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15:15 소개팅 가능?
요즘 연애 어디서 해? 소셜 소개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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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있어 연애가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필수라고 감히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떨리는 마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해본다.
“정숙이랑 뽀뽀한 게 영호잖아.” 서른 넘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가 어째 이상하다. 대학교 새내기터 때 A동기가 B선배랑 키스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던가? 묘하게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번 뽀뽀 스캔들의 주인공, 정숙과 영호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SOLO> 출연자들이다. 지금은 전 국민에게 썸이 생중계되는 연애 예능 리얼리티의 전성기다.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솔로지옥>.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한 번이라도 직접 시청한 프로그램이지만 이제는 열 손가락을 꽉 채울 만큼 그 수가 늘어났다. 타인의 썸에 자기 일처럼 열 올리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마음 있어?” 다들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 7년의 연애 끝에 이별한 친구 J는 답했다. “연애는 그냥 조용히 하고 싶어.” 현재 안정적으로 1년 넘게 연애 중인 친구 S는 달랐다. “진짜 ‘연애’가 하고 싶은 거면 굳이 방송에 나갈까? 내가 출연한다면, 유명해지기 위해서일 것 같아.” 그 후의 대화는 연애 예능에서 연애로, 연애에서 사랑으로 넘어갔다. 연애 예능과 사랑은 명확히 선 그을 수 있을 만큼 다른 영역이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그 주체인 사람이 전부라는 것. 그래서 나와 상대의 지난한 모습을 숨길래도 숨길 수 없다는 것. 그날 친구들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습관처럼 켠 인스타그램에서 6:6 단체 소개팅 지원자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이 우리 대화를 엿듣는 거 아니냐며 냉큼 링크를 공유했다. 친구 J는 6:6 소개팅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확률이 6배라고 생각해!”라며 응원해봤지만 J는 회의적이었다. “경쟁자도 6배인 거잖아.” 대화를 지켜보던 S는 덤덤했다. “6:6은 단체 축에도 못 껴. 내 친구는 20:20 로테이션 소개팅도 했어.” ‘프립’이나 ‘문토’ 같은 소셜링 플랫폼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모임 카테고리도 미팅, 소개팅이라고. 직접 검색해보니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무려 174개의 모임이 떴다. 1:1 소개팅부터 20:20 로테이션 소개팅까지 인원별 구분을 기본으로, 커피나 와인 등 알코올 여부로 나뉘는 게 보통이었다. 다양한 필터링도 있었다. SKY 이상만 참가할 수 있는 고학력 소개팅, 하이엔드 직장인 소개팅, 사주로 매칭하는 소개팅, 성사될 때까지 무제한 매칭인 후불제 소개팅까지. 카메라만 없을 뿐이지, 연애 예능 리얼리티의 신세계를 엿본 느낌이었다. 아니, 그냥 연애 리얼리티인 건가?
한때 소개팅 소셜링 중독이었다는 후배 R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체 소개팅은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원하는 조건의 소개팅을 선택해 지원한다. 이때 나이, 직업 등 기본 신상부터 매칭에 도움이 되는 질문에 대해 답한다. 호스트의 검증 후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단체 소개팅의 장점은 호스트가 있다는 것. 자기소개, 첫인상 투표부터 각종 질문 카드와 게임까지, 프로그램을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15:15 로테이션 소개팅은 많이 힘들었다고. “자기를 보여주기도, 상대를 알아가기도 힘들어요. 나중엔 누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나서 말실수할까 봐 겁나더라고요. 거의 외모로만 정하는 느낌? 그래도 인원이 많은 대신 참가비가 싸서 돈이나 시간이 아깝진 않았어요.” 15:15 소개팅의 참가비는 보통 3만원대. 지인을 통해 받은 1:1 소개팅에 드는 자원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소개팅 장소도, 메뉴도, 대화거리도 정해주니까 다른 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소개팅 상대가 맘에 안 들어 하루를 공칠 일도 없다. 15명이나 되니까. 그중에 내 취향 한 명쯤은 있겠지. 하지만 후배 R은 시간이 갈수록 인원이 좀 더 적은 소개팅으로 옮겼다. “인원이 많고 참가비가 낮은 모임엔 ‘남미새’, ‘여미새’가 많아요. 대개 가격과 퀄리티는 비례하더라고요. 모임 퀄리티뿐 아니라 참가자의 퀄리티도요. 더 섬세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에서는 저도 저를 새로 발견하게 돼요. 상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더 많았어요.”
가장 궁금한 최종 커플 성사율은 어떻게 될까? 편차가 있어 정확한 평균을 내기는 어렵지만 소규모 모임의 경우 최소 30%, 보통 절반 이상은 커플 성사가 된다. 최종 결정 때 한 명이 아닌 3순위까지 뽑는 경우가 많고, 이미 모임을 진행하며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기 때문에 최종 매칭은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러 소개팅을 거치는 동안 후배 R은 내내 매칭되지 않았던 걸까? 아니다. 사실 R은 거의 매번 높은 승률로 최종 커플이 됐다. 하지만 연애 예능 리얼리티와 마찬가지로 최종 커플이 현실 커플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막상 밖에서 보니 만남이 이어지지 않거나 그때 그 느낌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실전에서 얻은 팁도 전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확인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 그중 상대 참가자 스펙과 성사율 등도 중요하지만 그건 변수일 뿐, 소개팅의 상수는 결국 호스트와 프로그램이다. 소개팅 회차마다 애정과 보람을 가지고 한 땀 한 땀 공들이는 호스트라면 믿고 가도 된다고. 이쯤 되니 호스트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마침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과 용기’를 매개로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는 주류 회사 ‘이쁜꽃’의 양유미 대표였다. 전통주와 한국 술을 빚는 양조장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6:6 단체 소개팅을 주최하기도 한 그의 행보가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흥미로웠기 때문. “소개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1년이 넘었어요. ‘이쁜꽃’은 고객과 하나의 팬덤처럼 깊게 소통하는 브랜드인데 고객분 중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워크숍 때 고객분들끼리 분위기도 좋아서 각 잡고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랑과 사랑을 연결해보자고 말이죠. 연애가 두려울 수 있는데, 저는 연애는 많이 해봐야 한다는 주의예요. 연애만큼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그런 시도를 안전하게 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요. 용기는 내는 수밖에 없어요. 용기를 내야 삶에 다른 모멘트가 만들어지는 법이죠.”
현실의 소개팅은 <하트시그널>처럼 뽀얀 보정 필터를 씌운 아리따운 영화 같지도 않지만, <나는 SOLO>처럼 밑바닥을 보이는 날것이지도 않다. 살아가는 데 있어 연애가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필수라고 감히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떨리는 마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해본다. 이제는 리얼리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객석에서 직접 무대로 올라가볼 차례다.
Credit
- Editor 천일홍
- Writer 오우리
- Art designer 김지원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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