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리지만 계속 보고 싶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과제가 끝난 뒤’가 아니라 ‘과제 하다 말고’, ‘채널을 둘러싼 가족과의 다툼’이 아닌 ‘나를 둘러싼 채널들의 다툼’,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얘기’. 1525세대는 TV가 아니라 웹 드라마를 본다. 최근 유튜브와 네이버TV, 브이라이브에서 눈도장 제대로 찍은 웹 드라마 4편의 제작진을 만나 웹 드라마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 드라마,웹드라마,일진에게 찍혔을 때,일진에게,미연시

「 TV-일진에게 찍혔을 때 」 오글거리지만 계속 보고 싶어 권준석 PD, 이유연 감독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동명의 모바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죠. 게임에서 그대로 가져온 부분과 바뀐 부분이 뭔지 궁금해요. 이유연 감독(이하 ‘이’) 원작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5명의 남자 캐릭터와 ‘썸’을 타게 되죠. 그중에서 가장 인기 많은 2명의 남자 주인공인 ‘지현호’와 ‘서주호’를 살려 여자 주인공 ‘김연두’와 삼각관계로 재구성했어요. 원작에서 ‘정지성’ 역시 5명의 남주 중 하나지만, 드라마에서는 감초 같은 역할이 됐고요. 스토리상의 굵직한 사건과 캐릭터들은 유지하되, 캐릭터 개개인이 지닌 디테일이나 사연을 입체적으로 추가했죠. 일진 캐릭터인 주인공 ‘현호’의 경우 불량 학생보다는 ‘같은 반 학생’으로 친근한 느낌을 살리려 했고요, ‘현호’와 ‘주호’의 친구로 나오는 ‘류설’ 역시 게임에선 악역의 표본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왜 이 아이가 악역이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하는지까지 그렸죠.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처음 접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권준석 PD(이하 ‘권’) ‘일진’이라는 자극적 요소보다는 ‘외모나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평가받는 아이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메시지로 담으려고 했죠. 이 그 점 때문에 “캐릭터가 왜 이렇게 약해졌냐”, “세상에 저런 일진이 어디 있냐”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하하. 사실 원작 게임이 유행하던 3년 전이랑 지금은 인식이 정말 많이 달라졌잖아요. 여자 주인공 ‘연두’는 원작에서 남자 캐릭터들의 구원을 기다리는 무력한 캐릭터였다면 드라마에서는 할 말 할 줄 알고, 그녀의 조력자 역시 남자가 아닌 여자 절친 ‘안유나’로 나올 때가 많죠.   전체적인 내용은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의 스토리에 젠더 감수성이 더해진 것 같아요. ‘연두’가 스토커 캐릭터인 ‘허진수’에게 붙잡혀 있을 때, 지나가던 ‘현호’가 아닌 ‘유나’가 구해주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이 원작도 그렇고, 보통의 로맨스물이라면 ‘현호’가 구해주는 게 정석이지만 그건 너무 재미없잖아요. 시청자들 모두 ‘현호’의 등장을 예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지나가던 ‘현호’를 멀리서 보여줬어요.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를 이용해 일종의 반전을 꾀한 거죠. 그 장면을 두고 “현호가 나와야 하는데 왜 유나가 나와?”라는 반응과 “유나가 나와서 너무 멋있다. 나도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어요.   웹 드라마는 댓글을 통해 시청자와 즉각적으로 소통한다는 특징이 있죠. 웹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피드백을 접하면서 느낀 요즘 10대들에 대한 인상이 궁금해요. 권 요즘 10대는 정말 매일매일이 다른 것 같아요. 굉장히 빨리 습득하고, 또 거부해요. 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요. 또 이런 말이 안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굉장히 예민한데 그 예민함이 좋았어요. 제작진 모두가 많이 배웠죠. 권 일진의 존재도 요즘은 예전보다 희미해졌다고 해요. ‘싸움 잘하는 일진’에 대한 동경보다도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 원해서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친구도 많다고 해요. 이 작품 속 ‘고동구’라는 캐릭터가 그런 친구들을 대변하고 있어요. 혼자 있는 게 꼭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역할이에요.   16부작에 1회당 10분 남짓인 짧은 드라마인데도 디테일한 요소가 많네요. 권 예전에는 5~6분인 웹 드라마도 지루해서 못 보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길어지고 있어요. 저희는 10분이 적당하다 여겼는데 “너무 짧다”, 심지어 “예고편 보는 줄 알았다”라는 평까지 있었죠. 