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VISION TO REALITY 돌아온 안경의 시대!

돌아오라, 안경이여! 요즘 여자들이 다시 불러온 안경의 시대.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3.10.05
 

안경 잔혹사

몇 년 전, <MBC 뉴스투데이>에서 임현주 앵커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은 그에게 ‘안경 아나운서’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날 임현주 아나운서는 뉴스가 나간 후 100여 통의 연락을 받았다고. 안경 쓴 남성 앵커에는 그리 놀라지 않는데, 여성 앵커의 경우는 왜 그렇게 특별했던 걸까? 근대적 안경이 보급된 시기는 무려 17세기로, 소프트렌즈가 보급된 1970년대 이후 안경은 유독 여성들에게 빠르게 외면받았다. 가까운 주변만 돌아봐도 안경 대신 렌즈를 택하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안구건조증 환자 수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왜일까?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만 떠올려도 안경 쓴 여성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확고하다. 안경이란 흔히 ‘외모 디버프’ 상태를 나타내는 사인이니까. 로맨틱 코미디의 미녀 여주인공이 촌스러웠던 과거 시절에 반드시 착용하는 ‘흑역사’의 아이콘이랄까. 안경은 공붓벌레, 오타쿠 같은 캐릭터의 표현이기도 하다. 광고에서,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안경은 곧 고지식하고 학구적인 캐릭터, 외모에는 관심 없는, 자기 관심사에만 몰두하는 캐릭터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안경을 쓰는 이들의 비중이 그토록 소수일 수 없을진대, 사람이 만들어낸 미디어 속 세계에서 그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번 가을, 안경 고난의 역사는 종결을 앞두고 있다. 
52만5천원 구찌.

52만5천원 구찌.

지난 시즌부터 Y2K 트렌드에 힘입어 셀렙들의 리얼웨이에 안경이 등장하더니, 2023 F/W 미우미우 런웨이에는 모델 대부분이 타원형 안경을 착용하며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요즘 여자들의 취향을 진두지휘하는 미우미우의 영향력 아래 이 안경들은 기나긴 대기줄을 세우는 중. 이전에도 런웨이에서 안경 쓴 모델을 본 적이 있던가? 좀처럼 그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이 런웨이에 그리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상에는 학구적이거나, 너드 같거나, 고지식한 인상의 안경은 설 자리가 없었던 것. 안경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렌즈를 낀 이들은 행복했을까? 건조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눈의 불편을 매일 참아가며 버텨온 건 무얼 위함이었을까? 마침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패션 트렌드는 방향키를 틀었다. 화려하고 복잡한 트렌드에 등을 돌린 콰이어트 럭셔리처럼. 더 편안하고 자신답게, 아름답게 입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가 대두되는 것이다. 바비 인형마저 외모보다 지적인 나다움을 외치는 요즘이지 않나. 실제로 영화 <바비>에서 작가 바비, 대통령 바비는 안경을 쓰고 등장했다!
 

COLLECTION

 

100%의 안경을 찾는 법 

42만5천원 구찌.

42만5천원 구찌.

안경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내게 어울리는 안경을 찾는 게 관건이다. 얼굴 위에 선을 그려넣는 것처럼, 얼굴형과 안경테의 완벽한 매치가 중요하니까. 잘 알려진 기본 공식은 보완하고 싶은 얼굴의 특징과 상반되는 형태의 프레임을 고르는 것. 긴 얼굴형은 가로로 넓적한 직사각형 안경테로 시선의 상하 흐름을 끊을 수 있다. 하관이 날렵한 하트형, 역삼각형 얼굴은 프레임의 윗면이 넓은 캐츠 아이 안경테를 고르면 넓은 관자놀이 부분을 보완해준다. 각진 얼굴에는 둥그스름한 디자인을, 동그란 얼굴에는 각진 디자인을 매치하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혈액형이나 MBTI만으로 성격을 정의할 수 없듯, 안경과 얼굴의 합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걸 염두에 두자. 우선 안경과 가장 가까운 눈 부위가 중요하다. 눈썹이 짙고 숱이 많다면 선명하고 굵은 안경테보다 가볍고 밝은 테와 밸런스가 잘 맞고, 눈이 또렷하지 않은 것이 고민이라면 존재감이 뚜렷한 안경테로 보완할 수 있다. 날카로운 눈매는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으로 ‘순한 맛’을 더할 수 있다. 눈썹과 눈 사이 간격이 좁다면 안경테가 가느다란 것을 추천한다. 미간이 좁다면 프레임 중앙의 브리지도 좁은 디자인이어야 자연스럽다. 눈이 돌출되거나 아이홀이 깊어 피곤한 인상을 준다면 안경을 쓰는 것 자체로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31만7천원 베르사체.

