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감히 날 평가해?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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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감히 날 평가해?

코로나19 시대와 함께 AI 면접은 하나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가시지 않는 의문. AI가 진짜 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정정부터 하면, 평가가 아니다. ‘파악’이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6.18
 
요즘 검색창에 ‘AI 면접 잘 보는 법’을 치면, 온갖 경험담과 노하우가 쏟아진다. 이미 이 기이한(?) 절차를 통과한 합격자도 수두룩하다. 내 능력은 제자리에서 고만고만한데, 현실의 변화는 텍사스 소 떼처럼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다. ‘기계가 사람을 채점해?’라는 1차적 분노 그 이후를 생각할 때다. 사실 지금까지 대면 면접에는 도무지 매뉴얼이란 게 없었다. 나를 떨어뜨린 면접관들도 실은 알고 싶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당락의 기준. 내 외모가 호감형이 아니라서, 여자라서, ‘인서울’이 아니라서, ‘계란 흰자’에 살아서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 또 다른 경우, 어떤 꼰대에게 웬 요상한 질문을 받아 얼마나 기발한 개소리로 답해버릴 것인가 하는 걱정. 이 모든 것이 ‘변수’라는 이름으로 횡행하던 영역이 그간의 대면 면접 아니었던가. 혹은 천생 MBTI ‘I’형 인간인 누군가에게 대면 면접이란 공포 그 자체이기도 하다. AI 면접은 그렇게 우리를 울리고 또 울렸던 변수들을 점차 줄여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상대는 압박과 오해, 예의 없음과 변덕 등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시스템 안에서 공평무사한 ‘AI’니까.
 

모범 답안? 안 사요, 안 사

현재 우리나라에서 AI 분석 툴을 면접에 활용하는 곳은 LG전자, 현대백화점, 한화생명, 아모레퍼시픽, 신한은행 등의 기업과 공공 기관을 포함해 약 500곳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이 ‘마이다스아이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소요 시간 1시간 안팎의 이 검사는 자기소개, 기본질문, 성향파악, 상황대처, 보상선호, 전략게임, 심층대화 등 7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AI 면접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작년부터 ‘면접’이라는 단어를 ‘역량검사’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면접이 ‘평가’를 통해 좋은 지원자를 뽑는 절차라면, AI 역량검사는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마이다스아이티 이현주 담당자는 이를 “자극을 던지고, 그에 대한 지원자의 반응을 수집하는 과정”으로 요약한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해당 회사와 잘 맞는지, 어떤 직무와 어울릴지 매칭에 도움을 주는 게 AI 역량검사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AI 면접? 연습하지 마세요.” 전 기업 인사 담당자이자 현재 〈인싸담당자〉라는 취업 정보 유튜브를 운영 중인 복성현 씨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이 검사의 취지 자체가 점수로 당락을 결정하는 데 있지 않아요. 결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성향을 보는 거죠. 그러니까 점수 더 받겠다고 연습에 목매지 마세요.” 물론 익숙지 않은 일에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몇 번의 연습과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기출문제를 달달 외우거나 모범 답안을 만드는 건 시간 낭비다.
 

모로 가도 한길로만 가야 산다

AI 면접 경험 12번, 최초 3번 탈락, 나머지 9곳 모두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은 지원자 이은미 씨는 말한다. “모든 과정에 솔직히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성향 파악 검사는 160개 문항에 대해 마치 MBTI 검사처럼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아니다’까지 5개 척도로 체크를 하게 되는데, 비슷한 질문이 반복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충동적인 편인지, 신중한 성향인지를 파악하는 질문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치자. 처음에는 충동 성향에 체크했다가, 다른 문항에서 갑자기 신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발동했다면? 그래서 내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에 체크했다면? 이에 대한 팩트 체크는 후속 단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이랬다 저랬다 노선을 바꾸는 지원자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모범 답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정직하게 답하는 게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것. 이은미 씨는 이렇게 덧붙인다.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성향 파악 항목 중에 ‘나는 ○○○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전혀 들어보지 않은 개념이라 아는 척할까 하다가 솔직하게 ‘매우 아니다’에 체크를 했거든요. 끝나고 나서 검색해보니 전혀 없는 개념이더라고요. 모른다고 한 게 천만다행이었죠.” 모르면 모른다고 하자. AI는 ‘그것도 몰라?’ 하는 눈빛으로 째려보지 않으니까.
 

