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그 어떤 보살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 누구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노인층이 주를 이뤘던 무연고 사망, 고독사가 청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 10년 사이 3배 이상 급증, 한 해 3천 명을 훌쩍 넘었다. 그중 30대 이하는 무려 100명이 넘는다. 통계에서 빠진 사례를 생각하면 실제는 아마 더 많을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은 한때 우리 세대를 스스로 자조하는 말로 흔히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그 연령층은 낮아지고 있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자조로 쓰이기엔 너무나 씁쓸한 현실이란 이야기다. 자살과 고독사가 무슨 연관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점점 낮아지는 연령층, 늘어나는 집계수. 두 죽음 모두 현재 우리 청년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특히나 고독사는 자살만큼이나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그냥 늦게 발견된 것 아니냐’로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라는 것. 청년층 고독사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의 20·30세대, 그러니까 우리가 고독사로도 죽을 수 있는 첫 세대라는 이야기. 장기화된 코로나 19, 늘어난 1인 가구, 취업난, 직장 내 괴롭힘, 사회가 도외시하곤 하는 각종 범죄, 가정의 붕괴… 일일이 늘어놓기 어려울 정도로 청년들의 어깨엔 수많은 짐이 있다.
그 출발에 가장 큰 원인은 구직 실패, 그리고 1인 가구일 것. 현재 1인 가구는 전체 인구 가운데 40%다. 평균 가구를 당연하게 4인으로 생각했던 시대는 지난 것. 일자리가 없고, 혼자 살고 있으니 사회적 단절 즉, 고립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뉴스에 보도된 유품정리 업체 대표 인터뷰에 의하면 2,30대 청년층이 노인층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그가 정리한 청년층의 유품에는 구직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는 노트, ‘밥과 약을 잘 챙겨 먹자’, ‘말실수를 줄이자’ 등 다짐의 적힌 메모들이 가득했다. 모두 사망 직전까지 사회 생활 그리고 생계를 위해 애를 쓴 흔적들이었다. 이게 과연 고인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또는 시작한 한 개인이 그 사회로부터 얼마나 고립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생생한 증거다.
지자체에서는 고독사 예방 사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노년층에만 맞춰져있는 경우가 많다. 1인 노인 가구에게 인공지능 인형을 나눠주고, 전력량 변화를 확인하는 기구를 설치한다. 각 연령에 맞는 대책이 구체적으로 세워져있지 않은 셈이다. 국회에서는 2년 전부터 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하며 실태조사를 의무화했지만, 실상 이 진척은 더디다.
지금의 20·30세대가 전쟁 세대 이후로 가장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제 더 이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나열하기도 힘든 다양한 원인 속에서 이 세대의 삶을 지지하는 촘촘한 안전망이 세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