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본을 쓴 진한새 작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수업〉이 최근 불거진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에 대해 “경악스러운 일이지만 관련자들이 제대로 법의 심판대에 서서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할 것” 이라며 “끔찍한 현실에 대해 반추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밝혔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인간 수업〉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직접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포주로 일하는 미성년자가 주인공이다. 얼핏 보면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한새 작가는 범죄를 미화하지 않기 위한 장치를 심었다. 바로 동업자 규리를 등장시킨 것. 극 중 규리는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경제적으로 부족함도 없고 학교에서는 인기도 많은 인싸 친구다. 범죄를 저지를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지만 주인공 지수의 성매매 사업에 동참한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는 건 개인의 선택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진한새 작가는 직접 “범죄자를 미화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10회 동안 지속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문제점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감정이 이입되어 주인공이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은 것. 이에 대해 그는 “범죄자를 타인으로 설정하면 죄의 본질을 기초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출처:중앙일보]”고 말했다.
얼마 전 종편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부부의 세계〉에서 폭력 장면을 범죄자 시점 VR로 촬영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여성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표현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불편한 소재를 다루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디어가 범죄자를 다루는 태도는 진보하는 대중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성 폭력이나 성범죄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