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BYCOSMOPOLITAN2020.05.19
 
 
강진아 | 민음사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어야 한다면 사고사와 병사, 어느 편이 비교적 수월할까? 이 소설은 2가지 모두를 겪게 되는 이가 주인공이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인을 잃은 주인공 ‘정아’는 그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엄마의 병을 알게 된다.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기 마련이지만 그게 내 의지가 아니라 상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끝이 난다니, 가혹하다. 이별 후에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이의 슬픔이 덤덤하게 전달된다. 정아는 엄마를 간병하면서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너무 늦게 알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정아에게 엄마를 알아가는 것은 곧 스스로를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아픈 엄마 앞에서도 스스로의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정아의 고백이 앞으로 더 많은 이별을 겪게 될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위로다.
 

 
마스다 미리 | 이봄
이따금씩 노처녀로 상징됐던 캐릭터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 말이다. 8년 전 한국에서 처음 소개된 ‘수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남편도 애인도 없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30대 중반의 싱글 여성으로 4개 시리즈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7년 만에 돌아온 수짱은 어엿한(!) 40대가 됐다. 30대와 결별하기 전 수짱의 심란한 마음을 풀어놓으며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무수하게 의미 부여를 하지만 사실은 시시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말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도, 지지부진한 연애도, 가족보다 더 친한 친구도 여전하다. 다만 수짱은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기보다는 스스로 세상을 당당하게 바라보게 됐다. 30대여도, 40대여도 수짱은 수짱이다.
 

 
강화길 외 | 문학동네
등단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젊은 작가 7명의 중·단편소설로 채워졌다. 몇몇은 이미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들이라 새삼 신예라고 명명하기 민망하다. 약속한 듯 작품들이 관통하고 있는 건 구시대에 대한 전복과 전환이다. 강화길의 〈음복〉은 가부장제에 대한 통찰력, 장류진의 〈연수〉는 독립하려 애쓰는 여성들의 복잡한 감정, 장희원의 〈우리의 환대〉는 아들의 성 지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의 혼란을 다룬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싼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고찰,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여성 연대, 김초엽의 〈인지 공간〉은 소외된 존재의 특별함,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사랑의 힘을 이야기한다.
 

 
황두영 | 시사IN북
혼자서도 괜찮다고 독려했던 1인으로서 고백하지만, 혼자서도 괜찮지만 외롭긴 하다. 그래서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이 책은 홀로서기도, 결혼도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생활 동반자법’.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를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 법적 권리가 없는 동거와 너무 높은 장벽을 가진 혼인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1인 가구는 자유와 낭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이혼과 사별 등 다양한 연유로 1인 가구가 된 사람들이 겪는 지속적인 고독은 이와는 아주 먼 얘기다.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지하게 생활 동반자의 필요성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다혜 | 세미콜론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한 ‘띵’ 시리즈의 시작점이 되는 에세이다. 시작답게 주제는 조식이다. 저자는 여행지 호텔에서 먹는 조식, 어린 시절 소풍날 할머니가 아침부터 싸주시던 김밥, 지각을 무릅쓰고 등굣길 노점에서 사 먹던 토스트 등 아침 식사에 대한 경험과 그 외에 책과 영화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아침 풍경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평범하게 보고 겪는 아침 풍경에 사랑, 짜증, 분노, 피곤함, 부담감 등 다양한 감정이 녹아 있다. “아침밥은 먹기 쉽지 않다. 밥을 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동일할 때, 아침은 가장 먼저 생략되는 끼니다.” 달콤한 아침잠 때문에 건너뛰던 이 텁텁한 아침밥이 결코 생략될 수 없는 일상의 일부라는 것을, 이 책을 모두 다 읽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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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전소영
  • photo by 최성욱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