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금 대한민국의 로컬 힙 판도
고루하고 낙후된 이미지의 지방은 언제부터 힙한 명소가 됐을까? 전국 팔도의 로컬 축제엔 왜 젠지가 몰리고 있는 걸까? 로컬 힙의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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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릉커피축제, 2 원주만두축제, 3 대전빵축제, 4 구미라면축제, 5 김천김밥축제, 6 군산북페어, 7 대구치맥페스티벌, 8 광주김치축제.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구절은 ‘무근본 지역 축제’. 무근본, 그러니까 지방 축제의 어딘가 촌스럽고 2% 부족해 보이는 미감과 ‘뇌절’에 가까운 축제의 콘셉트(가령 서울에서 유일하게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열리는 강동선사문화축제에선 관람객이 원시인 분장을 하고 간석기 만들기, 활쏘기, 움집 짓기, 꼬치에 끼운 고기 구워 먹기 등 신석기인들의 생활을 경험한다)는 오히려 젠지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의외의 셀링 포인트가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도 있다. 2023년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관광의 트렌드를 로컬 관광이라 명명했다. 수도권이나 관광도시로 이미 잘 알려진 도시에 대한 관심은 줄고, 각자의 취향과 호기심을 반영한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는데, 그것이 로컬 관광의 수요를 촉진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독특하고 희소한 경험을 추구하는 젠지에게 낯설고 새로운, 거기에 조금은 엉성할지 몰라도 특유의 감성으로 가득한 로컬은 그야말로 별천지였을 것. 여행 전문 플랫폼 트리플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제주, 강원을 제외한 호남·충청 지역의 숙소 예약이 작년 대비 약 408% 증가했다. 이것 역시 무작정 대세를 따르기보단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젠지들의 요즘 여행법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가 사랑한 로컬 힙, 로컬 축제

한편 애초에 도시 곳곳에 로컬 관광지 조성을 목표로 기획한 로컬 축제도 있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부산골목페스티벌이 그것. “부산골목페스티벌은 도시의 크고 화려한 관광 명소보다 지역 고유의 생활과 문화가 담긴 골목길을 무대로 기획된 페스티벌입니다. 골목은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그 안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요. 이 축제는 그런 골목의 특성을 살려 부산의 다양한 지역이 가진 매력을 부각시키고, 방문객들에게 골목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역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장소로 말이죠.” 부산관광공사 박혜진 매니저의 설명이다. 부산 진구의 전포공구길, 영도 봉산마을마실길, 수영 망미골목, 다대포 바다누리길에서 열린 부산골목페스티벌은 각 지역과 골목의 특성을 반영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공구 상점들이 밀집한 독특한 골목인 전포공구길에선 방문객이 직접 공구를 사용해보는 ‘드릴 마스터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영도 봉산마을마실길에선 지역 할머니들이 직접 분식점을 운영해 지역 상권과의 상생까지 고려했다. 젠지를 겨냥한 회심의 포인트도 있다. “2030세대를 위해 참여형 콘텐츠를 다채롭게 준비했어요.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죠. 그들의 구미를 가장 강력하게 당기는 것은 평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것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도에서는 부산항 야경을 배경으로 토크쇼를 진행해 관객들이 직접 토크에 참여할 수 있게 했고, 다대포에선 야외 바다 포차를 운영했는데 그 안에 무대를 설치해 직접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죠. 망미에서는 가죽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이 외에도 골목에서 펼쳐진 DJ 공연과 더불어 공연을 보며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젊은 세대의 관람객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어요. 자발적인 SNS 업로드와 바이럴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축제 홍보 효과도 극대화됐죠. 앞으로 부산골목페스티벌은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로컬에서 먹고 자고 즐긴다

특별한 경험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젠지의 심리는 식탁과 옷장을 넘어 이제 일상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호캉스가 아닌 촌캉스가 인기를 끌고, 귀농·귀촌하는 청년 농부만큼 식당·카페·바 등의 공간에서 로컬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사업가, 즉 로컬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로컬 힙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그리며 확장한다. 이 움직임을 놓칠세라 지자체도 각종 복지 차원의 정책을 통해 젠지 세대의 로컬 유입을 촉진한다. 숙박비와 여행 체험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부터 영농 체험과 일자리 탐색 등을 통해 귀농·귀촌을 돕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 등 로컬의 매력을 알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지방 도시의 노력은 시의적절하게 젠지들에게 먹히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이 복지 차원으로 진행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까지 가세해 지방 도시에 오랜 시간 머무르는 인구를 끊임없이 유인하고 있는 것. 이것은 곧 지방의 고령화,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는 든든한 대안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각종 로컬 축제가 통통 튀는 콘셉트(비록 그게 누군가에겐 무리수로 보일지라도!)와 다채로운 콘텐츠로 똘똘 뭉쳐 젠지의 발걸음을 갈망하는 것도 결국 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들의 목표치가 어딜 향하고 있건 지금 로컬 힙 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취향도, 가치관도 뚜렷한 존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법. 본래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 삼아 대한민국의 로컬 힙 문화는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COSMO’S PICK I 로컬 축제 ‘찍먹’해보고 싶다면?
「
구미라면축제
」
@gumi_ramyeon
11월 1일부터 3일까지, 구미역 일원.
「
김천김밥축제
」
@gc_gimbapcity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김천 사명대사공원 및 친환경생태공원 일원.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 by 소통협력센터 군산/부산관광공사/ 각 페스티벌 인스타그램
- Typography 김영선
- Reference book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알키)/<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클라우드나인)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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