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알파카와 어떻게 사냐고?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딨겠냐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족이 뭐길래’ 싶다. 그렇게 가족 사진이 완성되는 동안 든 생각. 가족에 있어 ‘뭣이 중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알파카 하면 으레 화가 나면 침을 뱉는 야생동물이 떠오르는데 이 알파카는 좀 다르다. 인간과 교감하는 ‘파카’는 “뽀뽀”라고 말하면 입을 맞추고, “돌아” 하면 주위를 맴맴 돌고, 팔을 허리에 갖다 대고 원을 만들면 기다란 모가지를 쏙 하고 들이댄다. 알파카, 고양이, 그리고 두 친구가 만든 어떤 가족.

(이병훈)데님 셔츠 8만9천원, 어깨에 두른 스웨트셔츠 6만9천원 모두 리바이스. 데님 팬츠 7만9천원 자라. (이국현)데님 재킷 9만9천원, 티셔츠 2만9천원 모두 자라. 치노 팬츠 가격미정 플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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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26세), 이국현(26세) 파카와 또랑이 집사. 필리핀에서 유학하던 중학교 시절, 룸메이트로 만나 절친이 됐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두 번째 동거를 시작했다.〈동물농장〉 방영 이후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라는 오해도 많이 받는데, 둘 다 머리털 나고 남자를 좋아해본 적은 없다. 파카(1세), 또랑이(1세) 유일무이한 알파카와 고양이 듀오. ‘파카’가 호주에서 한국으로 입양되기 직전, 길냥이였던 또랑이가 운명처럼 집사네 집에 들어와 그길로 가족이 됐다.



생소한 반려동물인 알파카와 함께 살게 된 계기는 뭐예요?
병훈 호주에서 대학에 다닐 때 알파카 체험 농장을 방문했는데, 알파카의 양쪽 다리를 강제로 묶고 털을 밀더라고요. 또 요리를 공부하는 친구가 알파카 고기로 요리했다는 말을 듣고, 알파카가 도축도 당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모습이 불쌍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한국으로 입양하게 됐어요.


어떤 절차를 거쳐야 알파카를 국내에서 키울 수 있나요?
병훈 반추동물인 알파카는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가축으로 분류돼요. 호주에서 예방접종 및 구제역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몸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진료를 마친 뒤, 검역이 승인되면 한국으로 운송하죠.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똑같은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요.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누구나 알파카를 데려올 수 있고, 여러 마리도 키울 수 있어요.
국현 알파카와 어떻게 이동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차를 타고 다녀요. SUV 차량의 조수석을 앞으로 쭉 밀고 뒤에 태워요. 스스로 점프해서 타고 내릴 만큼 영리해요.


강아지와 비교하자면 반려 알파카의 장단점은 뭐예요?
국현 일단 너무 예뻐요. 얼굴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죠. 알파카는 짖지 않고 조용해서 좋아요. 자기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할 줄 알아서, 원하는 걸 맞춰줄 수 있으니 집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키우기 쉬워요.


이를테면 볼일 보고 싶다는 의사 표현도 확실하게 해요?
병훈 우는 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요. 끝음이 올라가면 배고프다는 표시고, “으으으~음” 이러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뜻이고, 짧게 “음음!” 하면 간식을 달라는 얘기예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울면 건포도를 주거나 화장실에 보내준다는 걸 서서히 터득한 것 같아요. 초반에는 파카가 일반 야생동물처럼 자꾸 다른 곳으로 가려 해서 산책도 못 시켰어요. 저희가 계속 옆에 붙어서 건포도도 주고, 쓰다듬어주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을 열더라고요.


반려 알파카로 길들여진다는 건 훈련과 학습의 의미보다는 마음을 열고 교감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국현 이제는 파카가 자고 있으면 옆에 누워도 될 정도로 친해졌어요. 원래 알파카는 초식동물이라 경계가 심하거든요. 적이 가까이 오면 언제든 도망가야 해서 무릎을 반만 굽힌 자세로 앉는 특성이 있는데, 파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스튜디오에서도 앉거나 벌러덩 누워 있잖아요.
병훈 한번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야간에 산책을 갔다가 시험 삼아 목줄을 풀어봤어요. 저희가 앞으로 걸어가니까 파카가 뒤에서 졸졸 따라오고, 저희가 뛰면 같이 뛰어오더라고요. 지나가던 분이 자기가 산책을 시켜보고 싶다고 해서 목줄을 넘겨줬는데, 파카가 딱 버티며 낯선 사람한테는 안 가더라고요. 그렇게 교감하기까지 한 석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알파카는 원래 고산지대나 초원에 사는 동물이잖아요. 기후나 환경이 다른 한국에서 알파카를 키우려면 신경 써야 할 게 많겠어요.
국현 우선 방바닥 전체에 야자수 매트를 깔아줬어요. 일반 마룻바닥에서는 미끄러져서 생활을 못 하거든요. 가끔 바빠서 산책을 못 시킬 때는 자외선 등을 틀어 햇빛을 쐐주기도 해요. 가장 중요한 건 파카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줘야 돼요. 파카가 인식하기는 하는데, 집 안에서 밥 먹는 곳, 볼일 보는 곳, 앉아 있는 곳 등을 용도에 따라 확실하게 꾸며줘야 하죠. 알파카 습성상 배변 패드가 놓인 위치를 한번 화장실로 인식하고 나면 딱 거기서만 볼일을 봐요. 저희는 남양주에 사는데 다행히 집에서 5분 거리에 농협 축산이 있어 그곳에서 가축들이 먹는 사료를 구해요. 운 좋게 10분 거리에 말 학교가 있어서 파카가 먹을 건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죠.
병훈 집에서 좀 춥게 지내요. 알파카를 위해 사람에게는 살짝 쌀쌀한 정도로 집 안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거든요.
국현 파카가 오히려 사람다워졌죠. 사람들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 같아”라고 할 정도로요. 토라지거나 삐지는 등 감정 표현을 다 하니까요. 근데 저희한테만 감정을 드러내지, 처음 본 사람한테는 예의를 차려요. 하하. 알파카는 원래 엉덩이나 다리를 만지면 놀라서 뒷발로 차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파카는 신기하게 아기들이 뒤에서 엉덩이를 만지면 아무리 놀라도 가만히 있더라고요. 성인과 아기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진짜 사람처럼요.


