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 장식 톱 1백90만원대 마티체브스키 by 아데쿠베.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2〉 때문에 머리를 자른 건데, 원래는 훨씬 더 짧게 자를 생각이었어요. 가발도 이것저것 써보다 감독님이 칼단발 느낌이 좋겠다고 하셔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고요. 계속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어요. 후회는 하나도 없이 후련하게 자르고 촬영을 딱 했는데 모니터에 담긴 제 모습이 영화 〈마녀〉 때랑은 달라서 되게 좋았어요.
올해 남은 작품이 쭉쭉 나오면 더 확실하게 인식되지 않을까 해요. 전 저만의 색으로 잘 채워가고 있는 것 같아 필모그래피가 맘에 들거든요.
자신의 궤적을 긍정하는 건 정말 귀한 일인데요.
다양한 역할을 해왔으니까 아직까지는 제 연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른 면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요즘에는 연기가 아닌 외부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패션 행사에도 많이 다녀요. 이제 예능만 나가면 되는데,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 성격이 나오면 다음 작품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웃음)
셔츠, 타이 모두 가격미정 리리. 팬츠 가격미정 알렉산더 맥퀸. 부츠 가격미정 셀린느.
영화 〈밀수〉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류승완 감독과 작업했어요.
전작인 영화 〈모가디슈〉도 재미있게 봤고 감독님 작품을 진짜 안 본 게 없어요. 감독님께서 회사로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오디션을 볼 줄 알고 열심히 읽었는데 이미 재미있었어요. 감독님의 특기이자 장기인 액션물인데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양 활극이다? 정말 흥미로웠죠. 선배님들 라인업이 너무 짱짱하니까 오디션에 붙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감독님을 뵈러 갔는데 역할을 제안하시더군요. 감독님이 “이 역할을 고 배우가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신 그날을 아직도 못 잊어요.
어떤 점이 ‘옥분’과 그렇게 어울렸던 걸까요?
〈스위트홈〉이 막 나왔을 때인데 그 작품도 좋았지만 〈마녀〉의 ‘명희’가 너무 인상 깊어 꼭 한번은 같이 작업해보고 싶으셨대요.(웃음)
기차에서 ‘명희’가 속이 뻥 뚫리게 욕하던 장면이죠.
5차까지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 처음 맡은 큰 역할이라 매일 베개 밑에 시나리오를 넣고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연습했어요. 작품이랑 역할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 참고할 만한 영상도 정말 많이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도 유심히 보면서 준비했던 장면이에요. 신인인데도 현장의 모두가 아껴줬던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죠. 그러고 보니 〈밀수〉 촬영도 그때 느꼈던 따뜻함이 있었어요.
블라우스 70만원대 치카 키사다 by 아데쿠베. 가죽 미니스커트 가격미정 리리.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확실히 패밀리십이 강한 팀이라는 걸 느꼈어요. 영화 현장에 발 들이는 순간 모두가 가족이 돼버리는.(웃음) 감독님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서로의 컨디션이 어떤지 눈만 봐도 알았거든요. 저는 어떤 촬영이든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에 퇴근길 기분이 정해져요. 류승완 감독님은 제가 어떤 연기를 해도 크게 웃어주시고 기분 좋게 오케이를 하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셨고요. 다들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너무 행복하게 여름을 보냈어요.
촌스러운 화장을 하고 한복을 입은 ‘옥분’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도 남았어요.
저는 이런 게 정말 좋아요.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에 항상 감사해요. 영화 〈봉오동 전투〉 때는 얼굴을 구운 계란처럼 메이크업하고 치아도 변색되는 제품을 발랐어요. 고증이 잘된다면 앞으로도 어떤 모습이든 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1970년대 눈썹 모양이랑 아이섀도 컬러, 공단 한복까지 완벽했어요. 한복 고르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 게 감독님께서 은갈치색을 고집하셔서.(웃음) 드디어 공단 한복을 입고 테스트 촬영에 갔는데 감독님이 보자마자 빵 터지셔서 ‘됐다’ 싶었죠.
아직 20대 배우로서 겪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는 어떻게 소화하나요?
최근에 나온 작품보다는 1980년대나 1990년대 해외 영화를 많이 봐요. 맘에 드는 장면이 있으면 제가 연기해야 할 부분을 대입해 조금씩 변주하는 작업을 해요. 대본을 낱낱이 뜯어보고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식으로 채워가기도 하고요. 그만큼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요. 시청자나 관객들이 느끼실지 모르겠는데, 의상에서도 시대상과 그에 맞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에요.
작품 할 때는 관련된 장르만 파요. 지금 하는 작품 때문에 영화 〈스위밍 풀〉을 봤는데 연기 스타일은 물론이고 색감이랑 의상, 분장이 너무 좋았어요. 옛날 영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나 익숙하지 않은 연기와 표정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 훅 다가와요.
