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출국한 기억은 2020년 2월. 화보 촬영차 떠난 발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수속 창구에서부터 마스크를 썼다. 한 외국인이 “마스크를 왜 쓰냐?” 묻기에,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unidentified) 감기 같은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죽고 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는 범지구적 재앙이 됐다. 2년 가까운 기간을 ‘존버’하니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가까워졌다. 10월 22일, 나는 이날 출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미국 LA, 기간은 8박 9일. 백신은 일찌감치 접종을 마쳤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 서류? 얼마든 뽑겠어, 갈 수만 있다면
」 항공권을 결제하자 e 티켓과 함께 ‘국가별 입국 조건 및 검역 필요 서류 안내’ 메일이 왔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우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출국 3일 이내에 코로나19 음성임이 확인돼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COOV 앱 외에 백신 접종 증명서도 준비했고, ESTA 비자도 갱신해 1부 프린트했다. 모든 서류는 영문으로, 2장씩 ‘장전’했다. 양국에서 막힘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미국질병통제센터 요구 서약서는 항공사 데스크에서 제공해주니 체크인 시 작성해도 OK. 11월 8일부터는 미국 입국 조건이 강화됐다. 미국 시민권이 없는 입국자는 원칙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하며, 미완료 시 60일 이내 완전 접종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입국부터 출국까지, 내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음을 4차례에 걸쳐 확인해야 했다.
1차: 출국 편 탑승 3일 이내, 영문 음성 확인서 발급(발권 시 항공사 데스크 확인) 영문 확인서 발급이 가능한 병원을 미리 검색했다(인천공항 검역소에서도 발급은 가능하다). 개인적 사유(여행, 출장)로 영문 확인서를 발급하는 케이스라 14만8천원을 냈다. 더 저렴하고 빠른 항원 검사를 받아도 됐지만, 불확실성을 남기고 싶지 않아 PCR 검사를 택했다(항원 검사는 PCR 검사보다 결과 민감도가 떨어져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2차: 귀국 비행기 탑승 3일 이내, 영문 음성 확인서 발급(발권 시 항공사 데스크 확인) 귀국 시에도 음성 확인서는 필수. 현지 검사소의 위치와 소요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나는 무료 검사소를 이용했고 다음 날 메일로 음성 확인서를 받았다(보통 24~48시간 소요. 빠른 결과 확인이 가능한 유료 검사소도 있다). 이메일로 온 확인서는 따로 프린트해야 한다.
3차: 입국 24시간 이내,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백신 접종 완료 기준) 국내 및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입국 심사 때 여권에 ‘PCR 제출자’, ‘국내 예방접종완료자’ 스티커를 붙여 자가 격리를 면제받는다. 24시간 내 실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PCR 검사는 필수. 격리 면제 조건을 확인받지 못한 경우, 자가 격리 안전 보호 앱을 설치하고 14일간 격리해야 한다.
4차: 입국 7일 차 이내,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백신 접종 완료 기준) 잠복 기간을 고려한 마지막 PCR 검사도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 결과가 음성인 경우에도 입국일로부터 10일 차까지 스스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수동 감시’ 관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설쳤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 출국장과 면세점은 너무나 한산했고, 인터넷 면세점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비행기 탑승 인원도 적어 1인당 이코노미석 3열을 사용하는 일명 ‘삼코노미’가 가능했다. 승무원들은 마스크 위 페이스 실드와 일회용 가운을 착용한 상태였으며 기내에서는 비행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유지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식사 및 음료 섭취 때만 마스크를 내렸는데, 밀폐된 공간이지만 적어도 모든 인원이 3일 이내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마친 상태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안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11시간의 비행 끝에 LA에 도착! LA 공항의 입국 심사가 까다로웠다는 후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왜 왔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뭐 할 건지, 숙소는 어딘지…. 간혹 예약 내용을 보여달라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숙소 예약 화면, 귀국 편 e 티켓을 캡처해두면 유용할 것. 나 역시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 갔다가, 멜로즈와 다운타운에서 쇼핑할 거”라는 흔한 관광객의 답변에 심사가 수월히 마무리됐다.
인터컨티넨탈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호텔에 체크인하니 객실 벽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NOBODY WALKS IN LA.’ 이 말은 사실이었다. 대중교통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터라 모든 이동은 자차 또는 우버를 이용했다. 결국 렌터카 픽업 전까지 매일 우버 비용으로 10만~20만원씩은 쓴 듯. 우버 이용 시에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팝업 메시지가 뜬다. 운전자도 게스트를 픽업할 때는 바로 마스크를 착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