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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쓰레기는 용서가 되나요?

미술작가 장한나가 바닷가를 헤매며 주워 온 변형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시장에서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탄생과 파괴, 자연과 인공이 응축된 <뉴 락> 시리즈의 이 예쁜 쓰레기들은 예뻐서 괜찮지 않다.

BYCOSMOPOLITAN2021.04.07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깨진 부표에 따개비가 들러붙은 ‘플라스틱 스피어’, 엉겨 붙은 낚싯줄, 마모된 플라스틱 파이프, 플라스틱 조각에 눌어붙은 비닐봉지.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깨진 부표에 따개비가 들러붙은 ‘플라스틱 스피어’, 엉겨 붙은 낚싯줄, 마모된 플라스틱 파이프, 플라스틱 조각에 눌어붙은 비닐봉지.

작가님은 그러니까 ‘예쁜 쓰레기’ 작업을 하고 있어요. 〈뉴 락(New Rock)〉 시리즈도 그렇지만 그보다 좀 더 전에 진행한 〈마이크로플라스틱 카나페〉라는 전시 역시 인상적이더군요.
그때 살던 곳 근처에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하나 있었는데, 밤이면 그 앞에 정말 어마어마한 쓰레기 산이 생겼다가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거예요. ‘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궁금해하다가 전시장을 운영하는 친한 언니에게 “우리 쓰레기 차 한번 따라가볼까?” 제안했어요. 생각하는 것보다 분리배출된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 거예요. 체감상 제대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결국은 이게 다시 우리 몸에 들어온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 카나페 모양으로 만들어 전시한 거죠. 저는 환경문제에 있어 경각심을 주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겁을 주거나 거부감을 갖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회피하고 싶어지잖아요. 마침 샤이니 키 씨가 전시를 보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준 덕에 샤이니 팬들이 많이 다녀갔죠.(웃음)
 
 
환경과 관련한 작업을 하기 시작한 계기는 뭐였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어느 비 오는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예요. ‘내가 지금 이 비를 맞아도 되나.’ 방사능 후유증에 대해 경고하는 뉴스가 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사람은 생체 주기가 길다 보니 당장 피부로 느낄 수가 없는데, 어떤 기사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모양이 변형된 식물을 봤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이상한 식물〉 시리즈예요. 주변에서 꼭 원전 때문이 아니더라도 돌연변이가 된 식물을 채집했죠. 눈독 들여 찾다 보면 생각보다 꽤 많아요. 분명 민들레인데 동그랗지가 않고 속이 텅 비어 있다거나.
 
 
변형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오브제처럼 전시한 〈뉴 락〉 시리즈는 거기에서 발전된 건가요?
〈이상한 식물〉 작업은 제가 중간 과정에 너무 많이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형된 식물을 찾아 보여주며 ‘원전이 식물들을, 우리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상상하게 하는 거잖아요. 진짜 원전 근처에 가서 피폭된 식물을 채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좀 더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죠. 하루는 〈이상한 식물〉 채집차 울산 바닷가에 갔는데, 거기서 돌처럼 마모된 스티로폼 쓰레기를 발견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에 레지던시 참여차 제주도에 갔다가 현무암에 해괴한 모습으로 녹아 들러붙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량 채집하면서 이걸 수석처럼 전시해보자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죠. 수석은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이 돌에 담겨 있다고 해서 가치가 매겨지잖아요. 이런 모양의 플라스틱에도 자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파도와 태양과 바람에 의해 풍화된 거고, 결국 플라스틱도 자연에서 온 물질이며, 가공하고 사용하고 버린 인간의 역사까지 녹아 있는 거죠.
 
 
약간의 풍자 같은 거네요.
그렇죠. 이걸 진지하게 수석처럼 전시하면 오히려 재미있고 비꼬는 느낌이 되겠다 싶었죠. 수백 개가 모이면서는 종류별로 분류해 여러 가지 크기와 모양의 오브제를 박물관에서 보는 유물처럼 판에 붙였는데, 거기에 진짜 돌멩이 하나씩을 넣었어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 중에서 진짜 돌을 찾아보세요”라는 미션을 주는 거죠. 그래야 좀 더 오래 째려볼 것 같아서요. 오래도록 들여다보면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으면 했죠.
 
