닝클럽’으로, 매주 토요일 아침 8시부터 8km를 달린다. 달리기 코스는 매주 달라지며 신사, 을지로, 서촌 등 서울 시내에서 모인 뒤 집결지 일대를 가볍게 러닝한다. 더 빠른 기록, 몸의 변화 등 성취 중심의 목표는 내려두고, 1km당 7분 정도의 페이스로 한 시간 가까이 달리며 발걸음마다 의식을 담는다. 러닝을 마친 후에는 호흡 명상을 함께 하며 타인의 리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걷고 달리며 존재하는 법을 배운다.

무릉

무릉

무릉 @mureung_poetry

무릉은 소리, 차, 명상을 기반으로 한 웰니스 스튜디오다. 한국 전통 음악과 차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공간 전체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경험되도록 설계했다. 이곳에서는 싱잉볼 사운드 명상, 묵언 명상을 하는 명상룸, 차를 마시며 일상에 쉼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돕는 무릉 티 세레모니를 통해 깊은 몰입과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 무릉 티 세레모니는 뿌리, 잎, 열매 3가지 차를 나눠 마시며 한국 차와 차 문화를 경험하고, 차가 바꾸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의 대표 프로그램. 차를 따르는 움직임을 바라보고, 정갈한 차 도구를 손끝으로 만지고, 따뜻한 차의 향과 맛을 몸에 들이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공간 전체를 채우는 싱잉볼 소리의 울림 속에서 고요함과 마주하는 싱잉볼 사운드 명상이 진행된다. 차를 마시는 동안 무뎌진 감각을 천천히 깨우고, 싱잉볼 연주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을 귀담아듣는 모든 과정이 곧 명상임을 깨닫는다.

 블루도어북스홈

블루도어북스홈

블루도어북스홈 @bluedoorbooks_home

안국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블루도어북스홈. 한남동 서점 ‘블루도어북스’에서 운영하는 워크숍 스튜디오다. 책이 사유의 공간을 만든다면 이곳은 요가, 요리, 바느질 등 다양한 활동을 주제로 몸을 탐색하는 공간이다. 가장 자주 열리는 워크숍 주제는 요가. ‘요가와 차 생활’, ‘요가와 우리술’ 등의 워크숍을 통해 요가 수업과 함께 여러 술을 시음해보거나, 차를 끓이며 몸을 데우고, 그림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요가의 움직임을 함께 하며 쌓인 묘한 친밀감이 이 하루의 모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웰니스 모임을 경험하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순간을 무의식적으로 흘려 보내며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함께 달릴 때의 호흡 소리, 아침 공기의 창백한 질감, 타인의 몸짓은 물론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의 파동과 생각의 흐름까지 더 선명하게 인식된다. 모임에서의 대화 역시 단순한 소통을 넘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된다. “오늘 활동 어땠어요?”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답을 꺼내는 순간,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풍경이 드러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안에 감춰진 생각들이 함께 나누는 언어를 만나 비로소 형체를 갖게 되는 것, 웰니스 커뮤니티를 통해 체감한 가장 큰 변화기도 하다. 그러니 이 칼럼이 단순한 모임 소개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이 되길 바란다. 혼자 몰입하던 시간을 낯선 이들과 함께 나눠보는 건 어떨까? 그 작은 변화가 당신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깨울지도 모른다.

writer 오우리(프리랜스 에디터)

Credit

  • Editor 천일홍
  • Writer 오우리(프리랜스 에디터)
  • Illustration By Ikoong
  • Photo By Community
  • Art Designer 김진림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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