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재킷 Marc Jacobs. 블라우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화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소녀 뱀파이어처럼 찍어보고 싶었어요. 촬영 소감은 어때요?
평소 귀여운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지만 항상 이런 강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뮤직뱅크> MC 하차와 더불어 웹 예능 <은채의 스타일기>(이하 <스타일기>)도 막을 내렸죠.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고 또 많이 사랑받은 이 프로그램을 떠나보내는 기분은 어떤가요?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아요.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고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에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좀 더 저 자신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게 됐죠. 시원섭섭했지만, 전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기대감이 커지더라고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르세라핌 언니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안 하던 걸 하면 처음엔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그걸 잘해냈을 때의 성취감,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아요.
재킷, 스커트 모두 Coyseio. 슈즈 AsicsxKiko Kostadinovx Heaven by Marc Jacobs.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타일기>에서 본인 스스로 했던 말인데, 양 갈래 머리는 왜 싫나요?(웃음)
막내에다가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볼살이 있는 편이라 팬분들이 귀엽게만 봐주시는 것 같아서요. 저도 언니들처럼 예쁘고 멋있고 싶은데!(웃음)
‘우리 막내 은채’라 ‘만채’죠. 그룹에서 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태가 나요. 언니들이 왜 이렇게 은채를 예뻐해주는 것 같아요?
저희 5명은 다 다른 곳에 있다가 하나로 뭉쳤거든요. 많은 경험을 한 언니들이어서 제 나이 때 듣고 싶었던 말, 받고 싶었던 것들을 너무 잘 알고 제게 해주곤 해요.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내라고. 특히 ‘꾸라(사쿠라)’ 언니가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해왔다 보니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이 은채 나이 때의 내겐 필요했던 것 같아”라며 좋은 말을 많이 해주죠. 정말 행운이고, 든든한 존재들이에요.
바시티 재킷 Off-White™. 드레스 Self-portrait. 바이커 부츠 Loewe. 귀고리 H&M H2. 초커 Weird Market. 진주 목걸이 Vivienne Westwood. 실버 목걸이,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태명은 쪽쪽이, 태몽은 물고기. 집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막내 같아요.
아빠가 퇴근길에 강을 건너려고 돌다리에 있었는데 엄청나게 크고 반짝이는 은색 잉어가 와서 안겼대요.(웃음) 엄마 말로는 키우기 되게 쉬운 애였다고 해요. 밥도 잘 먹고 혼자 놀다 잠들고 되게 활발하고.
맞아요. 전 제가 잘 못하는 것이라도 빼지 않아요. 해보려는 의지가 강하죠. 엄마는 제가 데뷔하기 전 “너는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떡하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막상 데뷔하고 나니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해서 신기해요!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야무지다, 싶은 점은 뭔가요?
관찰을 잘해요. 사람들과 있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잘 읽고 상황 파악을 잘해서, 누군가 담요가 필요해 보이면 가져다주거나 하죠. 제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기억해뒀다가 선물도 잘 챙겨요.
레더 재킷, 오버더니 부츠 모두 We11done. 보디슈트 Open Yy. 플리츠스커트 Acne Studios. 헤어핀 Weak Generation. 귀고리 Sentiments.
제가 키가 작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실물로 저를 본 분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이 “생각보다 키가 크다”예요! 저, 170cm거든요. 저는 제 큰 키가 좋습니다. 그리고 데뷔 초엔 낯을 많이 가려서 제가 차가울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젠 그건 극복했어요. 활동하면서 점점 낯을 가리지 않게 돼서 새로운 스태프분이 오시면 이젠 제가 제일 먼저 다가가서 말 걸거든요!(웃음)
은채의 커다랗고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진짜요? 제가 평소에도 눈이 되게 촉촉한 편이라서 “갑자기 왜 울어?”란 말을 많이 들어요. 안 울 때도!(웃음)
오,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되게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을 잘 못 숨기고, 거짓말도 못하고, 슬프면 바로 울고, 한번 웃음이 터지면 잘 못 참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다 눈물이 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언니들이 귀여워하면서 달래주죠. 근데 전 제가 눈물이 많은 게 싫어요. 약해 보이고,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감정 소비를 하는 느낌이고…. <뮤직뱅크> 마지막 생방송 때도 안 울려고 꾹꾹 참았는데 다 끝나고 나선 결국 울음이 터졌어요.
드레스 Magda Butrym x Luisaviaroma. 초커 Numbering. 목걸이 Marc Jacobs.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좋아한다면서요? 요즘 은채의 내면에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건 어떤 감정인가요?