고양이 또랑이를 알파카와 함께 키우게 된 사연은요?
국현 또랑이는 원래 길고양이인데 파카보다 먼저 우리의 가족이 됐어요. 파카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파카 방을 꾸밀 야자수 매트를 집으로 들이고 있었는데요, 문을 여니까 갑자기 “야옹” 소리가 들리더니 또랑이가 들어왔어요. 너무 귀여운 아기 고양이라 내보낼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하하.
병훈 처음에는 또랑이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파카를 많이 경계했는데 이제는 서로 몸을 ‘부비부비’하면서 잘 놀아요. 웃긴 건, 고양이가 기분이 좋으면 몸을 비비듯이 파카가 저희한테 몸을 비비곤 해요. 그게 알파카의 습성인지 또랑이랑 같이 커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희가 나갔다가 집에 들어가면, 둘이 같이 앉아 있다가 함께 마중을 나올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귀가 처져 있다가 쫑긋하는 모습이 엄청 귀엽거든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죠. 올해 파카와 집사들이 계획 중인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요?
국현 해외 구독자가 많아졌는데, 가족들과 캠핑카를 타고 로드 트립을 하면서 한국을 알리고 싶어요. 유기견 보호센터와 고아원을 돕기 위한 통장도 만들 계획이에요. 동물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유튜브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어서, 현재는 일부러 유튜브 채널에 광고도 안 넣고 있어요. 파카 때문에 수익이 생긴다면 기부같이 좋은 쪽으로 써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어요.
병훈 저희 유튜브를 보고 알파카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이 와요. 하지만 알파카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큰 책임이 필요한 일이에요. 유튜브만 보고선 귀엽다고 무턱대고 키우는 사람이 있을까 봐 염려될 때도 있어요. 한국에 알파카 사육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거든요. 저희는 해외 논문 자료를 보면서 알파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뒤에 데리고 왔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넷이 같이 살면서 ‘이게 가족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면요?
병훈 어렸을 때부터 타지 생활을 하느라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았어요. 그때부터 가족이란 게 꼭 혈연 단위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숙집의 보호자 이모와 형, 누나, 친구, 동생들과 지내다 보니 ‘이런 것도 가족이겠구나’ 싶었거든요. 타지에서 의존할 게 친구들밖에 없었으니, 룸메이트였던 국현이는 그때부터 제 가족이 됐죠. 저희는 하숙집 이모를 필리핀 엄마라고 불러요. 사춘기 때 실질적인 사고는 이모한테 쳤고, 그분이 저희를 보살펴줬으니까요.
국현 감사하게도 이모 역시 늘 주위에 저희를 가족이라고 소개했어요. 이제는 이모가 하숙집을 운영하지 않지만, 작년에 필리핀에 놀러 갔더니 아직까지 저희가 쓰던 숟가락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색깔별로 주인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 숟가락 기억나지?” 하면서 짝을 찾아주셨어요. 하숙집 문 앞에도 여전히 저희 사진이 걸려 있었고요. 저희가 이모가 해준 닭곰탕을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과음한 다음 날에 해장하라고 닭곰탕을 해주셔서 감동했어요.


각자 가정이 생기거나 두 친구의 행로가 달라지는 순간이 오면, 파카는 누구와 사나요?
국현 필리핀 유학 시절에 만난 친구 6명이 한 번도 싸운 적 없을 정도로 친해요. 나중에는 한 건물의 각각 다른 층에 함께 살고 싶어요. 근처에서 파카와 함께 살 수 있게요.
병훈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 비슷한 해에 아이를 낳아서 자식끼리도 모두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가족의 형태를 하나의 틀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같이 사는 게 가족이 아닐까요.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딨겠냐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족이 뭐길래’ 싶다. 그렇게 가족 사진이 완성되는 동안 든 생각. 가족에 있어 ‘뭣이 중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