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기 전에 숙지해야 할 해시태그 9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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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기 전에 숙지해야 할 해시태그 9

대작, 괴작, 야심작, 기상천외, 뭐라 칭하든 한바탕 떠들썩해질 거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기 전에 숙지해야 할 해시태그 9.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0.13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

제목이 첫 번째 해시태그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길다. 한국어로 해석된 제목도 아니다. 모든 영어 제목을 한국어로 짓는 게 항상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피아 코폴라의 걸작 〈Lost In Translation〉은 더는 누구도 개봉 제목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부르지 않는다. 그 제목이 나온 건 수입사 담당 직원이 지나치게 한글을 사랑하고 과하게 부지런했던 탓이라고 해두자. 그렇다면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모든 것이 모든 곳에 한 번에〉 정도가 될 것이다. 이게 영화를 잘 설명해주냐고? 그렇진 않다. 제목과 스틸만 보자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라 한국어로 풀어봐야 더 머리만 아플 따름. 차라리 외래어표기법을 활용한 영어 제목이 낫다. 게다가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와 ‘올 앳 원스’라는 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냐고? 자, 당신은 이미 다음 해시태그를 검색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다.
 

#멀티버스

이미 당신은 알고 있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자면 그건 평행 우주에 우리가 다중적으로 존재한다는 개념인 ‘멀티버스’일 것이다. 〈엔드게임〉 이후 등장한 마블 영화들은 멀티버스를 중요 소재로 삼는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멀티버스 장사를 괜찮게 했지만, 멀티버스는 지나치게 간편한 영화적 해결법이다. 중요한 캐릭터가 죽었는데 (아직 몇 년은 더 돈을 긁어모을 수 있을 듯하니) 다시 살리는 건 어떨까?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멀티버스가 있다! 그래서 마블과 디즈니는 죽은 ‘로키’를 되살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로키〉를 만들었다. 앞으로 지루하게 매 시즌 등장할 페이즈 4의 이름 자체가 ‘멀티버스 사가’다. 대체 이놈의 멀티버스 장사는 언제까지 계속될 예정인가. 하지만 그게 걱정이라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걱정을 잠재워줄 것이다. 이 영화는 멀티버스라는 개념이 명석한 괴짜 감독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창의적인 영화가 나올 수 있느냐에 대한 백 점짜리 대답이니까 말이다.

 

#양자경

당신이 양자경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분명 나와는 세대가 다를 것이다. X세대인 나에게 양자경은 청소년기를 대표하는 여전사였다. 맞다. 여전사라는 단어가 참 구린 것도 맞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단어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전사를 설명할 단어가 여전사밖에 없었다. 양자경의 1980년대 홍콩 액션 영화 시리즈 〈예스 마담〉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에 대한 여성의 답변이나 마찬가지였다. 〈007 네버 다이〉(1998)와 〈와호장룡〉(2000) 이후 조금 조용하던 그의 커리어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로 다시 불이 붙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양자경의 배우로서의 출발 지점이 어디인지, 할리우드로 진출한 아시아인 배우로서 느끼는 혼돈이 무엇인지, 무엇보다 아시아인 여성이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단독 주연 할리우드 영화에서 진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양자경 모두와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니까_성룡_말고_양자경

큰일 날 뻔했다. 원래 대니얼스 감독 듀오는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성룡을 내정하고 있었다. 양자경이 원래 맡을 역할은 성룡의 아내였다. 듀오는 각본을 쓰다가 새로운 시대의 영적 가르침이라도 받은 듯하다. 그들은 양자경을 여성 가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더욱 강렬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물론이다. 성룡을 주연으로 만들었다면 결코 이 영화에 담기지 못했을 주제들이 있다. 왜 여성은 결혼과 함께 꿈을 포기하는 존재로 오랫동안 살아야만 했는가. 남성들에게만 거대한 과업이 주어지는 세계에서 여성이 지닌 잠재력은 무엇인가. 이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여성에게 무슨 의미인가. 한 세대의 여성과 다음 세대의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하는가. 이 기막힌 오락 영화는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더욱 풍성한 서브 텍스트를 영화에 입힐 수 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다. 미안하지만 이건 성룡은 더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평범했던_내가_이세계에서는

