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톤 이승윤 IX 책임 디자이너 & 김성준 IX 선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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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 모션 그래픽으로 시작해 3D까지 다양하게 경험했다. 하고 싶은 디자인도 많고 관심 가는 기술도 많지만, 그렇다고 팀원들을 들들 볶는 일은 없다.
김성준 〉 전공은 컴퓨터 디자인, 원래는 개발자다. 완벽히 컴퓨터와 동화되는 ‘너드’가 될 자신은 없고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하고 싶어 UX를 배웠다.
명함이 독특하다. 투명한 핑크빛 아크릴 카드라니.
이승윤(이하 ‘승윤’) 회사에서 멤버들을 ‘살몬(연어)’이라고 부르는데, 손에 쥐었을 때 그 연어 같은 핑크빛이 나는 게 포인트다.
명함에도 IX 디자인이 있는 셈이네. IX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은 UX(User Experience)나 UI(User Interface) 디자인보다도 덜 알려진 작업인데,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김성준(이하 ‘성준’) IX에는 UX도 포함된다. 쉽게 말하면 휴대폰이나 웹상에서 화면 디자인 간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다. 화면 안의 정보들이 이해하기 쉬운 상태로 정렬되도록 디자인한다.
승윤 이해시키기 쉬운 분야는 아니다. 나는 보통 친구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켜서 앱 하나를 열어보라고 한다. 어떤 버튼을 누르면 페이지가 전환되고, 어떤 버튼은 누르면 불빛이 나고, 어떤 버튼은 구매로 이어진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 그리고 사용자인 네가 하는 생각 모두가 편리하게 어우러지게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작업 단계별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성준 우선 일을 처음 의뢰받으면 사용자 인터뷰가 먼저다.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다.
승윤 인터뷰를 바탕으로 UX팀에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고, GUI팀에서 외관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할 때는 개별 이미지가 아닌 전체 흐름을 경험하니까. 한 마디로 시나리오를 쓰고 컷 작업을 한 뒤, 영상으로 만들 때 흐름을 위해 IX가 존재한다. UX 디자인과 실제 앱을 구현하는 개발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평소 앱을 쓸 때 자기도 모르게 UX, IX 디자인을 분석하고 있지는 않나?
성준 요즘 배달 앱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배달의민족 앱 같은 경우는 화면을 아래로 당겨서 새로고침할 때마다 “○○○ 땡겨요”라는 문구가 나타나며 음식 메뉴를 추천해주는 디자인이 늘 재미있다고 느낀다. 유튜브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중 하나다. 예전에는 댓글을 보려면 아래까지 스크롤해야 해서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댓글 탭이 화면 중앙에 오는 배치로 바뀌었더라. 최근에는 홈 바에 ‘만들기’ 버튼이 정가운데에 생기기도 했다.
승윤 이상하게 안 좋은 것만 캐치하는 편이다. 하하. 이를테면 OTT 서비스 홈 화면에서 자동으로 작품 예고편이 재생되는 기능 말인데, 버벅거림이 심해 사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이 부분은 의견이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버퍼링은 짜증나지만 예고편은 보고 싶거든.
성준 나 역시 예고편 나와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윤 사용자 경험이 이렇게 다르다. 하하. 어떤 경우엔 소수의 의견이 더 합당하기도 하고.
I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성준 IX가 UX, UI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제1원칙은 언제나 사용성이다.
편리한 게 가장 우선이란 뜻인가?
성준 편리와 심미성은 꼭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윤 무조건 편리하다고 사용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버튼이 큼지막해서 정보 인지가 편하다고 해도 그다음 스텝이 어색해질 수 있다. 사용자가 어느 부분에서는 심미성을 기대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IX는 아날로그의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쪽으로 더 발전할까, 아니면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까?
승윤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경험을 구현하는 쪽으로 가야 할 거다. 이미 학습된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면 사용자가 혼란을 겪으니까 말이다.
생각하면 스와이프 동작도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동작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반대로, 엄지랑 검지를 붙였다가 벌려서 화면을 확대하는 모션 있잖은가. 그게 너무 익숙해져서 책을 읽다가 눈에 잘 안 보일 때 자기도 모르게 그 모션을 취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승윤 내가 알기로는 처음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그 모션을 제일 먼저 보여줬다. ‘핀치’라는 이름도 붙여서 사용자들에게 명확하게 학습을 시켰지.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는?
승윤 자동차라는 공간이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이동은 굉장히 자유롭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회사라고 하는데 나는 제3의 공간이 자동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에도 수많은 IX 디자인이 포함된다. 타기 전에 모바일 앱으로 자동차 상태를 확인하고, 운전석에는 센터페시아, 유리창에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뒷좌석에도 디스플레이가 있다. 그 모든 걸 통합하는 서비스를 구축해보고 싶다.
성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미리 다 해버렸네. 하하. 내 경우는 지금 모바일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승윤 또 있다. 예전에 구글 글라스가 잠깐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그건 구글 글라스의 사용자 디자인이 엉망이어서 그랬던 거지 투명 디스플레이 자체의 가능성은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
투명 디스플레이라면 화면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뜨는 그런 것 말하는 건가?
승윤 그렇지. 혹은 모바일로 조작하면 그 화면이 눈앞에 나타나거나.
성준 애플 글라스도 곧 나온다던데.
승윤 디스플레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손으로 조작하는 데서 시작해 입(음성)으로, 그다음은 뇌파가 될 거다. 그렇다면 기존 IX 디자인도 또 다르게 접근해야겠지.
영국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에는 ‘트랜스휴먼’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사람 몸에 컴퓨터를 아예 내장해버리는 거다. 눈을 깜박이면 스크린 샷이 되고,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모션을 취하면 화면에 글자가 입력된다.
승윤 몸에 칩을 넣는 회사는 이미 있다. 기술은 늘 어느 순간 확 터지는 때가 온다. 10년 전에 스마트폰도 그렇게 시작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