불안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앞서갈 때도 있지만 되게 열정적이고 욕심 있는 친구잖아요. 저도 아직 저라는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100% 다 찾지 못해서 아니라, 불안이가 키를 잡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이런 감정도 저런 감정도 느껴보고 앞날을 사서 걱정하기도 하는 느낌이에요. 동시에 불안이가 열심히 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하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15살 때 회사에 들어와 연습생을 시작했어요. 학교나 집이 아닌 곳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많이 두려웠는데, 막상 해보니 친구나 동생들보다 언니들,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게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해서 체질인가 싶기도 해요.(웃음) MC를 하면서 느낀 건 처음엔 제가 마이크를 잡고 뭔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두려웠는데, 처음이 어렵지 하면서는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거예요.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이 많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더 다양하고 많은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코트, 미니드레스, 귀고리, 로퍼 모두 Moschino. 헤어핀,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음이 힘들 때면 어떻게 그 시기를 통과하려 하나요?
어차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더 열심히 살고, 잘하고, 이겨내는 것밖에 없죠. 지금 힘들어해봤자 나는 내일의 나를 살아야 하고, 내일의 스케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런 기분을 떨쳐내려고 많이 노력해요.
일상에서 멤버들, 스태프분들, 매니저분들, 선생님들과 같이 수다 떨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 자기 전에 오늘은 이게 참 재미있었다 생각하게 되는 것들은 사소한 거예요. 아까 헤어 스태프 선생님이랑 되게 재미있는 릴스를 찍기로 했는데, 찍을 생각에 어제부터 설렜어요!(웃음) 그리고 아까 떡볶이 먹은 거 너무 맛있었고요.
드레스 Loewe. 트러커 해트 Chrome Hearts. 스니커즈 Nike. 목걸이, 팔찌,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맞아요, 아까 매운 떡볶이를 주문하는 걸 봤어요.
저 금요일마다 진짜 많이 먹거든요. 원래 금요일이 <뮤직뱅크>를 하는 날이라 스태프분들과 다 같이 식사를 하곤 했는데, 오늘도 화보 촬영하러 모인 김에 같이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 싶었죠! 보셨다시피 아무도 제게 식단을 강요하진 않지만(웃음) 관리할 땐 독하게 해요. 운동을 진짜 싫어하는데 정말 꾸역꾸역 한다니까요.
어릴 땐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야구와 축구를 하곤 했던 씩씩한 아이였다고요. 지금도 은채에게 그런 씩씩함이 있나요?
그럼요. 사소한 거지만 멤버들이 다 벌레를 무서워하거든요. 저는 벌레를 진짜 안 무서워해서, 언니들이 소리 지르고 난리 날 때 저 혼자 대수롭지 않게 잡아요. 그럴 때 스스로 되게 뿌듯하죠.(웃음) 그리고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이 없는 것. “이거 해볼래?”하면 “네! 좋아요, 해볼게요”라고 하는 것. 그런 면에서 겁이 전혀 없어요. 또 하나는, 사실 제가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보다 훨씬 차분하고 말수도 없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면 인위적으로 노력하는 게 아닌데도 되게 밝고 씩씩해지는 것 같아요.
데님 재킷, 데님 미니스커트 모두 Marc Jacobs. 미니 백 Numbering. 블라우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대가 제일 재미있죠. 3년 차라 익숙하게 무대를 설 때도 있지만, 아직도 정말 신기할 때가 있어요. 큰 무대에 서거나 대학 축제에서 호응을 받거나 하면 너무너무 신기해요. 많은 팬분들이 제가 무대를 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데, 저도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내가 정말 무대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껴요.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엔 무슨 생각을 하는데요?
웃기긴 한데요,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의 레전드 짤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긴 무대에서도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는 마음! 무대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짱이다라는 마인드예요.
많이 했죠. 데뷔했을 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나의 장단점도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 하자는 마음만 있었지만, 이젠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나를 더 보여줄 수 있고,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아이돌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이 큰 것 같아요.
레더 재킷 We11done. 보디슈트 Open Yy. 헤어핀 Weak Generation. 귀고리 Sentiments.
영원한 것도 없고 당연한 것도 없다. 그리고 시간은 공평하다.
아직도 만 17세예요.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은채의 앞날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저는 매일 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잠들어요. 내일 하루 동안 나의 시간표 중 어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까.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 미지수 속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멋진 일들이 있길 바라면서요!
이제 ‘홍은채’다운 것이 뭔지 안 듯한 느낌이네요.
맞아요. 저다운 건 계속 도전하고, 무너지지 않고, 성장하는 거예요. 그리고 깡다구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