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디즈니 주인공은 늘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여린 백인 공주였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쓰러지고, 바늘에 찔려 영원히 잠에 들어버리고, 12시가 넘으면 다시 불쌍한 신세로 돌아가는 식이랄까? 그런 위기에 갇히면 꼭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공주님을 구해준다.
하지만 그런 디즈니의 행보는 바뀌고 있다. 계속해서 화제가 되는 <인어공주> 실사판 캐스팅이 그중 하나. 주인공인 에리얼 역을 누가 맡느냐 논란이 되는 가운데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된 것! 싱크로율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지만, 인종을 가리지 않는 캐스팅이란 점에서 디즈니의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사실 그전부터 디즈니는 ‘공주’라는 관념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에 900만 명을 돌파한 <알라딘> 실사판에서 자스민은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강하고 당당해졌다. 특히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Speechless’를 부르는 장면은 여성의 주체성을 한 번 더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기존에 드레스를 입었던 캐릭터는 바지를 입고 돌아왔다. <토이스토리4>에서 보핍은 기존에 입던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고 당당히 스크린에 나타나 종속된 삶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이야기했다. 또 올해 12월에 개봉할 <겨울왕국2> 예고편에서는 엘사가 바지를 입고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았다.
왕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하는 공주의 이야기가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다양성을 더 인정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더 이야기하는 식으로 ‘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중인 것! 공주라고 해서 백인이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타인의 도움만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더 당당하고 강한 공주님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