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산에 오르면 취향이 보입니다, 모델 유고부터 엄지동산까지! 등산 리뷰

걷는 속도부터 정상에서 먹는 것, 함께 걷고 싶은 사람과 산에서 입는 옷까지. 네 사람의 서로 다른 하이킹 취향을 따라가 봤다.

프로필 by 김성재 2026.10.08
「

Model - 자기

」
카무플라주 플리스 하프넥 24만원, 와플 후드 티셔츠 16만8천원, 커브드 카고 팬츠 24만원 모두 Helinox Wear. 가방에 건 스카프 가격미정 Hermès. 백팩 16만9천원 The North Face. 트레킹화 21만8천원 Timberland.

카무플라주 플리스 하프넥 24만원, 와플 후드 티셔츠 16만8천원, 커브드 카고 팬츠 24만원 모두 Helinox Wear. 가방에 건 스카프 가격미정 Hermès. 백팩 16만9천원 The North Face. 트레킹화 21만8천원 Timberland.


“저에게 산은 가장 확실한 기분 전환이에요. 시야가 탁 트이면 마음도 같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기분 좋게 산을 오르려면 배부터 채워야 해서 아침은 딱 80% 정도만 먹어요. 탄수화물과 단백질, 당분을 적당히 챙겨 먹어야 중간에 기운이 빠지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산을 오르다 보면 머릿속이 하나씩 비워지기 시작해요.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나 지나간 일들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되죠. 등반할 때 무작정 몰아붙이지는 않고 힘들면 그냥 “좀 쉬자” 하면서 중간에 쉬기도 합니다. 쉬엄쉬엄 걷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건 풍경도, 카메라도 아닌 바나나예요.(웃음) 그래서 제 등산 국룰 간식도 자연스럽게 바나나와 계란이고요. 먹는 것만큼 같이 걷는 사람도 중요한데, 저보다 체력이 좋거나 자주 쉬지 않고 쭉쭉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등산 메이트예요. 그런 사람과 지금 당장 산에 갈 수 있다면 중국 티베트 알리 지역의 카일라스산, 강린포체를 선택할 것 같아요. 제가 본 산 중 외관이 가장 독특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지혜로운 어르신이 가만히 지켜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들거든요. 아직 누구도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특별하고요. 이렇게 특별한 풍경 속에 들어갈 때는 옷도 평소보다 과감해져요. 산에서는 쨍하고 알록달록한 컬러를 입어야 눈에 확 띄고 사진도 훨씬 예쁘게 나오거든요. 여기에 꼭 챙기는 아이템이 하나 더 있다면 버프예요. 목에 두르면 스카프가 되고, 헤어밴드나 머리끈, 슬리브로 활용할 수도 있어서 하나만 챙겨도 몇 가지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등산 아이템도 역시 버프예요.(웃음)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경치를 보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시간이 쌓이면서 등산은 자연스럽게 제게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됐어요.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고 마음도 한결 넓어지는 건 물론, 빠르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면서 잊고 있던 여유도 되찾게 됐고요.”



「

Painter & Engineer - 신우재 & 문지원 커플

」
(신우재)경량 윈드셸 재킷 21만9천원, 쿨웨이브 7부 팬츠 12만9천원 모두 Sierra Designs. 반다나 가격미정 Hermès. 양말 에디터 소장품. (문지원)썸머문 썬 후드 재킷 21만9천원 Sierra Designs. 티셔츠 9만9천원 Fjällräven. 파라슈트 팬츠 17만원 Salomon.

(신우재)경량 윈드셸 재킷 21만9천원, 쿨웨이브 7부 팬츠 12만9천원 모두 Sierra Designs. 반다나 가격미정 Hermès. 양말 에디터 소장품. (문지원)썸머문 썬 후드 재킷 21만9천원 Sierra Designs. 티셔츠 9만9천원 Fjällräven. 파라슈트 팬츠 17만원 Salomon.