〈스위트홈 시즌2〉의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작품의 재미만큼 난이도 높은 촬영이었을 텐데요.
촬영지인 문경의 ‘문’ 자만 들어도 덥네요.(웃음) 여름에는 원체 체력적으로 힘든데 촬영하는 동안 더위가 저를 잡아먹는 느낌이었어요. 어찌 됐건 촬영을 해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정말 끝날까? 끝낼 수 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번 촬영에서는 감독님께서 모니터도 하지 말고 다른 출연자와 말도 섞지 않으며 ‘은유’ 자체로 있길 원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저도 궁금해요.
〈스위트홈〉은 처음 도전한 시리즈물이죠. 돌아보면 고민시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시즌 1을 찍을 때는 정말 재밌게 촬영했어요.(웃음) 크리처물이 생소할 때여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죠. 웹툰 원작이 주는 힘도 알았고요. ‘은유’라는 캐릭터를 진정으로 즐기면서 촬영했고 현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역할에 더 큰 애정을 가질 수 있었어요. 작품을 즐기면 화면에 그대로 담긴다는 것도 느꼈던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드레스 가격미정 알테. 메탈릭 글로브 가격미정 리리. 레이어드한 레이스 장식 글로브 가격미정 벨앤누보.
영화 〈헤어질 결심〉의 드라마 속 무녀 역할을 맡은 것처럼 크고 작은 역할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분들이 있거나 좋은 작품이라면 역할의 크기는 상관없어요.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좋아요. 대본이 재미있어도 뭔가 걸리는 게 있을 땐 내가 만약 이 작품을 안 했을 때 잘돼도 후회가 없을까 생각해봐요. 후회할 거 같으면 내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일까 고민해보고요. 지금까지는 느낌이 잘 맞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가장 깊게 느끼는 감정은 뭔가요?
항상 애증! 작품 들어가기 직전에 캐릭터 준비할 때 ‘답이 없을까? 누가 분석하고 해석해준 다음에 하라는 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 장면에서 이렇게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카타르시스가 엄청나거든요. ‘이래서 내가 연기를 사랑하지’ 하고 현장에 들어갔다 생각대로 안 나오면 또 기분이 안 좋아지고.(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야 해서요. 대개 슬픔이지만 작은 기쁨이 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드라마 〈오월의 청춘〉 같은 캐릭터에서 좀 더 슬픔을 나타낼 수 있는 연기도 하고 싶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딸과 엄마의 이야기도 좋고, 완전 밝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적는 노트가 있다죠. 가장 최근에 쓴 이야기가 있을까요?
이제는 휴대폰 메모장에 쓰는데요, 간결과 으뜸이라는 단어랑 시공간의 변화 그리고 운명의 귀결, 외부의 힘은 불편한 저항… 이런 글들이 쓰여 있어요. 한 달 전에 어떤 결심을 하면서 본 걸 적어놓은 거예요. 스스로 쓰고 싶은 글은 언제나 사회 소수에 관한 이야기예요. 예전에 썼던 글들도 다 그랬어요. 여유가 생기면 계속 써나가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참 장식이 달린 비키니 톱 가격미정 닙그너스. 레이어드한 뷔스티에 1백20만원대 마티체브스키 by 아데쿠베. 이너 톱 가격미정 생 로랑. 롱스커트 가격미정 디올. 슈즈 가격미정 셀린느.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선생님이 좋은 분이시라 더 빠지게 될 것 같아요. 지방 촬영 때문에 계속 못 가서 아쉬웠는데 드디어 오늘 갈 거라 신났답니다.(웃음) 인테리어랑 그림 쪽에도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사실 지금 촬영하는 작품 속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를 안 했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취미를 갖게 되고 좋은 선생님이나 동료를 만나는 일 자체가 저에게는 힐링이에요.
냉정과 열정 중에 뭐가 더 어울리는 단어 같나요?
진짜 어렵다. 일할 때는 정말 불태우듯 해요. 현장에서 활활 태워 기력이 하나도 없다가도 다시 현장에 나가서는 또 불사르고.(웃음) 데뷔 초에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엄청난 괴리감이 찾아왔었거든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몰입하고 끌어올리는 훈련을 계속 해왔어요. 부족한 걸 채우려다 보니 쉬지 않고 달린 거죠. 한편으로는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좀 더 냉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냉정’을 고를게요.
이틀 연속 쉴 때 먹는 냉삼! 이번 주도 잘해냈다는 저에게 주는 상처럼 맛있는 걸 먹는 거요.
미래를 밝게 빛나게 해줄 거라 믿는 게 있나요?
어릴 때 읽었던 책 속에 꿈을 이뤄주는 공식이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미래를 상상하곤 했거든요. 상상한 것들을 어느 정도 이뤄선지 어릴 적 그 마음이 제 미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고 아직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