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 이 배우가 유일무이한 이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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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이 배우가 유일무이한 이유

순한맛 유이를 매운맛으로 만드는 순간은?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2.24
 
조금 전 유튜브 영상 인터뷰 진행하는 걸 지켜봤어요. ‘매운 음식’ 얘기를 어쩜 그렇게 맛깔나게 해요?
30분 동안 매운 얘기만 한지 전혀 몰랐어요. 매운 걸 워낙 좋아해서요.
 
유이 씨의 지난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는데, #매운맛 아니면 #다이어트, #운동 관련 질문이 많더라고요. 고백하자면 저 역시 신박한 질문을 준비하지 못해 유이 씨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어요. 스스로를 인터뷰한다면 뭘 물어볼 것 같아요?
와, 어렵다. 만약 제가 저한테 질문을 한다면 “요즘 최대 관심사가 뭐야?”인 것 같아요.
 
점퍼 4백10만원, 톱 43만원, 팬츠 2백10만원 모두 로에베. 슈즈 30만원 닥터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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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에 관심이 있는데요?
원데이 클래스 앱 깔아놓고 이런저런 수업을 신청해요. 도마나 도자기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러 가고요. SNS에 자랑하고 싶은데 똥손이라 못 올려요.
 
얼굴이 알려진 분들은 뭔가 배울 때 개인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클래스에 혼자 찾아간다는 게 신기하네요.
대부분 저를 알아보긴 하지만 제가 너무 재밌게 참여하니까 사진 촬영을 요구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같이 배우며 으샤으샤하는 분위기라 편하게 다니고 있죠. 심지어 똥손이라 옆에 있는 사람한테 자꾸 물어보고 장난 아니에요. 강사분께도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며 말도 잘 걸어요.
 
혼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찍고 다니는 거예요?(웃음)
예전에는 누가 알아봐주시는 걸 부끄러워했다면 지금은 “아우, 예, 안녕하세요” 하는 능글함도 생긴 것 같고요.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고도 노력해요. 그래서 새해 목표도 정하지 않았어요. 20대 때는 항상 목표를 쫙 적어놓고 리스트를 지워가는 재미로 1년을 살았거든요. 지금은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바다 보고 싶으면 보러 가고, 즉흥적인 행동도 즐겨요.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해야 되나, 어른이어서 책임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은 것 같아요.
 
또 어떤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있어요?
20대 때보다는 다이어트 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예전에는 내일 촬영이면 무작정 굶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이거 먹고 운동하면 되지’ 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굶어서 마른 몸으로 촬영에 임하는 것보다 건강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식으로 관점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마음이 강박이란 걸 깨달은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얼마 전에 동갑내기 사촌이 제 옛날 영상을 보여줬는데, 영상 속의 제가 너무 말랐더라고요. 더 운동하고, 더 말라야 된다는 압박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사람들이 몸매 때문에 저를 좋아해주는 게 아닌데, 20대의 저는 이상한 방법으로 저를 가꿨던 것 같아요.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거죠. 30대 초반부터는 ‘남이 보는 시선의 유이가 어떤지 신경쓰기보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완벽하진 않지만 그걸 지금 ‘-ing’ 중이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셔츠, 미니스커트, 니삭스, 슈즈 모두 가격미정 미우미우.

셔츠, 미니스커트, 니삭스, 슈즈 모두 가격미정 미우미우.

사실 무조건적인 내 몸 긍정은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에요. 가령 배가 나올 때는 내 몸이 미울 수도 있잖아요. 유이 씨는 자기 몸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디 포지티브를 하고 있어요?
서른셋쯤이었나, 화보나 드라마를 위해서가 아닌 김유진을 위해 운동해보자는 특별한 계획을 세웠어요. 보디 프로필 사진 하나를 목표로 40일 동안 정말 한 번의 삐딱함도 없이 성실하게 운동했죠. 완성된 사진을 집에 걸어놓고 ‘됐어 이제! 이제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자문했는데, 지금의 잘 만들어진 몸을 유지하길 원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내 복근은 이렇게 생겼구나 확인했으니 이제 됐어, 당분간은 운동 안 하고 마음껏 먹고 싶다’는 게 결론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그냥 제 몸에게 계속 물어봐요. 뭘 원하는지, 뭘 먹고 싶은지.
 
