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게 빈둥빈둥
섹시한 19금 웹툰으로 우리에게 쇼킹하게 다가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만화가 메가쑈킹 고필헌을 제주에서 만났다. 그의 새로운 놀이터인 제주도 ‘쫄깃센타’에서 함께 빈둥거린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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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 앞바다에서 만난 메가쑈킹
비가 주룩주룩 제법 내리던 제주도의 오후. 인터뷰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네! 쫄깃센탑니다!” 너무 유쾌하고 당찬 목소리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힘차게 반기는 안내 목소리 덕분에 그를 찾아가는 길의 우울했던 빗줄기는 활기차고 시원한 빗줄기로 바뀌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익살스러운 고래가 그려진 하얀 건물 ‘쫄깃센타’에 도착했다.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6명의 사람이 거실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빈둥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창밖을 보며 책을 읽는 남자, 책장을 벗 삼아 곤히 잠들어 있는 한 여자, 테이블에서 매니큐어를 바르며 수다를 떠는 3명의 여자, 그리고 그 옆에 메가쑈킹 고필헌이 있었다. 편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수더분하게 자란 턱수염이 꽤 장난기 넘쳐 보이는 그는 “오셨어요? 어색해하지 말고 앉으세요”라며 옆에 있는 의자를 톡톡 쳤다. “어제 왔으면 날씨가 좋아 사진이 잘 나왔을 텐데, 오늘은 비가 와서 날이 흐려요. 제주도의 날씨는 대부분 이렇지만요”라며 아쉬워하는 그는 창밖 너머 방파제를 가리켰다. “저기가 ‘생지옥’인데요, 생각을 지우는 옥빛 바다예요. 나쁜 생각을 지우개처럼 지우고 싶을 때 자주 가는 곳이죠. 날씨가 좋으면 정말 예쁜데….” 그의 얼굴을 보니 육지에서 온 사람에게 우리 동네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쫄깃센타가 있는 협재리는 제주 북서쪽에 위치한 해안가 동네다. 제주 동쪽의 성산일출봉이 ‘일출의 명소’라면 이곳 협재리는 ‘낙조의 명소’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거뭇거뭇한 현무암과 어우러진 에메랄드빛 바다는 수심이 낮아 제주도에서 꼭 가봐야 할 해변으로도 꼽힌다. 게스트하우스 쫄깃센타의 뻥 뚫린 통창 너머로 협재리 바다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앞에 두고 누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싶겠는가? 그래서인지 메가쑈킹과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5명의 게스트는 여전히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 인터뷰하느라 진지해진 메가쑈킹을 놀리는 쫄깃센타 스태프가 있긴 했지만.

최마담네 빵다방 제주도의 전통 돌집을 개조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 따뜻해 보이는 외관이 제주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옥수수생크림머핀, 바나나빵 등 소박하지만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수제빵이 이 집의 인기 메뉴. 커피와 함께 나오는 후추쿠키도 꼭 맛보길 권한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417, 064-796-6872.