점수의 노예들아, 스스로를 해방하자

AI 면접의 노하우라며 “문제 읽는 시간을 단축할수록 유리하다”라는 조언이 공공연하게 떠돌기도 한다. 100% 거짓이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담당자는 “지문 읽으라고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다 써서 천천히 문제를 숙지해도 된다.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넘긴다고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모두가 멘붕을 겪는 전략 게임에서도 중요한 건 몇 개를 맞히느냐가 아니다. 애초에 수능 등급처럼 커트라인 점수로 당락을 결정하는 툴이 아니기 때문. 문제를 틀리거나 풀지 못했을 때 AI는 지원자가 당황하지 않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가를 본다. 결국 게임도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라는 말.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아오”, “이씨” 같은 소리를 낸다거나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풀어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최악이다. 차분하게 다시 집중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나는 지금 개소리를 하고 있지만… 괜찮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 ‘AI가 내 말의 논리 구조를 다 파악해 허점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가?’ 마이다스아이티에서 확인해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짚어낼 수 없다!” 논리 구조가 빈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게 대면 압박 면접이라면, AI 역량검사는 다르다. AI 면접에서 1차 질문에 이어지는 2·3차 질문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도 존중해야 하나요?”(1차) →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런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2차) → “회사 후배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무시한다고 했을 때 그 후배도 존중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3차)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지만 분명 쉽지 않다. 대답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 ‘개소리 단계’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포기는 금물. AI 앞에서는 비록 개소리일지라도 최소 20초 이상 정성스럽게 답하면 괜찮다. 당황하는 표정 혹은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하나요?”, “모르겠는데요…?”같이 성의 없는 답변만 내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냥 모른다고 잘라 말하기보다는 “제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이러이러하고, 저건 저러저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같이 20초 이상 말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해보자. 비록 생선 가시보다 빈약한 논리라도 말을 이어가려는 그 노력 자체에 AI는 “좋은 답변이군요”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은미 씨는 “심층 대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받았다는 질문을 수집해서 내 언어로 나름의 답을 해보는 연습을 했던 게 꽤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실전에서 기존과 같은 기출문제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상치 못한 다음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맷집을 키울 수는 있을 것이다.
 

1시간 검사 과정 1분 속성 팁

그 어떤 기출 변형이 와도 K-구직러는 두렵지 않다.


자기소개 시놉시스 써서 외우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기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

기본질문 성격 장단점, 지원 동기 등 기초적인 질문이 나온다. 60초 준비 시간, 90초 답변 시간이 주어지니 미리 준비한 뒤 시간에 맞춰 말하는 연습을 할 것. 이때 목소리 톤과 말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
성향파악 진짜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나’의 이상적 모습에 현혹되지 말 것.
전략게임 감정 맞히기/공 쌓기 게임/색-글자 일치 게임/자음-모음/짝수-홀수 일치 게임/공 무게 비교하기/날씨 맞히기/ 카드 뒤집기/N-back/입 길이 맞히기 등의 게임은 재미있어 보이는 이름과 달리 매우 어렵다. 이것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노이의 탑’, ‘듀얼엔백’ 같은 앱으로 죽어라 연습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그저 끝까지 포기하지만 말자.
보상선호 이 또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성향을 보는 것이다.
상황대처 상황극에 가까운 질문이 나온다. “아무 문제가 없는 옷을 고객이 환불해달라고 오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 하는 식이다. 약간의 연기를 가미해 표현하는 연습을 하자.
심층대화 성향을 알아보는 유형과 회사 직무 관련한 유형 2가지가 있다. 전문성이 있는 직무라면 전공 관련 심층 문제에 대비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IT 분야라면 “블록체인의 작업 증명 방식을 설명하시오” 같은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AI 면접 기본 1문 1답

백수가 묻고 마이다스아이티 담당자가 답했다.


Q 대본 옆에 두고 읽는 것 괜찮나요?
A AI 면접은 녹화로 진행된다. 눈알 굴리는 것도 다 보인다는 말이다. 웬만하면 내용을 미리 충분히 숙지하고 자연스럽게 입말로 하자.
 
Q 어떤 표정을 짓는 게 좋을까요?
A 자연스러운 미소, 여유로운 표정을 장착하자.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말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좋다.
 
Q 면접 시 착장은?
A 아무 상관없다.
 
Q 카메라 위치는?
A 아무 상관없다. 단, 1시간 내내 카메라 렌즈를 봐야 하니, 상단 카메라가 시선을 두기에는 가장 편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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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reelancer editor 성영주
    editor 김예린
    photo by Getty Images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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