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섹스 에세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적적한 저녁, 술 마신 새벽이면 자꾸만 생각나는 밤이 있다. 4명의 남녀가 몸도 마음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생애 최고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했다.::섹스, 경험담, 후기,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섹스,경험담,후기,러브,코스모폴리탄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무조건 흑인이 좋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가장 좋았던 섹스 상대가 그일 뿐. 엄밀히 따지면 혼혈이었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 키스하면서 바지를 벗겼는데 드로어즈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몽둥이가 있었다. 그렇게 길고, 두껍고, 심지어 왁싱까지 잘돼 있는 아름다운 페니스는 처음 봤다. 나는 밑에서, 그는 위에서 키스하며 움직이던 중 그가 나를 휙 뒤집었다. 거울에 비친 나와 그의 실루엣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이렇게 섹시한 사람이었나?’ 섹시한 분위기가 고조되며 영어 섞인 낮은 신음이 계속 듣고 싶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그의 것을 입에 넣었다. 그는 자신이 받아본 오럴 중 최고라 했다. 계속해서 “대체 어디서 배웠어?’’를 연발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칭찬에 힘입어 처음으로 남자 위에 올라탔다. 나도 그도 느끼기에 바빴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추억할수록 그 당시로 생생하게 빠져들 뿐. 뽀송한 이불 냄새와 그의 데오도란트가 섞인 체취,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져지는 단단함, 깊고 푸른 눈과 나를 바라보던 그 표정까지, 오감이 모두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덕분이리라. 둘 모두 지칠 줄 몰랐고 스치기만 해도 흥분해 엉켰다. 내게 남은 모든 지구력을 끌어내주는 남자였다. 식사를 끝내지도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허기가 가시자마자 식탁 앞에서 뒤로 하고, 욕실에서 서로 씻겨주다가 거품이 묻은 채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몸에 더 집중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이렇게 다양한 체위를 부끄러움 없이 즐길 수 있는 상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33세의 펀피어리스피메일 즐거운 시라  띵동~. 벨이 울렸다. 무시했다. 오직 배달의 민족 라이더만이 우리 집 벨을 누른다. 띵동띵동~. 또 무시했다. 나는 치킨을 시키지 않았다. “안 계세요?” 악의를 느낄 수 없는 음성. 경계심이 누그러졌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연 현관문 앞에 시라 씨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물 한 잔만 주실 수 있으세요?” 깔끔하게 정리된 눈썹에 작은 눈의 젊은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화이트 셔츠에 연분홍색 짧은 면 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셔츠 너머로 검은색 속옷이 내비쳤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느껴지는 향기.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좌심방과 우심방이 날뛰기 시작했다. 물 한 잔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들어가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얼굴을 보니 기운이 좋아 보이세요.” 역시나 포교를 위해 벨을 눌렀던 거다. 그럼 그렇지. 지하철역 근처에서 두 사람이 조를 이뤄 길에서 말을 걸고, 가끔은 집에도 찾아온다는 그 종교가 분명했다. 이제 곧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자고 하겠지. 그러면 내 설렘도 끝나리라. 시라 씨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와 대화를 했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시라 씨가 꺼냈던 영화 얘기가 좋아하는 배우 얘기로, 문학 얘기로, 정치 얘기로, 시간이 흘러 학창 시절까지 흘러갔다. 그러다 중학교 때 장기 자랑으로 신화의 ‘Wild Eyes’ 안무를 췄다는 순간, 누가 먼저랄 거 없이 키스를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이상한 포인트라고 놀리겠지만 당시 우리는 감격했다. 화이트 셔츠를 벗기고 가슴을 만졌을 때 생각했다. ‘당장 다음 날 깔끔히 면도를 하고, 한 번밖에 안 입은 톰브라운을 갖춰 입은 후 경건한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리라. 다 시라 씨를 위해서니까’. 그녀가 오럴 섹스를 해줄 때는 또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시라 씨가 믿는 종교까지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소수 종교 신자도 떳떳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야 하지 않나?’ 첫 삽입 순간도 떠오른다. 나는 그때 형과 누나, 부모님까지 모셔가서 시라 씨의 실적(만약 그런 게 있다면) 다 채워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상과 제사의 ‘ㅈ’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섹스를 하는 내내 ‘그것’을 넣어 달라, 빠르게, 천천히 등 지시만 했을 뿐. 시라 씨는 지시대명사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두 번의 사정 후 그녀는 내 옆에서 빠르게 잠들었다. 아마 하루 내내 포교로 힘들었을 거다. 나는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산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수없이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봤다. 김시라, 이시라, 박시라, 선우시라….성을 모르니 찾아낼 재간이 없다. 단 하룻밤의 만남으로 나를 뒤흔들고 사라진 시라 씨.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30세의 마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