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드는 송진의 응축된 생명력을 스킨케어 제품으로 치환한 솔 세럼. 패키지 역시 곧게 뻗은 소나무를 연상시키듯 디자인했다. 향만 맡아도 슬밋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질 만큼 포근한 흙 향과 소나무·시더우드 향이 섞인 자연의 향이 은은하게 번진다. 꿀처럼 녹진한 텍스처로 피부에 가볍게 퍼지고 매끄럽게 스며드는데, 끈적임 없이 피부를 촉촉하게 감싼다. 생기 잃은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빠르게 공급하고 윤기를 부여하는 제품. 슬밋 솔 세럼 1.0 3만8천원.
업계에선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과감한 브랜드 네이밍으로 시선을 끈 슬밋. 그도 그럴 것이 K-코즈메틱 비즈니스가 큰 흥행을 해도 순우리말을 브랜드 이름으로 내건 곳은 찾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어쩌면 외국어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한글 이름을 택한 건 모험이 아니었을까? 고유한 순 한글의 의미를 오롯이 담은 ‘슬밋’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눈길이 간다. 한국 문화와 한국 여성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뷰티 라인업을 통해 섬세하고 강인한 내면을 지닌 한국 여성의 아우라 뷰티를 선보이는 게 슬밋의 모토다. 슬밋(seulmit)의 브랜드 네임은 거침새 없이 길고 곧은 모양새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인 ‘슬밋하다’에서 유래했다. 은근하고 천천히 일어나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슬밋슬밋’의 뜻도 갖고 있다. 의미뿐만 아니라 로고 디자인 역시 남다르다. 슬밋의 한글 로고 역시 한글 창제 20년 뒤 간행된 <원각경언해>에 기초해, 오늘날의 감각에도 부합되는 동시대성을 가지며 한글의 조형성과 심미성이 잘 드러나도록 완성했다. K-바이브에 진심인 흔적은 패키지와 성분에도 이어진다.
슬밋 세럼 인 립밤 01 클리어 3만원. 건조한 입술에 수분과 영양을 더하는 투명한 제형의 립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솔 세럼 1.0보틀은 한국적 소재인 소나무를 그대로 가져다놓은 듯 디자인했다. 성분 역시 한국적 소재인 소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솔잎 유래 펩타이드 등을 활용했고, 향마저도 소나무 숲의 포근한 향을 구현했을 정도. 그만큼 작은 디테일에도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를 담았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들의 첫 뷰티 여정의 에피소드는 ‘소나무’에서 시작된다. 하필 왜 소나무일까? 소나무는 척박한 사계절의 환경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스스로 균형미를 만들어내는 한국의 문화적 상징과도 같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강인하고 섬세한 내면을 지닌 한국 여성의 오라와 비슷하게 닮아 있음은 충분히 공감된다. 이렇듯 슬밋은 세월을 견딘 소나무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응원하고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뷰티 리추얼에 방점을 둔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스트레스로부터 평정심을 되찾는 것. 심신을 깨우고 ‘슬밋’하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뷰티 멘토로서의 역할이야말로 슬밋의 시작인 셈이다
슬밋 핸드 워시 솔 소울 서울 1만5천원. 황삼용 장인의 나전 조약돌 오브제와 함께 촬영한 비주얼. 슬밋의 청량한 소나무 향과 편안한 그립감이 매력적인 손 세안제로 향기로운 여운을 즐겨보길.
