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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꼽은 최고의 섹스

누가 섹스할 때 남자들은 과정 없이 본론에만 집착한다고 했던가? 남자들도 분위기에 취해 섹스를 하고, 감정에 홀려 하룻밤을 보낸다. 남자들이 꼽는 생애 최고의 섹스는 어떨까? 그들이 말하는 황홀했던 그때의 기억.

BYCOSMOPOLITAN2018.05.22



 7년 만의 재회 

왕가위 감독이 영화 <2046>에서 말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도 인연은 엇갈릴 수 있다. 생애 최고의 섹스를 경험한 시점으로부터 7년 전이 그랬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이 비슷했고, 가치관이 맞았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겐 각자 연인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람과 나는 소위 말하는 ‘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관계가 단절됐다. 그 사람과 나는 단 한 번도 같이 잔 적이 없었다. 언젠가 딱 한 번 키스를 했을 뿐이다. 그때 그 사람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우리가 어쩌다 입 맞추는 사이가 됐죠?” 그로부터 7년이 흐르고 우리는 각자 연인이 없는 순수한 싱글인 상태로 재회했다. 그 옛날 우리가 갔던 뮤직 바는 그대로 있었고, 우리가 좋아하던 칵테일 역시 그 맛 그대로였다. 취기가 오른 나는 성급히 우리 관계를 연인으로 규정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달랐다.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오늘은 당신과 자지 않을 거예요.” 시원시원한 의사 표현 역시 그대로였다. 뮤직 바가 문을 닫았지만 우리의 취기는 모자랐다. 내 집이 가까웠고,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의 선언이 있었기에 나는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어떤 유혹도, 도발도 하지 않으려 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캔을 따고, TV를 켰을 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수년 전 내가 대본을 쓰고 연출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산이 적었던 케이블 드라마였다. 내용은 퇴폐적인 남녀 관계를 다룬 성인용이었고, 당시 무명이던 배우들이 차례로 스타가 되면서 수년 동안 연이어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재미있는 상황을 설명했고, 그 사람은 웃으며 내 드라마를 지켜봤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긴장했다. 이 드라마에는 내가 살아오며 들었던 인상 깊은 말들이 대사에 녹아 있었다. 순간, TV에서 흘러나온 대사. “우리가 어쩌다 입 맞추는 사이가 됐죠?” 그 사람은 나를 바라봤다. 나는 미안했다. 당신의 그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심정을 싸구려 드라마에 써먹다니. 하지만 그 사람은 마치 그 대사가 방아쇠라도 된 듯 나를 안았다. 격하게 입 맞추고, 옷을 벗었다. TV 속의 주인공들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섹스 배경음악인 펄프의 ‘Underwear’가 흘러나왔다. “나는 당신이 속옷만 입고 거기 있는 것을 평생 보고 싶었다”라는 가사처럼 그 사람은 속옷 차림이었다. 최고의 섹스가 시작됐고, 드라마가 끝날 무렵 우리는 후희를 즐기고 있었다. ‘최고의 섹스’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섹스란 행위 자체보다는 그 앞뒤가 어땠는지에 따라 퀄리티가 좌우되는 기묘한 아이템이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까지 7년 전의 엇갈렸던 인연을 곱씹으며 서로의 몸을 탐구했다. -왕가위손(45세, 드라마 PD)



 대실 말고 1박 

언제나 꿈꿨던 그녀가 내 앞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사랑을 속삭였고, 조용히 섹스를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하나, 둘, 셋. 허리를 딱 세 번 움직였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살짝 허리의 움직임을 늦췄지만 그 잠깐 사이에 내 콘돔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당황해 얼굴까지 붉어졌다. 힘을 쓰느라 피가 몰린 게 아니라 부끄러움이 내 얼굴을 달궜다. 나는 괜히 베개를 정리하며 “아, 오늘 왜 이러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나 원래 이 정도 아닌데”라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일부러 등 뒤로 가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대답 대신 빙글 돌아 나를 꼭 안았다. 뜨겁게 달궈지지 않은 그녀의 몸이 나를 더 슬프게 했지만, 눈앞의 가슴을 보니 그 상황에서도 흥분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삽입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애무는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가슴을 시작으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3m 거리에 있는 TV가 내는 빛에 비치는 그녀의 보디라인을 눈으로, 손가락으로 그리고 혀로 훑었다. 팔을 들었을 때 생기는 겨드랑이 위 푹 파인 부분의 깊이를 손가락 마디로 가늠하고, 허벅지 안쪽에 숨어 있던 점을 2개 찾았다. 손끝 감각에 의지해 엉덩이의 튼 자국을 세고, 하이힐 탓에 생긴 뒤꿈치의 굳은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눴다. 대실 시간이 끝날 무렵, 다시 내 아랫도리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그녀도 흥분했다. 나는 다시 그녀의 몸 안에 내 물건을 넣었고, 우리는 어느 때보다 느릿하게 섹스를 즐겼다. 그녀가 먼저 오르가슴을 느꼈고, 우리는 퇴실 재촉 전화벨이 두 번 울릴 때까지 섹스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조루가 아닌 지루가 의심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눈 뒤 그녀가 전화로 대실 연장, 아니 숙박을 신청했다. 우리는 그날 밤 느릿한 섹스를 두 번, 아니 네 번 더 했던 거 같다. -조셉 고든 토끼(37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방콕에서 생긴 일 

