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ZM 리세일 파헤치기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Fashion

YOZM 리세일 파헤치기

글로벌 패션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리세일은 패션 산업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2.06
 
고백하자면, 에디터는 리세일을 별로 즐겨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번거로움 때문. 학생 시절 리세일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면 쉽지 않았던 기억뿐이다. 결제는 무통장 입금만 가능했고, 제품도 안전을 위해 직접 대면으로 수령해야 했다. 하지만 몇 달 전 거의 모든 패션 아이템을 리세일로 구입하고 또 판매도 한다는 절친한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리세일 플랫폼을 다운로드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에디터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 온라인 리세일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필웨이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리세일을 즐겨왔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리세일은 단순한 ‘중고 거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27일, 프렌치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한국에 공식 론칭했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80여 개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2천3백만 명 이상의 회원과 3백만 개 이상의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리세일 기업이다. 지난해 말엔 미국 스니커즈 전문 리세일 플랫폼 스탁엑스가 진출하기도. 한국의 럭셔리 시장이 세계 10위의 거대한 규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해외의 경우 리세일의 존재감이 더 크다. 더리얼리얼, 스레드업, 포쉬마크 등 일찍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한 콘셉트의 리세일 플랫폼들이 꽤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리세일이 패션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것일까?
 
팬데믹이라는 2년여간의 예상치 못한 시간을 거치며 사람들은 여행을 비롯한 여가 생활 대신 쇼핑에 열을 올렸다. 특히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것이 곧 리세일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여러 다양한 이유가 함께 뒤엉켜 오늘에 이르렀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두려움 없는 젊은 소비자(웃돈을 얹어 지불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가지고야 마는!)와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구입해 마진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 잘 착용하지 않는 옷장 속 아이템을 처분하려는 판매자와 합리적인 금액(물론 아이코닉한 피스들은 오히려 더 비싸기도 하지만)에 명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구매자 그리고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유니크한 빈티지 아이템을 ‘득템’하려 하는 패션 피플들 모두가 리세일 열풍의 주역이다. “과거의 것을 복각한 것이 아닌, 진짜 1990년대 프라다 백을 갖고 싶었어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빈티지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 아이템을 옛날에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또 공장에서 갓 나온 ‘차가운’ 물건이 아닌, 누군가의 ‘온기’를 담고 있다는 점 또한 특별하죠.” “더 이상 새 상품을 사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환경을 위해서요. 대신 리세일 아이템을 구입해요.” 리세일 쇼핑을 왜 즐기느냐는 질문에 대한 〈코스모폴리탄〉 에디터들의 답변이다. 이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세대가 즐기는 리세일은 단순히 명품을 소유하는 행위(우리가 ‘사치’라 불렀던)에 집착한 과거의 ‘중고 명품 거래(굉장히 매력적이지 않은 단어!)’가 아니다. ‘프리-러브드(이전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템이란 뜻으로 에디터는 이 단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누리는 보다 적극적이고도 자주적인 애티튜드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패션 아이콘들의 빈티지 사랑도 리세일 시장의 성장에 불을 지핀 한 요소다.
 
톰 포드가 디자인한 1996 F/W 시즌의 화이트 컷아웃 저지 드레스(패션사에 한 획을 그은)와 1987년에 디자인된 베르사체 드레스를 입고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오른 벨라 하디드. 그래미 어워드를 위해 빈티지 베르사체 드레스를 선택한 두아 리파.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1995 S/S 시즌의 샤넬 트위드 슈트를 입고 백악관에서 연설을 펼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수많은 셀렙이 마치 유행처럼 빈티지 피스들을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룩은 빈티지 제품 검색량의 폭증을 낳으며 대중의 관심을 리세일로 이어지게 했다. 벨라 하디드의 빈티지 사랑은 레드 카펫을 넘어 리얼웨이에서도 이어진다. 그녀의 스트리트 룩은 매력적인 빈티지 피스들로 가득한데, 벨라의 스타일을 보면 당장 샤넬과 프라다의 빈티지 토트백을 사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오늘날의 리세일 플랫폼들은 놀랍고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상태. 이용하기 매우 편리할뿐더러, 다양한 콘텐츠(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패션 에디토리얼을 선보이고, 디팝은 소셜 미디어의 포맷으로 운영된다)까지 제공하며 전 세계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패션계의 거대한 흐름은 결국 ‘새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까지 리세일 사업에 뛰어들게 했다. 네타포르테, 미스터포터, 더 아웃넷은 리세일 시스템 전문 기업 리플라운트와 손잡고 리세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파페치는 리세일 플랫폼 럭스클루시프를 인수하며 해당 카테고리를 론칭했다. 매치스패션은 지난 8월, 리세일 플랫폼 리럭스와의 협업으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국의 리세일 플랫폼 스레드업이 데이터 분석 회사 글로벌 데이터와 함께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리세일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24% 성장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1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은 글로벌 패션 시장과 대비해 3배 빠른 수치라고. 이러한 리세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럭셔리 하우스를 비롯한 패션 기업들도 리세일을 중요한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상징, H&M은 이미 2019년에 리세일 플랫폼 셀피를 인수해 일부 국가에서 산하 브랜드의 리세일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며, 자라도 일부 매장을 통해 리세일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룰루레몬과 같은 스포츠 브랜드도 마찬가지. 럭셔리 하우스들 역시 적극적이다. 구찌와 버버리는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발렌티노는 직접 리세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다와 발렌시아가도 리세일 사업에 진출할 것임을 예고했다. 투자와 인수도 활발하다. 리치몬트 그룹은 영국의 시계 전문 리세일 플랫폼 와치파인더를 인수했고, 케어링 그룹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를 하고 그룹 소유의 패션 하우스 알렉산더 맥퀸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리세일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천명한 LVMH마저 리세일 스토어 스타디움 굿즈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투자 계열사 아글래 벤처스 등이 지난해 워치 리세일 플랫폼 크로노24에 대한 투자에 참여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네이버는 최근 여러 리세일 플랫폼을 인수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포쉬마크를 인수했으며,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일본의 빈티지시티, 스페인의 왈라팝, 동남아의 캐러셀에 투자했다. 또한 국내에선 자회사를 통해 리세일 플랫폼 크림과 시크를 운영 중이다. 롯데는 중고나라를 인수했고, SSG닷컴은 번개장터의 하이엔드 컬렉션 BGZT 컬렉션을 입점시켰다. 온라인 리세일 시장의 열기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러 백화점들이 어플릭시, 아웃오브스탁과 같은 리세일 플랫폼을 초대해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고 있고, 편집숍 엑시츠에서도 빈티지 피스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진행하는 서비스도 많지만, 빈티지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후루츠와 같은 앱 기반의 중소형 플랫폼도 셀 수 없이 많다. 그야말로 리세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고 되파는 리세일이 새로운 형태의 패스트 패션이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시 되팔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이슈를 떠나 우리가 패션을 접하고 즐기는 또 다른 통로가 생겼다 생각하면 어떨까? 리세일을 통해 엄마와 할머니에게 빈티지 샤넬 백을 물려받았다는 누군가를 부러워할 필요 없이, 우리가 직접 그 경험과 역사를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피비 파일로의 올드 셀린느나 최근 빈티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게스키에르 시절의 발렌시아가와 장 폴 고티에를 리세일 플랫폼에서 발견한 에디터가 패션 학도 시절의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수많은 소비자에게도 이 같은 낭만과 추억을, 그리고 뉴 제너레이션에겐 신선함을 가져다줄 테니 말이다. 패션계가 계속해서 외치고 있는 ‘지속 가능성’이란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내 옷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리세일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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