질릴 만큼 해봤으니 후회가 없는 거겠죠?
과거에 5일씩 굶으며 다이어트했던 건 제 몸을 안 사랑해서 그랬던 거 아닐까요? 이제는 오늘 배가 나왔다 싶으면 스타일리스트에게 배를 좀 가리는 옷을 부탁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아요. 무조건 먹지 않고 참는 게 아니라. 가끔 인터뷰할 때 “다들 너무 예뻐요,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몸을 사랑해요”라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 그렇게 말해놓고 집에 가서 다이어트하는 제 모습이 되게 모순이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아요. 전 지금 제 몸을 사랑하는 중이거든요.
 
유이 씨를 두고 온통 ‘꿀벅지’ 얘기만 하던 시절의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네요. 이것처럼 지금이라면 큰일날 무례한 질문인데 과거에는 종종 받았던 질문이 있어요?
제게 더 이상 묻지 않는 질문은 있어요. 윤계상 선배님 때부터 내려왔던 “가수가 좋아요, 배우가 좋아요?” 같은 질문이요.(웃음) 제가 주말 드라마를 많이 한 편인데, 당시 엄마와 함께 드라마를 봤던 초등학생·중학생 친구들은 ‘꿀벅지’라는 말도 모를뿐더러 제가 가수였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니까요. 최근에는 그 또래 친구들이 애프터스쿨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 언니 가수 출신이었어?” 하는 영상도 봤어요. 생각해보면 서현진 선배님이 저희 때는 밀크로 활동했잖아요. 그런 느낌이죠.
 
그러고 보니 정지훈과 손나은까지, 유이 씨가 현재 출연하는 드라마 〈고스트 닥터〉 주연배우 중 3명이 가수 출신이에요.
저희끼리 대기 시간에 막 춤추고 그러는데, 정지훈 오빠가 “야, 맞다. 너 애프터스쿨이었지?” 하더라고요. 나은 씨도 여전히 에이핑크 활동을 하잖아요. 셋 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춤을 췄던 사람들이라서 우스갯소리로 “너 무릎 아프지” 하며 웃어요.
 
가수가 배우로 전향할 때 가수 활동명이 아닌 본명을 쓰는 경우도 많은데, 유이 씨는 예나 지금이나 유이예요.
배우는 김유진, 가수는 유이로 활동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유이도 정말 고민 끝에 결정한 제 이름이잖아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유이라고 불린 시간이 김유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시간만큼 긴데, 연기한다고 “저는 유이 아니에요, 김유진이에요” 하기에는 유이가 너무 소중한 제 이름이라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아기가 태어났는데 유이라는 이름이 너무 예뻐서 아기 이름을 유이라고 지었다는 사연을 들을 때면 더 뿌듯하고요. 내 이름이 더 예쁘게 불릴 수 있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랑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극 중 배역인 ‘세진’은 ‘영민’(정지훈)을 두고 미국으로 가버렸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요?
점점 더 사랑이라는 걸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과거에는 일이 먼저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참았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관계조차 만들기 힘들잖아요. 제가 서른다섯인데, 만약 앞으로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생긴다면 상황보다는 사랑을 택할 것 같아요.
 
‘얼죽사’네요?
지금 놓치면 이제 언제 만날지….(웃음) 아니, 만나겠지만 놓쳐서도 안 될 것 같아요. 사랑 되게 중요하잖아요.
 