 
사실 오브제가 너무 예뻐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거든요.
작품을 본 사람들 반응이 주로 어떤가요? “예쁘다는 게 아이러니하네요”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셔요. 다들 ‘이게 뭐지?’ 싶은 복잡한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 제가 딱 원하는 지점이거든요.
 
 
제가 받은 느낌도 비슷해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을 망치고 있는데 이렇게 예쁜 오브제가 되기도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한 거죠.
사람들이 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을 무의식중에 연관 짓곤 해요. 잘못된 것은 추악할 거라 상상하거나, 예쁘면 괜찮다는 식으로요.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더 나은 것이라는 기준이 있는 거죠.
 
 
이 작품을 보면서 거꾸로 예쁜 게 괜찮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는 거네요.
근데 보통 이런 것까지 관객들에게 설명하지는 않아요. 그냥 손에 쥐어보면 알 수 있고 배경지식 없어도 이해하는 미술이 좋거든요. 이걸 보면서 바다 냄새가 난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실제로 이 쓰레기들을 주워 온 바다의 모습은 어떤가요?
관광지가 아닌 바다는 사실 어디든 쓰레기 천지예요. 관광지의 해변가는 청소를 정말 자주 하는 거예요. 한번은 동해 어느 바닷가에서 열심히 채집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채집하기 전에 사진도 찍거든요. 한 세 시간쯤? 이런저런 각도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줍다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공무원 대여섯 명이 와서 쓰레기를 치우는 거예요. 혹시 저를 리포터나 기자로 오해한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웃음)
 
 
그 많은 쓰레기를 보고도 밥이 들어가는 게 한편으로 신기한데요?
저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접하고 난 후 한동안은 해산물을 못 먹었어요. 그런 시기는 이제 지난 거죠.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우리는 계속해서 이 세상에 살 거예요. 플라스틱과 하나가 된 세계요.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말 많이 먹고 흡입하고 있어요. 화학섬유도 결국 다 플라스틱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고요. 그러니까 빨래 한 번 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미세 플라스틱 먼지가 나온다는 얘기죠. 우리 삶에서 플라스틱을 당장 끊어내기란 불가능하죠. 게다가 플라스틱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나무와 동물과 광물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자는 얘기로 들리네요.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바꿀 수 있는 건 바꿀 용기를 갖게 하고,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는 게 현명한 거라고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는 거죠. 저 역시 프로젝트를 하면서 너무 무기력해져 다 놓아버렸던 기간도 있거든요.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뭔가요?
소비에 신중해지자는 것. 사실 처음에 잡지 인터뷰라 했을 때 ‘내가 이 인터뷰에 응해도 되나?’ 싶었어요.(웃음) 잡지는 결국 소비를 부추기는 매체잖아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소비를 얘기하는 매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도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지표처럼 여겨졌어요.
 
 
저희도 그 점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웃음)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뉴 락〉 시리즈를 위해 해변에서 쓰레기를 채집하면서 찍은 풍경을 영상으로 편집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스피어’라고, 오랫동안 자연 속에 머물렀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따개비 같은 생물들의 환경이 되곤 하거든요. 아마 영상으로 보면 더 끔찍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 따개비들도 태어나길 거기에서 태어났으니 플라스틱으로 숨 쉬며 자라고 있겠죠?
 
 

 
Who?
미술작가 장한나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쉽고 직관적인 미술,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을 지향한다. 요즘은 신중하게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며 해변 청소까지 겸사겸사 한다. 남는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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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예린
  • freelancer editor 이소미
  • photo by 윤지용
  • stylist 엄아름
  • hair 박수정/ 오종오
  • makeup 이아영/ 조혜민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