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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스파의 2D 그래픽 작업 후기, 어땠길래?

찰나의 유머, 영원한 세계

BYCOSMOPOLITAN2021.02.01
 

영상작업 스튜디오 입자필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학부에서 만난 엄정현, 박태경, 김성령이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VFX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의 모든 감각적인 형태와 찰나의 유머러스함을 사랑한다.


입자필드의 소개 글엔 꼭 이 문장이 들어가 있다. ‘찰나의 유머러스함을 사랑한다.’ 어떤 뜻인가?
엄정현(이하 ‘정현’) 스튜디오 초창기 때 멤버들이 등장하는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다. 흡사 ‘영어 듣기 평가’를 듣는 듯한 성우의 목소리, 빠른 호흡의 장면에 얹은 ‘고딕체’스러운 정직한 폰트 같은, B급 중소기업 홍보 영상에나 나올 법한 포인트를 녹여냈다. 이후 이어진 작업들을 보면 이처럼 ‘뻘’하게 웃긴 요소가 하나씩 존재한다. 평소에 팀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고, 상황극을 하며 놀아서 그렇다.


AI 아바타 콘셉트로 신선한 충격을 준 걸그룹, ‘에스파’의 2D 그래픽 작업을 하며 화제가 됐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정현 우선 전례 없던 콘셉트의 걸 그룹을 먼저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었다. 아이 메시지나 구글, 인스타그램 등 기존 플랫폼의 디자인이나 모션을 재현하는 작업이 굉장히 많았다. 그 덕분에 각 플랫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계기가 됐고 에스파가 데뷔했을 땐 뿌듯하기까지 했다. 왠지 같이 성장한 느낌이라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살펴보면 모션 그래픽부터 VFX까지 활용하는 기술도 다양하지 않나. 각자 좋아하는 작업 과정이 있다면?
정현 난 누군가에게 의뢰 연락이 왔을 때를 제일 좋아하는데? 하하.  어떻게들 알고 연락하시는지 여전히 참 신기하다. 작업 단계는 작업물 속 오브제들을 움직이게 하는 모션, 키 잡는 과정을 좋아한다.
박태경 모션 잡는 거 어려운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는 재미있다. 영상을 하기 전 이미지 만드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와서 그런 것 같다.
김성령 렌더링 과정을 통해 실체 물체와 비슷한 형태를 구현해내는 3D 모델링, 3D 오브젝트에 텍스처를 씌우는 텍스처링을 선호한다. 오브제나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신경 쓰는 걸 즐기기도 한다. 마감 기한에 쫓겨 이런 모델링이나 텍스처링 디테일을 원하는 만큼 만지지 못했을 때 정말 끝까지 신경 쓰인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물은 무엇인가?
성령 이건 셋이 입을 모아 말할 수 있다. 기획 단계부터 즐거웠던 작업은 앞서 말했던 전시 출품작 〈어느 날, 하늘에서 수건이 떨어졌다〉다. 처음 우리 아이디어는 SF시트콤 1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영상 8개가 합쳐진 작품으로 탄생했는데, 그중 한 에피소드인 코믹 드라마 〈개그선생 안드로이드〉 의 주인공 ‘김경기’는 한 장면씩 만들어질 때마다 다 같이 모니터 앞에서 낄낄댔다. 그만큼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동료이기 전에 같은 학부를 나온 동창 사이다.
정현 우리끼리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영감이다. 우리 모두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등 OTT 서비스와 대중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평소 각자 본 것에 대해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발한 농담이나 아이디어가 탄생할 때도 있는데, 그 순간들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엄청나게 안 풀리던 작업도 대화하다 보면 술술 풀렸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충분히 다양하지만, 새롭게 협업해보고 싶은 분야나 장르가 있다면 뭘까?
태경 수학과 과학, 패션 테크 그리고 게임. 각자 관심 분야가 있지만 단순히 디스플레이되는 영상에서 나아가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업으로 넓히고 싶다. 기술이 예민한 분야다 보니 매번 사용하는 툴의 트렌드도 변하고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된다.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셋 다 그에 맞춰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어떤 것이 가능한지 파악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술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입자필드는 현실과 좀 더 유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성령 지금까지 만든 작업물을 생각해보면 상황 자체는 비현실적이되, 디테일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구현한 이미지가 많은 것 같다. 현실과 유사한 이미지들을 신선하게 조합한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가상의 공간에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그저 재미있게 표현하는 게 다다. 현실과 디지털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이런 세상이면 살 만하겠군?’ 하는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