홍콩에서 배우를 꿈꾸던 ‘이블린’(양자경)은 연인 ‘웨이먼드’(키 호이 콴)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여자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운영하는 세탁소는 말썽이고 남편은 우유부단하고 외동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레즈비언 연인을 데려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다. 세무청에서 조사를 받던 ‘이블린’은 갑자기 찾아온 다른 멀티버스의 남편에게서 자신이 멀티버스의 붕괴를 막을 유일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순간부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수백 개의 멀티버스와 그 속에 존재하는 다른 ‘이블린’ 캐릭터들의 능력을 이용해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키호이콴의_귀환

이 이름을 듣고 작은 탄성을 내지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베트남 출신 중국계 배우인 키 호이 콴은 1980년대 박스 오피스를 장악한 스필버그 사단이 가장 아끼던 아역 배우였다. 그는 1985년 국내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2〉와 〈구니스〉의 주연이었다. 드문 아시아계 아역 배우였던 그는 성인이 되자 연기를 포기하고 홍콩에서 스턴트 감독으로 활동했다. 키 호이 콴이 배우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덕분이다. 주·조연이 모두 아시아계인 영화가 성공을 거두자 그는 20여 년 만에 다시 연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분은 그가 어린 시절 함께 출연했던 〈인디아나 존스 2〉의 해리슨 포드와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니얼스_감독_듀오

자꾸 ‘대니얼스 감독 듀오’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감독이 둘이란 이야기냐고? 그렇다. 듀오는 결혼 정보 회사 이름이 아니라 ‘둘’이라는 단어다. 미국인 대니얼 셰이너트와 중국계 미국인 대니얼 콴을 묶어서 ‘대니얼스 감독’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DJ 스네이크와 릴 존의 뮤직비디오 ‘Turn Down for What’으로 크게 주목을 끈 뒤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2016년에 내놓은 데뷔작 〈스위스 아미 맨〉은 ‘〈해리 포터〉의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방귀를 뀌어대는 시체를 연기하는 영화’로 순식간에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다. 대니얼스 감독의 특징은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가 절대 오케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기발함은 이미 넘어섰다) 이야기에 입이 딱 벌어지는 창의적인 스펙터클을 얹어 결국에는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오락거리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라는 점과 더불어 이 남자들은 2000년대 동시에 등장했던 찰리 카우프만, 스파이크 존즈, 미셸 공드리 집단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스위스아미맨

이제 당신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기다리며 넷플릭스에서 대니얼스 감독 듀오의 전작 〈스위스 아미 맨〉을 보면 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딴섬에서 표류 중이던 남자가 해변에 밀려온 남자 시체를 발견한다. 남자는 시체가 ‘스위스 아미 나이프’처럼 매우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체의 성기는 발기하면 나침반이 된다. 계속 뀌어대는 방귀를 이용해 제트스키처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게다가 외로운 두 남자, 아니 한 남자와 한 남자 시체는 점점 우정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대니얼스 감독 듀오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장담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열린 첫 시사회 때 많은 관객을 퇴장하게 만든 유쾌와 불쾌를 오가는 유머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아주 독창적인 이야기라는 걸 결국 깨닫게 될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유쾌와 불쾌를 오가는 대니얼스 감독 듀오 특유의 농담으로 가득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Butt Plug’가 무엇인지는 검색하고 가시길 부탁드린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린다.
 

#A2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A24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영화가 틀림없다. A24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할 투자 제작사다. 1990년대 영화광 출신인 세 남자가 2012년 차린 A24는 지금 할리우드 작가주의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조나단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 알렉스 갈런드의 〈엑스 마키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 2017년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호러 영화 〈유전〉과 〈미드소마〉,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작 〈미나리〉 등을 투자하거나 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당신이 열광한 미국 독립영화들은 대부분 A24와 관계가 있다. 일관된 자기 세계를 지닌 젊은 감독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독려하고, 상업적으로 더욱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A24의 방식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A24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그걸로 이 글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믿고 사시라. 아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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