하하. 시청자들이 유튜브에서 보는 콘텐츠에도 기대하는 수준이 많이 높아진 거죠. 이 요즘엔 10대 시청자들도 시각적인 요소에 상당히 민감해요. 스토리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옷과 화장까지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요. 옷이 이상하면 “왜 저런 걸 입혔냐”라고 바로 댓글을 달아요,     웹 드라마와 지상파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이 <72초TV>라고 웹 드라마 1세대라 생각하는 채널이 있어요. 저는 원래 단편영화 연출을 공부했는데, 거기 나오는 작품들을 보고 웹 드라마의 매력을 처음 느꼈거든요. 편집 호흡이 굉장히 빨라요. 음악도 쉴 새 없이 나오고요. 시청자들이 작은 화면 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말씀한 대로 대부분 웹 드라마는 랩톱,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보기 때문에 화면이 작다는 점도 연출할 때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인물을 담는 사이즈가 달라요. 영화는 화면을 넓게 잡을 수 있지만, 웹 드라마는 타이트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줘야 해요.   권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대화하는 두 남녀’를 촬영한다면, 영화에서는 편의점 밖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잡아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웹 드라마에선 그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무슨 대화를 나누며 무엇을 사는지도 직접 보여주는 편이죠.   그 밖에 웹 드라마 제작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또 있다면요? 이 일단 장면이 예뻐야 해요. 캐스팅도 정말 중요하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기보다 신인 발굴에 초점을 두는 편이에요. 많이 알려져 익숙한 얼굴보다는 새로운 이미지의 배우가 나와야 더 공감하기가 쉬우니까요.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몰입하느냐가 핵심일 텐데, 10~20대 여성들이 타깃인 웹 드라마의 경우 로맨스물이 특히 많은 것 같아요. 권 10~20대가 웹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일종의 일탈 같은 거예요. 자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에게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을 보고 싶은 거죠.   이 오글거리면서도 계속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게 제 연출의 핵심이에요, 하하. 원래 주요 구독자들이 20대라 오피스물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좋맛탱>이 방송되면서 10대 팬이 많이 유입됐어요. 대학교가 배경이라 오히려 대학 생활에 환상이 있는 10대가 많이 보더라고요.   앞으로 시청자층을 확장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10~20대의 특성을 살려 좀 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할 계획인가요? 권 지금 저희 콘텐츠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그들이 성장할 때 저희 콘텐츠도 함께 성장하면 시청 연령층은 자연스럽게 다양해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웹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요? 이 사랑 얘기가 없는 웹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어요. 한국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물론 로맨스가 누구에게나 통하기 쉬운 장르인 건 맞지만, 저는 우정이나 개인의 성장 과정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일진에게 찍혔을 때>도 ‘류설’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질투하고 ‘연두’와 충돌하면서 성장하거나, ‘연두’와 ‘유나’의 우정이 돋보이도록 스토리와 연출에 녹여냈죠. 권 남녀노소 등하굣길과 출퇴근길을 함께하며 즐겁게 해주면서, 또 힐링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일진에게 찍혔을 때> 2019. 7. 25~9. 17 동명의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원작. 모범생 ‘김연두’는 스토커 ‘허진수’를 떼어내기 위해 프로필에 ‘남친짤’을 검색해 올리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학교의 소문난 일진 ‘지현호’. 이 일을 계기로 ‘연두’는 ‘현호’는 물론 그의 친구이자 반장인 ‘서주호’와 가까워지게 된다. 단, 지나치게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