8명의 쫄패와 함께 만든 ‘쫄깃센타’
메가쑈킹은 웹툰 1세대라 불릴 정도로 재미있는 인기 작품과 많은 팬을 보유한 웹툰 작가다. 만화가라는 직업 특성상 그는 도시에 살며 여느 작가들처럼 늘 마감에 허덕이는 생활을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던 그가 지금은 유쾌한 낮술쟁이가 된 이유도 빡빡한 서울 생활을 조금씩 정리하고 여유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사람과 일상에 치인 마음을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치유하고 싶었고, 더 ‘골 때리게’ 노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위치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 해안 마을 협재리를 선택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냥 경치 좋은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나 하며 놀자”라며 뱉은 한마디가 그 시작이었다. 술자리에서 오고 간 ‘빈말’을 ‘진짜’로 추진한 8명의 친구는 ‘쫄깃패밀리’, 일명 ‘쫄패’다. 장난기 가득한 쫄패들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자는 말이 나온 이후 거진 반년 동안 제주도의 부동산을 알아보고, 집을 얻고, 인테리어를 하고, 소품을 하나씩 모아 지금의 쫄깃센타를 완성했다. “쫄깃센타를 처음 만들 때 가장 힘쓴 멤버는 저와 제 동생, 그리고 만화가 후배 브루스예요. 제가 일을 저지르면 수습해주는 착한 동생들이죠.” 그의 친동생인 고원형은 “형이 싼 똥을 자기가 다 치운다”면서 투덜대지만 여전히 그의 듬직한 조력자다. 사실 쫄깃센타는 더 빨리 오픈할 수도 있었지만, 건축과 관련된 일로 돈장난을 치려던 사람이 있어 문을 열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단다. 작은 사건 이후, 메가쑈킹은 정말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 쫄깃센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같이했다. 급할 것도 없고, 시간에 쫓기는 것은 질색인 그였던지라 게스트하우스 건립은 그저 재미있는 일로만 느껴졌다고 한다. 제주도와 부산의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어보기도 하고, 바다에서 생각 없이 놀고 올레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하며 그렇게 게스트하우스 쫄깃센타는 이름처럼 쫄깃쫄깃한 시간을 지나 완성됐다. 현재 메가쑈킹을 포함한 8명의 쫄패는 최근 홍대 부근에 오픈한 쫄깃센타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인 쫄깃센타를 오가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오긴 하지만 말이다.

카페 그곶 쫄깃센타에서 ‘눈이 맞은’ 두 남녀가 함께 차린 빈티지 카페. 자주색의 예쁜 벽돌 외관이 멋진 ‘카페 그곶’에는 낮술을 좋아하는 메가쑈킹이 에일맥주를 마시러 자주 간다고. 햇빛이 잘 들어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쫄깃센터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길 65, 070-4128-1414.
제대로 빈둥대는 일상
메가쑈킹은 협재리에서 먼 곳은 잘 가지 않는다. 특히 비 오는 날엔 집에서 나가기 싫어한다. 그저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 낮술 한잔하고 해안가를 걸어오면서 술을 깨는 것이 재미있다는 그다. 이런 그가 어슬렁거리며 맥주를 마시러 가는 집이 있는데, ‘카페 그곶’이다. 카페 그곶의 주인장은 3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커플이다. “이 친구들은 제주도 여행 중 쫄깃센타에서 묵다가 서로 눈이 맞았죠. 그러더니 제주도에 카페를 차렸더라고요.” 삼청동에서 커피 전문점을 하던 남자와 패션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여자가 만든 카페 그곶은 여기저기에서 주워온 테이블과 의자로 꾸며졌는데, 그들의 화끈한 추진력이 느껴지듯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쫄깃센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최마담네 빵다방’ 역시 제주도를 여행하며 쫄깃센타에서 머무른 게스트가 2년 전에 오픈한 곳이다. 서울에서 영화 마케팅 일을 하는 틈틈이 베이킹을 공부한 이곳 주인장은 유명한 셰프에게서 전수받은 베이킹 비법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담아 순수한 빵다방을 열었다. 제주도의 투명한 바다처럼 담백한 맛이 일품인 이 집 빵은 서울에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쫄깃센타와도 가까워 메가쑈킹이 게스트들과 함께 가끔 방문하는 곳이다. 메가쑈킹의 만화를 보면 유독 자전거 타는 이야기와 걷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요즘 그가 꽂힌 코스는 ‘명월성’과 ‘명월리’다. “자전거를 타고 성곽이 있는 명월성에 올라 한림읍을 한눈에 내려다보노라면 양반이 된 느낌이에요. 마음속으로 시라도 한 수 읊을 때면 기분이 좋아요. 명월성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명월리의 팽나무 마을이 있는데,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예요. ‘제주도의 나무’ 하면 흔히들 야자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팽나무가 더 많아요. 