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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저작권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인디 레이블 대표가 말한다. 내가 음원 저작권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BYCOSMOPOLITAN2020.10.03
 
마이클 잭슨과 비틀스는 무슨 관계일까?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 에서 ‘The Girl is Mine’을 함께 불렀다는 건 팝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또는 라디오에서 비틀스의 ‘Yesterday’를 듣거나 노래방에서 부를 때마다 그 수익 중 일부가 마이클 잭슨, 정확히는 그의 유족에게 간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생전 마이클 잭슨은 비틀스의 음악 판권을 소유한 뮤직 퍼블리싱 회사, ATV를 인수했다. ATV는 이후 지분 절반을 소니 뮤직 퍼블리싱에 넘기고 합병하며 소니/ATV 뮤직 퍼블리싱이 됐고, 나머지 지분 50%는 마이클 잭슨에게서 그의 유족에게 유산으로 남겨졌다. 마이클 잭슨 사후 남겨진 부채의 상당 부분을 여기서 갚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이 회사의 가치는 최소 3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퍼블리싱 회사는 저작권을 직접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리 및 배분하며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그만큼 회사가 소유한 음악가의 저작권 수입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투자 상품이 있다. 투자를 사용자의 관점에서 단순한 개념으로 정리해보자. A라는 상품을 구매 후 구매 가격+a로 판매할 수 있는 건 모두 투자다. 반면 꾸준히 수익을 실현하는 투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 투자다. 주식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 판매할 때 차익을 실현하거나, 투자를 유지하는 대가로 회사에서 정한 수익에 따른 주식 배당금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도 있다. 마이클 잭슨의 투자는 이쪽에 가깝다. 그의 양자가 되지 못한 걸 후회하기 전에 우리도 이와 같은 투자를 해보는 건 어떨까? 마침 SNS 타임라인에 음악 저작권 재테크 광고가 뜨던데, 혹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가?
 
저작권료를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저작권료 공유 플랫폼’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저작권료 공유 플랫폼이라 광고하는 뮤직카우(구 뮤지코인)를 시작으로 위프렉스, 위엑스 등 다양한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뮤직카우와 위프렉스는 작사·작곡가에 귀속된 저작권의 일부 지분을 경매로 구입하고 저작권으로 거둬들이는 수입을 그에 따라 나눠 가지는 서비스다. 소유한 지분의 가치는 곡이 창출하는 수익과 수요에 따라 변화하고 이를 판매할 수도 있다. 거래되는 곡은 핑클의 ‘Blue Rain’처럼 오래된 곡부터 임창정의 ‘소주 한 잔’ 같은 노래방 스테디셀러, 상당한 팬덤을 보유한 트와이스나 워너원 같은 아이돌 그룹의 곡까지 다양하다.
 
위엑스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반 제작에 투자 후 저작인접권을 나눠 받는 서비스다. 구입한 저작인접권은 위엑스의 거래소 플랫폼을 통해 추후 거래도 가능하다. 주식으로 치자면 상장 전 미리 투자하는 공모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검증된 곡에 투자하는 뮤직카우·위프렉스  서비스와 다르게 투자할 때까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위엑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접권이라는 점이다. 저작인접권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아니라 제작자로서 저작권에 인접한 권리다. 참고로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의 경우 저작권료보다 음원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인접권료가 4배가량 높다(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제작자와 저작자 간의 계약에 따라 여기서도 분배가 이뤄지기도 한다). 뮤직카우와 위프렉스보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상품인 셈이다.  
 
