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초콜릿이 비트코인보다 수익률 높은 이유
밸런타인데이의 주인공이자 도파민과 유사한 작용을 하고, 오래전 '신들의 음식'으로 불린, 초콜릿의 무한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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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원산지는 중미다. 고온 다습한 곳에서 연중 기온이 27℃ 이상,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상이어야 카카오 나무가 잘 자란다. 이 조건이 맞는 지역은 적도를 사이에 두고 남북 위도 20도 이내밖에 되지 않는데 해당 지역이 중남미, 서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정도다. 커피 원두가 대체로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로나뉘듯이 카카오도 크리올로(Criollo), 포라스테로(Forastero), 트리니타리오(Trinitario) 종류로 크게 나뉜다. 카카오에서 아라비카와 같이 고급을 담당하는 종이 크리올로다. 쓰고 번식력이 강한 로부스타의 자리는 포라스테로가 차지하고 있다. 이 크리올로는 마야·아즈텍족이 먹었던 태초의 카카오였다. 그 당시 초콜릿을 먹는 방법은 현대와 많이 달랐다. 우선 카카오 원두를 발효하고 말린 다음 으깼다. 여기에 취향에 맞춰 고추나 향신료를 섞어서 먹었는데 보통 차가운 음료로 만들어 마셨다. 그런데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이 음료는 너무 썼다. 그래서 그들은 16세기에 막 생산되기 시작한 설탕을 타서 뜨겁게 마셨다. 카카오는 스페인 지배와 함께 점차 대중화됐다. 본래 왕을 포함한 상류층만 소비하던 카카오가 대중에게까지 널리 퍼진 것. 아프리카 본토인 가나에서 재배가 시작된 것은 1879년인데, 스위스에서 처음 밀크 초콜릿이 개발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쓴맛이 강한 포라스테로종은 우유와 만났을 때 개성 있는 맛이 된다. 초콜릿을 만들 때 흔히 설탕과 우유를 섞는 이유는 단순하다. 초콜릿에 빠진 맛이 단맛 정도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타난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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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음식이다. 그 향을 구성하는 분자만 해도 600가지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콜릿은 특정한 하나의 풍미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풍미를 담고 있는 어떤 존재이자 틀이다. 마치 온갖 색깔을 섞어 만든 풍미 상자에서 나온 결과물이 이 갈색 맛이라는 것이다. 생두는 초콜릿에 떫고 쓴맛을 더하고, 발효 과정에서 과육은 청주나 셰리와 비슷한 시큼하고 알코올스러운 풍미를 제공하다가 마침내 식초로 변한다. 이 식초는 콩 내부의 세포들을 자극해 감칠맛이 나는 농축 화합물과 블루치즈 같은 버터 풍미를 만들어내는 효소 반응을 일으킨다. 건조 과정에서는 건포도처럼 변화하고, 이후 굽는 과정에서 견과류, 고급 육류, 커피, 캐러멜과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 달콤함과 짭짤함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을 위해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초콜릿이 처음 유럽에 소개된 이후 그 역사는 초콜릿에 부족한 맛을 더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19세기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이뤄지며 초콜릿은 지금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카카오, 초콜릿이 되다
우유로 초콜릿의 쓴맛을 정제했고 코코아 함량을 줄여 원가도 낮췄다.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콜릿은 미국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카오 재배와 수확, 그리고 건조와 발효 과정은 산지에서 농부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종자 개량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카카오는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섬세한 작물이다. 그 때문에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초콜릿 가격은 변동이 심하고 생산과 가공이 나라별로 분리돼 있으며, 대양을 몇 번씩 건너는 그 공정은 어지러울 만큼 복잡하다. 