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가득 채운 집에 살면 생기는 일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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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가득 채운 집에 살면 생기는 일

블로그와 유튜브엔 ‘그랜트의 정원’, 인스타그램엔 ‘그랜트박(@grantpark)’ 계정을 운영하며 자신의 열대 정원과 식물 일기, 가드닝 노하우를 보여준다. ‘식물로 채운 예쁜 풍경’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 식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독특하고 희귀한 식물의 세계를 알려주는 식물 생활자의 녹색 공간.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11.03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뭐예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는 고무나무, 파키라, 아이비 같은 걸 보면서 자랐고 자연, 숲, 초록색을 좋아해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정착하면서 내 공간에 생기를 줘볼까 하는 생각에 하나둘 들이다가 이렇게 됐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방 안에 열대 정원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건 아닌데, 식물을 제대로 못 돌봐 죽어나가는 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얘네들도 생명체인데,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가드닝 기초 수업을 들었어요. 식물마다 필요한 빛, 물, 흙, pH 같은 걸 배우다 보니 관심이 더 많아져서 해외 자료와 논문을 찾아 읽으며 독학했죠. 
 
집이 정글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야생화를 정말 좋아해요. 열대식물로 채우기 전엔 꽃이 피는 식물을 키웠어요. 그런데 마당이 없으니까 햇빛, 바람이 부족해 다 죽더라고요. 내 공간의 환경, 조건에 맞는 식물을 찾다가 열대식물과 다육식물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산 게 드라세나 마지나타인데, 낮에 햇빛을 받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죠. 그래서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하나둘 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모은 식물이 170여 개의 화분이 됐어요.  
 
자연, 나무,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도 아파트라는 도시형 주거 공간에서 저렇게 많은 식물을 마음껏 키우는 게 쉽지 않아요. 적당한 관심만으로는 어렵죠. 엄청 좋아해야 해요. 내가 키우고 싶은 식물을 고르기보단 집이 남향인지, 서향인지, 북향인지, 환기는 잘되는지 등 환경에 따라 섬세하게 선택하고, 라이프스타일과도 잘 맞아야 하죠. 여유가 좀 있는 편인지, 너무 바쁜지 등에 따라 오래 같이 살 수 있는 식물이 다르니까요. 
 
잎의 생김, 화분의 종류, 색 등이 제각각인 식물을 한 공간 안에 잘 어우러지게 둘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물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안에서요. 저는 높낮이를 줘요. 버려진 가구 같은 걸 주워 와 화분을 올려두기도 하고, 안 읽는 책을 쌓아 그 위에 놓기도 하고요. 화분도 통일감을 주는 것보단 유약, 토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써요. 식물마다 잘 어울리는 화분이 있거든요. 그럼 재미있고 개성도 있는 화단이 만들어져요.
 
식물 생활자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엔 보통 흙이 얼마나 말랐나 만져봐요. 집이 서향이라 오후 3시 무렵부터 해가 잘 드는데, 그때 식물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잎맥이 어떻게 생겼는지, 빛이 들 땐 어떤 모습인지, 잘 자라고 있는지, 해충이나 시든 덴 없는지. 물은 주로 밤에 주는데, 베란다가 아니다 보니 하나하나 다 욕실로 옮기는 수고가 필요해요. 여유롭게 하면 1~2시간 정도 걸리죠. 좋아하는 일이라 즐기면서 해요. 
 
이 공간이 만든 삶의 변화가 있다면 뭘까요? 제약이 많아졌죠. 하하. 코로나19 전엔 여행도 막 한 달씩 가고 그랬는데 이젠 집을 일주일 이상 못 비워요. 간혹 가게 되면 가족에게 상세하게 부탁하고요. 블로그랑 유튜브, SNS에 글을 쓰고 사진 찍어 올리면서 식물을 통해 받은 행복을 전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영향력을 나눠줄 수 있는 것도 좋은 변화 같아요. 그러다가 알게 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임도 하는데 직업, 나이, 성별이 다 달라도 식물 하나만으로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식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는 것도 즐겁고, 남의 정원 구경도 재미있어요. 
 
식물로 인해 집의 의미가 바뀌었나요? 애착이 생겼죠. 내 취향이 온전히 담긴 휴식, 힐링의 공간이 됐어요. 집이 더 집다워진 느낌이에요. 식물도 살아 있는 존재니까 방에 혼자 있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아 안 외로워요. 잘 키워 씨앗을 파종하거나 꽃이 피면 너무 행복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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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하예진 / 류진(freelancer editor)
    Design 안정은
    Photo by 이혜련 / 홍경표 / 최별(오느른)
    기사등록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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