슬밋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건 k-바이브 가 고스란히 반영된 특유의 향 때문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한 소나무 숲 속의 향. 수많은 신흥 브랜드 중에서도 이 향은 선명히 기억날 만큼 꽤 인상적이었다. 그 중 첫 인상과 호감도를 급상승시킨 건 단연 인센스 스틱. 평범한 노잼 공간도 순식간에 향 하나로 의미를 부여해버리는 그린 컬러의 솔 서울 스틱이 바로 그것이다. 소나무 특유의 상쾌한 향을 풍기면서도 드라이한 시더우드, 촉촉한 흙 내음의 패출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돈한다. 불을 붙여 태우는 인센스인데 얼마나 청량할까? 싶겠지만 제조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슬밋의 인센스 스틱은 한국 전통 향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청솔향방’과 협업한 ‘선향’이라는 방식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소나무잎 추출물 세럼이 농축된 클린 립밤으로 이미 뷰잘알들 사이에선 마성의 히어로템. 번들거림 없이 얇게 밀착되는 텍스처의 01 클리어와 건강한 컬러의 입술을 표현할 수 있는 02 틴티드로 선보인다.
실내에서도 향을 자주 피웠던 과거 선조들이 실제 제조하던 그대로, 향료와 재료를 반죽해 길쭉하게 만드는 선향은 국내에 흔히 보급된 죽향으로 불리는 인도식 인센스(대나무 스틱에 향료를 입혀 반죽하는 형태)에 비해 향이 그윽하고 연기가 적다. 이 역시 한국 전통과 문화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고 브랜드만의 뷰티 리추얼로 알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향기가 머무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인센스 홀더 역시 소나무에서 파생된 컨셉으로 완성했다. 빛을 받아 일렁이는 파도 속에 펼쳐진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홀더는 금속 공예가 조유리 작가와 협업한 버전. 표면이 마치 물결처럼 울렁거리는 비정형 곡선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홀더 자체로도 근사한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까지 해낸다. 인센스 스틱 하나를 태울 때 풍기는 감미로운 향과 스틱이 모두 타고 난 뒤 모인 재에서 풍기는 잔향, 인센스 스틱 특유의 동양적인 무드가 주는 갬성은 향멍을 경험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마성의 테라피다. 이토록 황홀한 향의 여운으로 가득한 일상의 치유를 위해 소울 인센스 스틱만큼은 가장 먼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섬세하고 강인한 한국 여성과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로부터 영감받은 슬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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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따라 커커커몬~ SOL SOUL SEOUL 바이브
블랙으로 꾸며진 모던한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배치된 소나무 오브제들. 지난달 성수동에서 열린 슬밋의 팝업 스토어 ‘솔 소울 서울(SOL SOUL SEOUL)’은 브랜드의 확고한 세계관을 집약해 둔 미니 전시관과도 같았다. 공간 자체를 전통과 현대의 기묘한 조화를 예술적 바이브로 풀어냈음은 물론 성수동을 방문하는 mz 소비자를 위해 쌍방향 교감이 가능한 여러 체험 존 위주로 선보인게 핵심이었다. 또한 팝업 오픈과 함께 가을에 출시될 단잠 미스트 3종도 처음 선보였는데 깊은 잠에 들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로우 미스트로 슬밋의 시그너처 향과 에센셜 오일 블렌딩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제품이다.
슬밋과 양유완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된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소울인센스홀더. #글래스스톤은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하며 거침새 없는 유리 텍스처를 통해 슬밋다움을 표현했다. 돌에서 영감을 받은 비정형적인 무늬들이 유리를 투과해 다채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옆 모습이 사과 모양인 #애플홀더는 뜨겁게 달궈진 유리를 작가가 직접 입으로 불고 굴려 다듬고 덧입히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 고유한 작품으로 주문 후 제작하는 슬로 오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슬밋 소울 인센스 스틱 솔 소울 서울 2만5천원.
슬밋의 감각적인 비주얼과 소나무를 세련되게 활용한 인테리어, 숲 향 덕분에 오감으로 쉼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한 공간은 말 그대로 슬밋다웠다. 한국적이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바이브, 이를 통해 좋은 향과 제품으로 일상의 뷰티 리추얼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이야말로 슬밋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그런 점에서 라이프에 ‘스타일’은 절대 포기 못하는 까다로운 k-소비자가 원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k-센트 브랜드인 슬밋의 앞으로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