사람 손에 100% 의지하는 원초적인 카카오 농사와 정반대로 최첨단 초콜릿 공장의 간극만큼 초콜릿 가격의 등락은 더 심해진다. 가공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커피가 다양한 생산자와 판매 루트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초콜릿 맛 또한 그만큼 다양하고 미묘하다. 질 나쁜 카카오 원두의 쓴맛을 가리기 위해 우유와 설탕을 대량 첨가해 만든 밀크 초콜릿은 자판기 커피처럼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경제적으로 유용하지만 심미적으로는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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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발상지라고 볼 수 있는 멕시코에서는 초콜릿을 디저트로만 먹지 않는다. 초콜릿이 들어가는 가장 상징적인 멕시칸 음식은 몰레 소스다. ‘Mole’라는 단어 자체가 소스라는 뜻이 있을 정도로 멕시코에서는 소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몰레 소스에는 멕시코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향신료가 들어간다. 말린 칠리 세 종류 이상, 토마토, 바나나, 정향, 오레가노, 참깨, 아몬드, 마늘 그리고 다크 초콜릿. 몰레 소스는 기본적으로 태우듯이 굽고 볶고 갈아 만드는 길고 복잡한 조리법을 지녔다. 먼저 칠리를 태우고 물에 불린 다음 볶은 향신료, 태운 채소와 과일을 같이 섞어 볶다가 갈아서 걸쭉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거의 진흙 같은 색과 점성을 지니게 된다. 이것을 다시 돼지기름에 볶으면서 초콜릿을 넣어 녹이면 완성된다. 몰레 소스는 보통 닭고기나 칠면조 고기, 쌀밥과 함께 먹는데 멕시코 고산지대에서 소나 양을 기르기 힘든 이유도 있고 소스 자체가 맛이 강하기 때문에 육향이 덜한 재료와 더 궁합이 맞기도 한다. 몰레 소스의 맛은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그 풍미를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태양과 흙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땀과 체취, 맵고 향기롭고 진한 그 모든 것이 걸죽하고 뜨거운 소스 안에 녹아 들어가 있다. 초콜릿을 이용한 스테이크 소스 또한 로맨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콜릿이 가진 강한 맛을 중화하기 위해 무화과를 구워 맛을 농축시킨다. 팬에 버터를 녹여 잘게 다진 샬롯을 넣고 투명하게 볶다가 레드 와인과 소고기 육수를 넣고 발사믹 식초, 무화과를 넣은 다음 걸쭉하게 졸인 뒤 초콜릿을 넣어 마무리한다. 센불에서 겉을 지지듯 구운 스테이크에 자줏빛이 도는 이 소스를 조금씩 흘러내리도록 붓는다. 와인을 발효시킨 발사믹 식초와 무화과의 향은 어딘가 노골적이고 때로는 탐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농밀하다. 그 정도는 돼야 초콜릿과 만났을 때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여기에 버터를 넣어 지방의 고소함을 더하면 소스는 벨벳처럼 윤기가 흐르고 입에 넣었을 때는 도덕을 넘는 사치와 향락의 그림자를 맛보는 듯하다. 초콜릿 페어링, 이게 된다고?

한편 화이트 초콜릿을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에서 나는 귀부 와인과 매칭시키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샤토 디켐(Chateau d’Yquem)은 그 자체로 즐기는 경우도 많지만 살구나 무화과를 곁들인 푸아그라와 함께 먹는 것 또한 프랑스 미식 특유의 퇴폐적인 조합 중 하나다. 이런 조합이 로맨틱한 상대방을 기대하게 한다면 초콜릿과 위스키의 만남은 그 누구도 없이, 홀로 밤을 보내는 이에게 전하는 작은 선물과 같다. 특히 셰리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는 피트 향과 함께 과일 향이 바다 안개처럼 빽빽하게 펼쳐지고 그 속에 녹아드는 초콜릿의 맛은 땅과 안개 사이의 좁은 틈을 촘촘히 파고든다. 그리하여 오래전 신들의 음식이라고 불렸던 초콜릿은 인간의 땅에 내려와 심장을 뛰게 하고 피를 데우며 어두운 밤 작은 불을 태운다. 열대우림에서 알프스까지. 포근한 연인의 품에서 홀로 위스키 한 잔 홀짝이는 그 순간까지. 짙은 초콜릿 한 조각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달콤한 위로가 돼준다.
writer 정동현(셰프, 푸드 칼럼니스트)
Credit
- Feature Editor 김미나
- Illustrator 유승보
- Digital Designer 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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