“우리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산으로 향해요. 평소에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산에서는 걷고 숨 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이 단순해지거든요. 다녀오고 나면 몸은 피곤해도 머리는 오히려 한결 가벼워지고요. 산에 가는 날에는 아침을 가볍게 먹고 물과 간식을 챙긴 뒤 날씨와 코스도 한 번 더 확인해요. 준비는 꽤 꼼꼼하게 하지만 막상 산길을 걷기 시작하면 둘 다 말수가 줄어요. “저기까지만 가보자”, “조금만 천천히 걷자” 정도만 주고받으면서 지금 걷는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힘들 때도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 눈앞의 계단이나 나무처럼 작은 목표를 하나씩 정해요. 그렇게 “조금만 더 가보자” 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멀리 와 있더라고요. 정상에 도착하면 풍경부터 한참 바라봐요. 숨을 돌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뒤 사진도 남기고, 직접 만든 김밥이나 주먹밥과 챙겨온 제철 과일을 꺼내 먹죠. 함께 산을 다니다 보니 등산 메이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속도를 맞춰주는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 것보다 같이 걷는 시간이 즐거운 게 더 중요하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함께 멈춰 서서 볼 수 있는 것이 좋거든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인왕산이에요. 큰 준비 없이 가볍게 오를 수 있고 접근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산과 서촌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하산 후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면 반나절짜리 작은 여행이 완성되고요. 산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만큼 전형적인 등산복보다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골라요. 전체적인 컬러와 실루엣의 조화를 중요하게 보고 모자나 선글라스, 양말 같은 작은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더하죠. 각각의 아이템이 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좋지만, 선명한 컬러의 아우터나 선글라스, 스카프처럼 한 군데쯤 작은 킥은 꼭 필요해요. 최근에는 시에라디자인 바람막이와 헬리녹스 가방을 가장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요. 무엇보다 둘 다 전형적인 등산 아이템처럼 보이지 않아 일상에서도 자주 활용하고요. 함께 산을 다니는 시간이 쌓이면서 끈기와 인내심도 좀 더 생겼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한 걸음씩 계속 걷다 보면 결국 정상에 도착하잖아요. 그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생각보다 나는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고, 몸은 지쳐도 마음은 오히려 좀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

Hiking Youtuber - 이아정(엄지동산)

」
고어텍스 윈드스토퍼 재킷 32만원 Salomon. 하이 코스트 반팔 티셔츠 8만9천원 Fjällräven. 팬츠 30만원대 And Wander. 웨이스트 백 10만원대 Arc’teryx. 크로스 백 에디터 소장품.

고어텍스 윈드스토퍼 재킷 32만원 Salomon. 하이 코스트 반팔 티셔츠 8만9천원 Fjällräven. 팬츠 30만원대 And Wander. 웨이스트 백 10만원대 Arc’teryx. 크로스 백 에디터 소장품.


“산에 가면 도시에서 복잡했던 머리가 단순해져요. 심각했던 일도, 행복했던 일도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더라고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좋아서 산에 오릅니다. 그렇다고 산에 가는 날까지 마냥 심오한 건 아니에요. 맛있는 드립 커피를 챙기고 산 근처 맛집을 찾아보는 게 저만의 루틴이라, 막상 산을 오를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려가서 뭐 먹지?’예요.(웃음) 그래도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는 않아요. “참아. 견뎌. 버텨. 이겨내”를 되뇌며 끝까지 올라가죠. 그렇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의외로 바로 하산 준비부터 해요. 대신 산에서 누리는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서 연희동 ‘소모’ 커피와 연남동 ‘비스퀴테리산’의 쿠키를 자주 챙겨 가요. 함께 산에 갈 사람에게 바라는 조건도 복잡하지 않아요. 이 모든 과정을 버텨낼 정신력이면 충분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은 가리왕산이에요. 해발 1561m로 국내 산 중 백패킹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요. 특히 이끼가 정말 아름답고, 정상에서 마주했던 운해는 눈물이 날 만큼 좋았어요. 이렇게 자연의 온갖 색은 좋아하면서 정작 제 옷에는 색이 없어요. 원래 옷 고르는 시간을 줄이려고 검정만 입기 시작했는데 그 취향이 등산 룩까지 이어졌거든요. 그렇게 지금은 ‘인간 까마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등산 드레스 코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ABA(All Black, Always)’. 제가 만든 말이에요.(웃음) 옷은 한결같이 검정을 고집하지만 장비는 그때그때 필요한 걸 꽤 실용적으로 챙기는 편이에요. 최근에 산 히트잇 모기 물림 치료기는 가장 만족스러운 등산템이에요. 여름에도 산을 타고 밖에서 자는 저에게 모기는 최악의 파트너거든요. 열을 이용해 모기 물린 부위의 가려움을 완화하는 제품인데, 스마트폰에 연결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USB만큼 작고 가벼워 산에 갈 때 챙기기 좋아요. 이렇게 산에서는 작은 물건 하나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성격에도 그 습관이 스며든 것 같아요. 자연에서는 부족한 것을 바로 채울 수 없으니 필요한 장비를 하나하나 신중하게 챙기게 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예전보다 좀 더 차분해졌거든요. 전에는 눈앞의 나무만 봤다면 이제는 한 번 더 숲 전체를 생각하고 움직여요.”