〈고스트 닥터〉는 혼수상태에서 영혼이 육체 밖을 돌아다니는 ‘코마 고스트’를 소재로 삼고 있죠. 만약 코마 고스트가 된다면 어떤 인물에게 빙의하고 싶나요?
비욘세요. 옛날에 ‘Single Ladies’ 춤을 정말 많이 췄어요.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비욘세의 ‘Single Ladies’에 맞춰 춤을 춘 걸 계기로 주목받게 됐는데,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그 노래를 틀어주셔서 하루에 여섯 번도 춰봤는걸요. 빙의되면 상대방 몸의 움직임이 제 몸짓으로 바뀌니 괜히 비욘세의 무대를 망치는 건 아닐지 고민도 되지만, 한 번쯤은 비욘세의 목소리와 춤과 소울을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어요.
 
요즘 유이 씨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에 #매운맛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유이 본캐는 매운맛이에요, 순한 맛이에요?
매워지고 싶은데 순한 사람인 것 같아요. 우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고요.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상대가 뻘쭘할 것 같아 먼저 인사를 건네는 편이에요. 오늘도 촬영장에서 처음 뵙는 헤어·메이크업 선생님들께 제가 어제 뭘 먹었고 조카가 태어났는데 어떻고 저떻고 하는 얘기를 잔뜩 늘어놨어요. 사실 안 궁금할 텐데.(웃음) 차가워 보인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성격은 이렇게 순한 맛이에요. 그래서 어른이 되지 못한 것도 있고요.
 
때로는 순한 맛도 마라 맛으로 만들 만큼 화나는 상황을 만나기도 하잖아요. 살면서 가장 마라 맛이 돼본 순간이 있다면요?
어르신들께 무례하게 구는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나이 많은 식당 주인분들이 “여기 있는 거 대충 먹어” 하는 식으로 서빙하신 적이 있는데, 성격상 그걸 받아쳐야 하는 친구도 있잖아요. 그때도 화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어르신이니까 참으라고 했죠. 좀 꼰대 같은 구석이 있어요.
 
드레스 4백80만원, 귀고리 44만원 모두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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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한가요?
친할머니가 저희를 키워주신 영향도 있고, 제가 또 운동을 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단체 활동을 많이 경험해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 강해요. 꼰대인가…. 남자로 태어났어야 됐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조카가 건강하고 튼실하게 잘 컸으면 좋겠어요. 태어난 지 10일도 안 됐는데 6일을 중환자실에서 지냈거든요. 방대한 얘기지만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도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마음에 드는 가게가 생기면 한 군데만 계속 가는 편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가던 카페나 혼술하던 가게가 하나씩 없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많아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더 어려운 시기니까요. 유이 씨가 생각하는 꾸준한 사람은 누구예요?
최근에 이효리 선배님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냥 재밌게 보지 못하고 몰입해버렸어요. 제가 예전부터 롤모델이라고 밝혀온 엄정화 선배님과 대화하는 걸 보는데 되게 울컥하더라고요.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니까요. 이효리 선배님의 지나온 세월이 너무 궁금해요. 힘들 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어른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다 물어보고 싶어요.
 
유이 씨도 나중에 동생들이 궁금해하는 언니가 돼야죠. 본인의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면 어떤 제목을 붙이고 싶어요?
〈유일한 이유〉? 그 타이틀로 유튜브를 한번 해볼까요?(웃음) 기자님, 인터뷰하기 전엔 저 되게 차갑다고 느끼셨죠?
 
아니요? 저 유이 씨가 나온 〈놀라운 토요일〉도 본방 사수했고, 과거에 출연한 예능도 많이 봤는걸요. 이것저것 유이 씨 공부를 많이 하고 와서 진작에 실체를 알아버렸죠.
맞아요. 그게 저예요. 어쩔 수 없는 저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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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하예진
    Photographer 원범석
    Stylist 한혜연
    Hair 박규빈
    Makeup 이봄
    Assistant 김미나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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