서울의 여름을 빼고 시간만 나면 나는 더운 도시로 떠난다. 고작 네다섯 시간 비행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면 후끈한 기운이 들이치며 여행이 시작된다. 도시의 냄새랄까. 코로 맡는 냄새뿐만 아니라, 온몸이 느끼는 냄새다. 방비엥의 방종, 호치민의 에너지, 홍콩의 우수, 타이베이의 정갈함을 모두 사랑하지만 특히 방콕을 좋아한다. 방콕의 냄새는 어두운 지하에 스모그 머신을 피운 것처럼 매캐하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보여주고 내주지 않겠다는 듯. 연기를 걷어내면 새로운 모습이 보이겠으나, 걷지 않고 연기 속에서 흔들리는 도시를 구경하는 것 또한 아무렴, 즐거운 일. 방콕의 밤은 짧다. 대부분의 바나 클럽은 새벽 2시에 문을 닫는다. 내일이 없는 듯 놀다 시간이 되면 종 치듯 불이 꺼진다. 그날도 그랬다. 좋은 음악을 양껏 들은 밤이었다. 여운이 남을 수밖에. 택시를 잡으려다 간이 테이블에서 국수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독 맛있게 보이는 국수를 주문한 여자에게 그게 뭐냐고 물었다. 옆에 앉아 같은 걸 시켰다. “저랑 잘래요?” 국수를 다 먹을 때쯤 물었다. 국수 이름은 알아도 여자 이름은 몰랐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여자와 같이 걸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걸었다. 여자가 사는 동네는 불야성의 방콕과 대척점에 있는 듯, 암전된 것처럼 어두웠다. 테라스에는 원반형 TV 수신기, 앞집이 널어놓은 빨래, 색 바랜 태국 국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에겐 익숙한 도시의 풍경에 찾아온 낯선 남자였을 것이다. 한 몸이 돼 창밖을 내다보며 만진 허리 아래의 문신, 머리끈 색, 방 한가득 쌓여 있던 비디오테이프 같은 게 테라스에서 본 풍경만큼 내내 선명하다. 다음 날 점심을 먹으며 비로소 물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왔고, 방콕에 관한 기사를 쓰며, 한동안 방콕을 떠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도시의 모든 게 맘에 든다며. 이제 그녀의 이름을 안다. 사진으로만 남은 어떤 여행처럼, 그 이름과 밤이 진하게 남아 있다. -사랑의 트래블러(35세, DJ)



 정답은? Answer! 

26살, 한창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던 어느 날. 하릴없이 집에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클럽이나 가자.” 이 추운 날 무슨 클럽이냐고 했더니 친구가 법정스님처럼 나지막이 읊조렸다. “정답은 ‘앤써’에 있어.”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난생처음 번호를 물어봤고 다음 날 우리는 영화를 봤다. 급하게 예매했더니 맨 뒷자리 커플석밖에 없었다.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중반부터 우리는 서로의 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영화가 끝났다. “홍대로 갈까요?”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를 잡아타고 자취방으로 갔다. 샤워하고 나왔더니 그녀가 팬티만 입고 나를 기다렸다. “내 가슴 예쁘지?” 갑자기 말을 놨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예뻤다. 꽉 찬 C컵. 가슴으로 스쾃을 했는지 탄력이 상당했다.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처럼 크고 폭신했다. 게다가 홍시 맛이 났다. 키스를 하며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갔다. 아, 철조망이 없었다. 처음이었다. 삼계탕처럼 발가벗은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내 손을 끌었다. 보일러가 터진 줄 알았다. 40℃의 미온수가 흥건했다. 휘모리장단에 맞춰 손가락을 넣었다. 그녀는 내 물건을 잡고 거침없이 흔들었다. 쿠퍼액이 바깥세상을 보고 싶다며 요동쳤다. 그녀가 입으로 물건을 가져갔다. 따뜻하게 데운 순두부처럼 촉촉한 것이 내 송이버섯을 감쌌다. 이래서 이삿짐을 쌀 때 취급 주의 제품에 뽁뽁이를 감싸는구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세상 어떤 빨간 비디오보다 자극적으로 버섯을 시식했다. 버섯에 참기름을 바른 듯 내 물건이 그녀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고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꽉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조였다 풀며 조련했다. 흡사 R&B 같은 섹스였고, 우리는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위에서 하는 게 서툴다고 했다. 위에서 격하게 방아를 찧는 대신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칼질은 서툰데 생선회를 뜰 줄 아는 요리사 같았다.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고 그녀는 달팽이관을 찢을 기세로 소리를 질렀다. 절정에 다다르자 그녀는 엄지발가락을 꽉 움켜쥐고 다리를 꼬아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그 울림이 음경까지 전해졌다. 둘 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자취방 창문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우리가 뱉어낸 이산화탄소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우리는 이불을 덮고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한 번 더 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4개월 정도 만났다. 생애 최고의 섹스. 정답은 앤써에 있었다. -섹스답정너(33세,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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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소영
  • 사진 Tensing Kramer / Trunk Archive / www.snapper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