뮤직카우가 등장하며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해외에도 음악 저작권 거래 서비스는 존재한다. 로열티 익스체인지가 대표적인 예다. 저작권자로서는 미래의 기대 수익을 지금 바로 수익화할 수 있고, 투자자로서는 유동자금을 이용해 꾸준히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거래된 음악 중에는 누구나 알 만한 제이지와 알리샤 키스의 ‘Empire State of Mind’ 같은 곡도 있다. 이 곡은 19만 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서비스와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뮤직카우나 위프렉스는 저작권을 지분으로 쪼개 적은 금액으로 ‘캐주얼’하게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 투자할 만할까? 저작권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상품 가치를 파악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주식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트 그래프부터 수많은 수치와 언론 기사, 재무제표 등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 노래방 애창곡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만약 대상이 아이돌 그룹이라면 그들의 팬덤이 매일같이 ‘스밍’을 한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음악 저작권은 조금만 관심 있다면 쉽게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를 그저 소비하는 것과 일부라도 나눠 갖는 건 다르니까. 후자 쪽이 보다 긴밀하고 밀접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곡의 저작권은 보통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큰 수익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자투리 돈을 묵히지 않고 정기적인 수익 실현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말 큰 수익을 원한다면 그만큼 많은 저작권을 사면 된다.
 
저작권 투자의 장점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상품 가치를 파악하기 쉽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가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의미다. 
 
나는 소위 음악 일을 하고 있다.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며 음반을 제작하고, 지금 보고 있는 글을 비롯해 음악 산업과 K팝에 관한 칼럼을 쓴다.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펀드, 주식, 해외 주식, P2P,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봤고,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봤다. 그렇다면 정보도 빠르고 투자에도 관심 있으니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도 투자해본 경험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 투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유는 투자 상품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에서 저작권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잠시 살펴보자. 한국에서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곳은  2군데다. 오래전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돼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2014년에 생겨난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다. 이 2곳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한다. 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에서 이익을 거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이나 작곡가를 중심으로 곡을 판매하는 회사에서는 직접 퍼블리싱 회사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은 작사·작곡가가 신탁 관리 단체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퍼블리싱 회사는 ‘이용촉진계약’으로 작사·작곡가의 저작권료를 분배받아 관리한다. 저작권료 수입은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생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방송, 노래방, 공연 그리고 일부 음식점이나 카페에서까지. 문장으로 정리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는 음악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저작권이 어떻게 징수되고 분배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징수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고, 그나마 공개된 방법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래 음악 저작권은 관리하기 어렵다. 음악은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이를 일일이 모니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작권협회는 최대한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2014년에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생기기 전 거의 독점으로 한국의 모든 저작권을 관리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방만한 운영과 이해할 수 없는 출처의 비용 사용, 그 외 외부로 드러난 비리로 많은 음악가에게 신뢰를 잃었다. 이제 두 단체가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저작권 수입 중 꾸준히 증가하는 음원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음원 수입이 어떻게 징수돼 어떻게 분배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를 이용한 서비스사의 꼼수도 만연하다. 가입은 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미사용자의 이용료를 정산에서 제외해 낙전 수입으로 삼아 문제가 되기도 했고, 소규모의 팬을 가진 인디 음악의 경우 소비자가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 사용료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기도 했다. 거기에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서 가짜 회사를 만들어 제대로 정산되지 않는 금액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많은 음악가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 다른 불안정성은 서비스 자체에 있다.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저작권은 저작권이 아닌 채권이다. 저작권료를 협회에서 직접 분배받는 게 아니라 서비스사가 분배받은 저작권료를 재분배받는 형태다. 만약 서비스사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권리 역시 날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 동안 보존되는 권리다. 사후 70년이 지날 가능성과 그 전에 서비스사가 사라질 가능성 중 어느 게 더 높을까? 이건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이런 불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공유 플랫폼은 듣는 음악에서 참여하는 음악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은 서비스라 생각한다. 매일 코카콜라를 마시는 최대 주주 워렌 버핏처럼 적어도 음악에 투자하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는 음악을 사랑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투자 상품의 불안정성은 단순히 플랫폼의 불안정성이기보다 한국 음악 산업의 불안정성이기도 하다. 음악을 사랑하고 관심 두는 이가 많을수록 불안정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향한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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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r 하박국(레이블 ‘영기획’ 대표)
  • Editor 하예진
  • Photo by Chantal Scherer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