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얼킨 이성동이 걸어온 10년
패션과 예술 그리고 사회적 가치가 얽힌 10년의 시간 속에서, 얼킨의 이성동은 한국의 지속 가능 패션을 상징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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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2025 S/S 컬렉션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코즈믹 호러’와 ‘어센틱’이었어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로 인해 가짜가 난무하는, 진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 시대에 패션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기술 발전이 찬란한 미래를 가져다줄지, 혹은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을 가져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잖아요? 이게 바로 우주적 공포인 코즈믹 호러의 현실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어센틱’, 그러니까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럴 때일수록 진정성에 집중해야 해요.
디즈니 코리아와의 협업도 인상적이었어요.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들을 얼킨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것이 어려웠어요. ‘디즈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밝고 환상적인, 동심 속 캐릭터들과 얼킨의 룩은 거리가 멀잖아요. 그래서 코즈믹 호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 속에서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디즈니 캐릭터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가까이 들여다보면 디즈니 캐릭터가 아이템 곳곳에 숨어 있죠.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2025 S/S 컬렉션을 위한 보드.
2025 S/S 컬렉션의 키 피스는 무엇인가요?
유연한 실루엣의 프릴 드레스와 디스트로이드 스웨트팬츠를 믹스매치한 룩이요. 얼킨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죠.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창의성과 실용성의 완벽한 균형요. 리얼웨이에서 입을 수 있는 런웨이 피스를 선보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얼킨의 아이덴티티와 컬렉션의 주제가 명확히 느껴지는 동시에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실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2016년부터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어요. 수많은 디자이너가 들고 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음에도요.
한국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이랄까요. 파리나 뉴욕에서 쇼를 선보일 때도 서울패션위크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어요. 또 꼭 런웨이를 통해 컬렉션을 발표하려 하는데,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만으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얼킨 오피스에 걸려 있는 샘플.
오늘날 서울의 패션과 스타일은 어떤 것 같나요?
서울의 스타일을 필두로 한 ‘K-패션’이 세계 속에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패션은 국가의 문화적 위상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이 현상은 참 기쁜 일이에요.
지난 2024 S/S 시즌에는 파리에서, 2023 F/W 시즌에는 뉴욕에서 쇼를 선보였어요. 앞으로 해외에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 있나요?
네! 이미 파리, 일본, 홍콩 등 다양한 나라의 편집숍에 입점해 있지만 지금도 각 나라의 특성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예요. 도시별 시장의 특성을 확실히 파악한 후에 해외 컬렉션의 전략을 세우려고 해요. 예를 들어 뉴욕은 셀러브리티나 세일즈 등 마케팅 요소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반면, 파리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개성 있는 소규모 디자이너 레이블들이 비교적 파리에 더 많이 모여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디자이너로서는 파리가 더 매력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뉴욕이 제 브랜드와 더 잘 맞을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명확한 색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이 뉴욕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디자이너 이성동이 꼽은 얼킨의 2025 S/S 시즌 키 룩.
2014년 첫선을 보인 업사이클링 백, ‘리본(Re-born) 백’이 바로 얼킨의 시작이죠. 어떤 계기로 이 백을 선보이게 됐나요?
우연히 들른 친구의 졸업 전시장에서 전시가 끝난 후 버려진 작품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많은 예술품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브랜드 론칭에 대한 꿈이 원래부터 있었나요?
한양대에서 의류학을 전공하며 디자이너를 꿈꿨어요. 제대 후엔 직장 생활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사에 들어가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고요. 여러 과정을거치면서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면 ‘잇 아이템’ 하나가 꼭 있어야 한다 생각했는데, 그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겨 얼킨을 론칭했어요.
리본 백의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습작을 활용해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판매한 수익으로 신진 예술가들에게 새 캔버스나 물감과 같은 재료를 지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재료로 아티스트들이 다시 작품을 만드는, 패션과 예술이 만드는 선순환인 거죠! 버려진 재능을 다시 순환시킨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재능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어요.

파리에서 선보인 2024 S/S 컬렉션.

‘코즈믹 호러’와 ‘어센틱’을 주제로 한 2025 S/S 컬렉션.
리본 백 외에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업사이클링 소재와 친환경 소재로 만든 피스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포장지 같은 부속 자재들도 친환경으로, 또 최소한으로 사용하려 노력하고요. 옷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얼킨의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해지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점이 얼킨을 더욱 빛낸다고 생각해요.
얼킨이 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라요. 10년 전 처음 얼킨을 론칭했을 당시엔 ‘업사이클링’이란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여서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공부하며 배웠어요. 때론 막막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건 뚝심 있게 가져가야 할 중요한 가치라 생각했어요. 우리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계속해서 선보이면, 다른 신진 디자이너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란 일종의 사명감도 있고요. 우리 브랜드 스토리가 논문에 실리거나 패션학도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얼킨이 더욱 잘돼서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해요.

2025 S/S 컬렉션의 백스테이지.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어요. 어려운 시기도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얼킨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꾸준히 오래 하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10년 후 얼킨은 어떤 브랜드가 돼 있을까요?
‘한국 사람’ 같은 브랜드가 돼 있길 바라요. 꾸준함과 성실함이 우리의 DNA에 ‘기본 장착’돼 있듯이요.(웃음) 지속 가능성은 지금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됐고 날이 갈수록 지속 가능한 패션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겠지만, 대중의 관심도가 지금처럼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 생각해요. 유행의 주기가 있듯 지속 가능성도 똑같다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얼킨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자리를 지킬 거예요. 그게 바로 얼킨의 근간이니까요.
Credit
- Editor 김소연
- Photo by 이소정(오피스)/brand(인물/컬렉션)
- Art designer 장석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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