「

model - 유고

」
패딩 베스트 3백9만원, 윈드브레이커 2백19만원, 니트 톱 1백75만원 모두 Moncler. 트레킹 팬츠 가격미정 C.P. Company. 선글라스 40만원 Maui Jim by Kering Eyewear. 백팩 45만원대 Pa’lante. 하이킹 슈즈 29만9천원 The North Face. 트레킹 폴 가격미정 Montbell. 귀고리 에디터 소장품.

패딩 베스트 3백9만원, 윈드브레이커 2백19만원, 니트 톱 1백75만원 모두 Moncler. 트레킹 팬츠 가격미정 C.P. Company. 선글라스 40만원 Maui Jim by Kering Eyewear. 백팩 45만원대 Pa’lante. 하이킹 슈즈 29만9천원 The North Face. 트레킹 폴 가격미정 Montbell. 귀고리 에디터 소장품.


“제 속을 제대로 마주보고 싶은 순간에 산을 찾아요. 산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아직 등산 초보라 거창한 루틴까지 생기지는 않았지만 굳이 하나 꼽자면, 산에 가기 전날 평소보다 밥을 조금 덜 먹는 편이에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 산을 오르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기대하면서도 계속 안전을 생각해요. 설레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무사히 다녀오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무리해서 오르기보다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요. 그렇게 제 속도로 한 걸음씩 걷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밥 먹기예요.(웃음) 특히 시오 오니기리, 소금 주먹밥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심플한 음식인데도 산에서 먹으면 이상하게 훨씬 맛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산을 찾지만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말이 많지 않고 생명에게 다정한 사람이 좋아요. 계속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같이 걷는 동안 편안한 사람이면 충분하거든요. 그런 편안함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은 일본 시마네현의 산베산이에요. 제 인생에서 처음 오른 산이기도 하고,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추억이 있어 특별해요. 산에 얽힌 기억만큼 등산할 때 입는 옷에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원래 컬러가 많이 들어간 룩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산에서는 선명한 색을 과감하게 입게 되거든요. 자연 속에서는 그런 컬러를 입는 재미가 있어요. 물론 아무리 마음에 드는 옷이라도 등산복으로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어서 기능성과 패션의 비율은 정확히 반반을 추구해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싫거든요. 그런 기준으로 요즘 가장 만족스럽게 입는 건 골드윈의 윈드셸이에요. 이렇게 좋아하는 옷을 입고 제 속도대로 산길을 걷다 보니 요즘은 ‘한 걸음’의 중요성도 자주 생각하게 돼요. 아무리 멀리 있는 정상도 결국 한 걸음씩 내디뎌야 가까워지잖아요.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말을 산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조금씩 믿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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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혜미·김성재
  • 포토그래퍼 전준범
  • 모델 자기·신우재·문지원·이아정·유고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곽한빈
  • 어시스턴트 이소혜·정주연
  • 아트 디자이너 안영은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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