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올 뷰티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와의 인터뷰
디올에서의 10년, 패션과 뷰티가 교차하는 순간,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정의까지. 피터 필립스와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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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디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
크리스챤 디올 뷰티에서 일한 지 10년이에요. 당신의 비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제 비전은 전 세계 어디서나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완성해줄 제품을 만드는 거예요. 꼭 한 번 사용해보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죠. 뷰티에 대한 제 철학이고 디올에 합류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다만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작업하는 스타일이나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있었죠.
크리스챤 디올 뷰티는 패션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해요. 패션 요소를 뷰티로 확장하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디올은 본래 패션 하우스로 시작한 럭셔리 브랜드지만 시간이 흐르며 고품질의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제품을 통해 뷰티 브랜드로서도 강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어요. 패션 하우스와의 연결성은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이 되죠. 그 원천은 디올 아카이브나 런웨이 컬렉션에서 얻을 수도 있고,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해요. 전 세계 각 지역 팀의 피드백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크리스챤 디올의 뷰티는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패션 하우스의 정신과 유산을 담아낸 결과물로 패션과 뷰티의 경계를 허물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 때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디올에 처음 합류했을 때만 해도 컬러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어요. 꽃과 꽃잎, 부케와 같은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고요. 그런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뷰티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단순히 트렌드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의 기대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담아내는 과정이랄까요. 루즈 디올 라인을 예로 들면 이제는 누드 톤과 내추럴 컬러, 그리고 케어 성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대부분의 컬렉션은 출시 1년 반 전에 제작이 시작되고 각 지역 팀과 연구소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조금씩 조정해나갑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쿠튀르 드레스 제작 과정과도 비슷해요. 드레스 스케치가 정해지면 고객의 요청에 따라 길이나 디테일을 조정해나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컬렉션이 완성되면 대량생산이 가능한 컬러와 포뮬러를 개발하고, 캠페인 촬영도 함께 진행돼요.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컬렉션은 이렇게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어요.
‘어딕트 립 글로우’를 리뉴얼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전까지 쿨톤으로만 발색되던 형광 화합물인 에오신을 웜톤으로 컬러 반응이 올라올 수 있도록 포뮬러를 리뉴얼했어요. 컬러뿐만아니라 여러 가지 특성을 강화했는데, 기존의 풍부한 자연 유래 성분에 체리 오일을 추가해 기존보다 더욱 오랫동안 보습감이 유지돼요. 지속력과 케어 효과를 강화하면서도 컬러 표현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개선한 게 이번 리뉴얼의 핵심이에요. 또 패키지 디자인도 핑크색 오블리크 장식을 실버 컬러로 리뉴얼했죠.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074 젤리 5만원대 Dior Beauty.
그렇다면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의 19가지 색상 중 당신이 추천하는 컬러도 궁금해요.
#074 젤리 컬러요. 한국에서 출시 요청이 많았던 쿨한 로지 라즈베리 컬러로 입술에 발라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요. 푸른빛이 감도는 #078 아이시 블루와 여름 감성이 가득한 #023 시트러스도 코스모 독자들에게 지면을 통해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신제품 쿠션의 ‘하이드라’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기존 쿠션 제품들과 달리 메시 타입을 선택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수분감과 광채 표현에 집중했어요. 히알루론산이 함유된 스킨케어 포뮬러를 메시 망에 담아 균일한 발림성과 커버력을 잡았죠. 메시 텐션 기술을 적용해 마지막까지 균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또 메시 망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해 더 촉촉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죠.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살 수 없다면 아이라이너를 사세요”라고 이야기한 걸 봤어요. 이러한 이념이 크리스챤 디올 뷰티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었는지 궁금해요.
디올의 쿠튀르 정신을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코트나 드레스가 아닌 뷰티 제품일지도 모르겠어요. 뷰티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요. 누구나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브랜드의 오트 쿠튀르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여성이 패션 트렌드를 따르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2025년 새로워진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오트 쿠튀르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단순히 아름다운 패키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감, 사용감, 발림성 그리고 향까지도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이어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야 쿠튀르 하우스의 한 조각을 소유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디올이 지켜야 할 가치이자 우리가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 원칙이에요.
커리어 초반 여성 잡지 에서 일반인 메이크오버 작업을 오랫동안 했었다고요. 이러한 경험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메이크업 트렌드를 구상할 때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해요.
메이크오버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피부 고민과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어요. 메이크업이 자신감을 되찾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단순히 멋진 메이크업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화가인 아버지와 보낸 유년 시절이 뷰티와 예술을 융합하는 당신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버지의 그림을 보며 예술을 신비로운 분야로 여기게 됐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어요. 이후 미술 학교를 다니면서 색감에 대한 감각을 더욱 키워나갔죠. 특히 피부 톤을 표현하는 화법에 관심이 많았는데, 분홍빛과 푸른빛, 보랏빛처럼 다양한 색을 섞어 피부 톤을 표현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 또 거친 붓질이 특징인 루치안 프로이트의 그림도 자주 감상하는데 두꺼운 질감 속에서 숨겨진 색조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디올 포에버 쿠션 케이스 – 핑크 바이닐 까나쥬(리미티드) 4만1천원대 Dior Beauty.
실제 피부 톤을 표현할 때도 미세한 푸른색, 녹색, 분홍색 같은 디테일을 신경 쓰나요?
그림을 보다 보면 아주 작은 붓 터치 하나에서도 숨겨진 색조가 보이잖아요.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의 작품을 보면 작은 디테일이 그림 곳곳에 숨어 있어요.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구석구석에 다양한 장면이 펼쳐져 있죠. 메이크업도 마찬가지예요. 단순히 한 가지 색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뉘앙스를 찾아내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달까요.
그래픽디자인과 패션을 전공한 후 메이크업으로 전향했어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의 경험이 현재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나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전체적인 비주얼 요소를 조율해야 하는 데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은 메이크업 스타일뿐만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도와줬죠. 거기에 패션을 이해하고 있으면 전체적인 룩과 조화를 고려하며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어요.
뷰티업계에서 오랜 시간 종사해온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뷰티 시대는 언제인지도 궁금해요.
제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절이자 제 취향이 형성된 1980년대가 아닐까요. 당시 MTV가 등장하면서 뮤직비디오를 통해 새로운 뷰티 스타일을 접할 수 있었고, TV에서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흑백영화가 자주 방영됐어요. 덕분에 최신 스타일과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죠. 또 지금처럼 디지털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온전히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어요. 1980년대는 제게 음악, 패션, 영화, 예술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균형 있게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그 시대의 감성이 지금도 제 창작 과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요즘 MZ세대는 메이크업을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죠. 이런 트렌드 속에서 크리스챤 디올 뷰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요?
크리스챤 디올 뷰티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원하고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을 가장 높은 품질로 선보이는 거죠. "이게 다음 트렌드가 될 거야"라고 단정 짓지 않고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입소문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피드백에 집중해 다음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뉴얼 출시된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와 새롭게 선보이는 디올 포에버 쿠션 케이스 2종 및 디올 포에버 하이드라 글로우 메쉬 쿠션.
Credit
- Editor 조해리
- Photo By Parfums Christian Dior
- Art Designer 유경미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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