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절교하는 법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쏟아내는 고민을 들어주느라 번번이 밤을 지새우고, 자신의 주장만 바득바득 내세우는 대화에 진이 빠질 뿐 아니라 가끔 당신의 자존심을 깎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고? ‘그래도 친구니까’라며 애써 버티고 있다면 이제 그만하자. 보면 속 아픈 누군가의 SNS 계정을 차단하듯 친구 관계에서도 ‘꺼두기’ 기능을 잠시 활성화할 때다. ::절친, 절교, 베스트프랜드, 친구, SNS, 차단, 관계정리,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만날까, 말까?

연인 사이의 이야기냐고? 아니다. 이런 갈등은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로 코스모폴리탄 웹사이트의 블라인드 게시판 ‘오지랖 상담소’에는 친구와 관계를 끊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연이 꾸준히 올라왔는데, 읽으면서 정말로 친구와의 ‘관계 단절’이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같은 업계 친구 A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이랬다. “10년 지기 친구가 있는데 그만 만나려고. 번번이 나를 무시해. 메뉴 선정부터 여행 약속까지 모든 의사 결정권은 걔한테 있고, 자신이 필요할 때면 득달같이 나를 찾으면서 내 전화는 받지도 않을 때가 많아. 그러면서 내가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또 얼마나 화를 낸다고. 이럴 바엔 안 만날래.” A가 소위 말해 ‘절교’의 원인으로 든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일이 누적돼 눈덩이처럼 문제가 불어난 경우, 그리고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친구의 배려 없는 폭언에 시달리는 경우까지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는 무수하다. 이는 남녀 관계에서 비롯되는 힘든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남녀 관계의 맺고 끊음과 이별에 대한 고민은 공론화됐지만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와해와 이별에 대한 고민은 그렇지 않다. 속된 말로 남자는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친구 관계에선 그게 더 힘겹고 복잡한 일인데도 말이다.

<생생 심리학>의 저자 이소라 작가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은 학창 시절 그리고 20~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40~50대, 즉 상대적으로 관계에 능숙하고 여유로워질 것 같은 연령대까지 폭넓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친구는 고도화된 인간관계죠. 재테크처럼 친구 관계에도 ‘우테크’란 게 있어요. 관계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친구니까 이해해줄 거야’, ‘내가 걔 오래 봐서 잘 아는데 그 친구는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해’라고 추측과 단정을 하며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둘이 쌓아온 시간을 지나치게 믿는 건 관계를 망치는 요인이 돼요.” 미국의 리서치 회사 가트너에서 결혼 초년부터 1~30년 차 부부들을 대상으로 ‘상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결혼 연차가 높을수록 상대에 대한 공감도와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예측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라 작가는 친구 관계에서도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남녀 관계처럼 친구와의 관계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이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에 간극을 만들고 관계를 포기하게 하는 거죠.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당신이 변화하는 것처럼 친구도 가치관과 성격이 바뀔 수 있어요. 그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별해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해도 괜찮은 걸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인 유은정 정신과 전문의는 ‘나에게 상처주는 관계로부터 나를 보호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기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늘 고민과 상처에 시달리는 친구를 위로해주다 자신마저 지쳐 상담을 받으러 온 환자의 사례를 들며 “친구의 고민을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는 ‘구원 판타지’에 시달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은정 전문의는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그 어떤 관계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꼬집으며 ‘희생’이 요구된다 싶은 관계는 과감히 끊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친구와의 관계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집착하는 ‘양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 친구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 친구가 매일같이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털어놓는 바람에 한쪽이 ‘감정 쓰레기통’이 돼버린 경우 등 친구와의 이별이 오히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사람마다 관계의 질과 그 성격이 다른 만큼 ‘이럴 땐 친구와 이별해도 돼’라고 유형을 나누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이드라인, 즉 ‘상대가 내 기대를 저버렸을 때 나는 어느 선까지 그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마인드 세팅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람마다 문제를 받아들이고 또 견디는 역치는 모두 달라요. 누구나 ‘별로’라고 말하는 친구의 행동이 자신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죠. 자신이 상처받지 않을, 즉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그 지점을 반복적으로 벗어났을 땐 친구와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돼요”라고 이소라 작가는 말한다.


친구와 거리 두기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처럼 간단하게 친구를 ‘차단’하고 ‘수신 거부’를 할 수 있다면 사실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프라인에서 친구와 순식간에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친구와 동시에 속해 있는 수많은 관계의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 또한 물리적으로도 친구와 척지고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어렵다. 친구와 이별했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경험을 가진 B의 이야기다. “친구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멀어졌어요. 그렇게 관계를 끊은 지 3년이 지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죠. 그 시간 동안 여러 경험을 통해 제 관점이나 생각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친구를 이해하게 됐거든요.” 그녀의 사연처럼 친구와 등 돌리고 살다 다시금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와 아예 ‘관계를 끊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계를 끊을지 말지 단번에 결정하지 말고 우선 시간을 가지라는 것. 이소라 작가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멀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친구가 정 보기 불편하다면 관계를 끊어도 괜찮다. 하지만 영원한 안녕을 고하기보다는 ‘내가 이 친구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정도로 기한을 정해두자. 그 시간이 짧을지 혹은 아주 길지는 알 수 없다. 의외로 아주 작은 일이 계기가 되어 그 간극을 좁혀줄지도 모를 일이다.



쏟아내는 고민을 들어주느라 번번이 밤을 지새우고, 자신의 주장만 바득바득 내세우는 대화에 진이 빠질 뿐 아니라 가끔 당신의 자존심을 깎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고? ‘그래도 친구니까’라며 애써 버티고 있다면 이제 그만하자. 보면 속 아픈 누군가의 SNS 계정을 차단하듯 친구 관계에서도 ‘꺼두기’ 기능을 잠시 활성화할 때다. ::절친, 절교, 베스트프랜드, 친구, SNS, 차단, 관계정리,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