근데 너무 재미있고 멋지게 생기지 않았어요?” 메가쑈킹 고필헌의 말투에선 팽나무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요즘 그가 제주도에서 가장 즐겨 하는 것은 낮술. 이제 밤 새워 술 먹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낮술이 좋아졌다는 그가 자주 가는 곳은 금능포구횟집과 만민식당, 중문 어촌계 해녀의 집이다. ‘금능포구횟집’은 쫄깃센타에서 해안길을 따라 쭉 걸으면 나오는데, 포구 앞에 고기잡이배가 늘어서 있어 낭만적인 바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 소주에 쥐치물회와 우럭찜를 먹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며 눈을 지그시 감는 메가쑈킹. 쫄깃센타와 거리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소주 한잔하고 싶을 때 게스트나 일하는 사람들과 같이 자주 들른다고 한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은 ‘만민식당’이다. 13년 된 만민식당은 제주도 현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이곳에 가면 메가쑈킹의 사인을 볼 수 있다. “아, 이런 거 너무 쑥스러운데 이 집 따님이 제 팬이라고 해서요…”라며 얼굴을 붉히는 그는 이곳에서 해물전골을 즐겨 먹는다. 물론 소주가 빠질 순 없다. 예전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제주에 내려와서는 나른한 낮술의 재미를 놓칠 수 없다는 그다.
멀리 나가기 싫어하는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중문 어촌계 해녀의 집’이다. 제주의 남쪽인 중문에 있는 이 집은 낮술이 정말 당길 때 가끔 가는 곳이란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가야 하지만 해녀들이 직접 따온 신선한 해산물 모둠과 진한 전복죽을 먹으며 태평양을 향해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으면, 소주를 안 마시려야 안 마실 수가 없단다. 해녀의 집에서 낮술을 하고 천제연폭포를 산책하면 숲 속의 피톤치드 덕에 깔끔하게 숙취를 해소하고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쇼킹한 낮술 라이프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어서 그는 제주의 심야식당도 소개했다. “서울의 순댓국처럼 제주도 사람들은 항상 고기국수를 즐겨 먹어요. 저도 제주도 사람이 다 되었는지 주기적으로 고기국수를 먹으러 한림리의 ‘비타민 국수’에 가죠.” 제주에 내려온 지 4년밖에 안 되지만 제주에 흠뻑 동화된 메가쑈킹. “저도 앞으로 제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면 추진하려고요”라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쫄깃센타에서 ‘뭐 재미있는 일 없나?’ 하며 빈둥대는 중이다.
메가쑈킹의 낮술 가이드
쫄깃센타에서 빈둥거리는 메가쑈킹에게 ‘낮술’은 놓치고 싶지 않은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가 육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낮술하기 좋은 장소’. 제주도인 만큼 안주는 해산물이다.
술잔을 부르는 깊은 국물 맛 <만민식당>
제주도민들이 자주 가는 해물 요리 전문점. 올해로 13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만민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새우와 오분자기, 홍합, 게, 조개가 한가득인 해물전골과 전복뚝배기다. 한 명이라면 전복뚝배기를, 여러 명이라면 푸짐한 해물전골을 추천한다.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난 천연 재료의 국물 맛을 한번 맛보면 술이 술술술 들어갈 것이다.
메뉴 전복뚝배기 8천원, 해물전골·갈치구이 3만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8시(둘째·넷째 주 화요일 휴무)
위치 제주시 한림읍 한림중앙로 53 문의 064-796-4473
얼음 동동 띄운 물회로 더위를 식히고 싶을 때 <금능포구횟집>
제주도에서 물회로 유명한 집. 정갈한 집 반찬과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물회에 밥 한 공기 뚝딱하기에도 그만이고, 반주를 하기에도 좋다. 포구로 들어온 싱싱한 회의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찾아오는 길에 간판이 없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주황색 건물을 확인하시길. 그날의 식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방문하기 전에 문의는 필수다.
메뉴 한치물회·쥐치물회·해삼물회 1만2천원, 우럭조림 3만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위치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1494-6 문의 064-796-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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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윤다랑 <br />Photographer 길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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