31만7천원 베르사체.

광대뼈도 안경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부위다. 광대뼈 골격이 도드라지는 얼굴형이라면 프레임이 너무 작지 않은, 코너가 부드럽게 꺾이는 디자인이 도움이 된다. 각지거나 발달한 턱을 보완하고 싶다면 반무테같이 위쪽으로 시선을 끌어올리는 안경 디자인이 효과적이다. 이번 시즌 주목받는 디자인은 담백한 클래식 무드의 안경. 런웨이 모델들은 가로세로 폭이 많이 넓지 않은 단정한 디자인의 안경을 썼지만, 단두형인 동양인의 평면적 골격을 고려한다면 모델이 쓴 것보다는 조금 더 큰 모양을 선택하면 데일리로 활용하기 좋다. 물론 안경은 프레임의 크기나 가로세로 비율만으로도 어떤 이미지를 전할 수 있으니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다. 어울리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라면 투명 테, 가느다란 은테, 굵은 뿔테 등 소재의 변주로 나만의 안경을 찾아내는 것도 방법. 편안하고 아름다운 룩을 위한 안경, 그리고 그 안경까지 나의 생김새와 취향에 꼭 맞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CELEB

 

안경을 쓴 그녀

안색이 초췌한 날엔 안경, 좀 꾸민 날에는 렌즈. 오래도록 따라온 이 공식을 깨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이럴 땐 안경을 거리낌없이 즐기는 셀렙들의 룩에서 용기를 얻자. 안경을 써도 스타일리시하고 쿨하다는 근거가 돼줄 테니! 미우미우의 페르소나와 같은 모델 엠마 코린은 일상에서도, 포토월에서도 안경을 즐겨 착용한다. 미우미우 캠페인 속에서도 안경을 쓴 그를 만날 수 있는데 정말 쿨하다. 어디서나 안경을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한 줄리아 로버츠도 멋지다. 그는 이번 시즌의 미우미우 안경과 닮은 타원형 안경을 수년 전부터 착용해왔는데 클래식한 헤링본 슈트에 매치한 모습이 작가처럼 인텔리전트하다. 그뿐인가, 안경을 드레시하게 연출하는 데도 능하다. 한 시상식에서 퍼 스카프를 두른 줄리아의 룩은 안경이 있어 더 특별하고 매력적이다. 미우미우 쇼에서도 시스루 드레스에 안경을 쓴 모델이 등장해 의외의 궁합을 자랑한 바 있다.
가격미정 미우미우.

가격미정 미우미우.

원조 힙 걸, 클로이 세비니도 뺄 수 없다. 고지식한 인상은 싫다고? 안경을 힙하게 활용하는 데 도가 튼 벨라 하디드를 보라. Y2K 여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노련함은 안경에서 빛을 발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안경 실루엣은 세로 폭이 좁은 빈티지한 스타일. 무테, 빨간 테, 심지어는 틴트 렌즈까지 디자인도 다양하다. 빈티지한 룩은 물론 비키니에도, 섹시한 드레스에도 빼놓지 않는 벨라의 최애템. 쿨한 패션 센스를 지닌 크리에이터들의 룩에도 안경이 연달아 등장했다. 수사샤는 청순한 룩에 무테 혹은 은테 안경을, 젤라비는 장식적인 은테 안경을, 모델 김희원은 상의와 컬러를 맞춘 뿔테로 귀여운 너드미를 뽐냈다. 힘 주지 않은 데일리 룩도 안경을 더하면 한층 귀여워진다. 지지 하디드, 젠데이아 콜먼 같은 셀렙은 파파라치 앞에서도 안경을 숨기지 않는다. 지지의 평소 룩에는 유독 동글동글한 안경이 자주 등장하기도. 조이 역시 청순한 흰 티셔츠, 청바지 룩에 둥근 안경으로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GLASSES 

 

Credit

  • contributing editor 이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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